Dotty Studio

기업가정신 & 스타트업, 그리고 기술과 디자인에 대한 곳.

저번 글에 이어서 몇 가지 더 살펴보기로 하자.


#26 좋은 설계자는 발 빠르게 움직인다.

설계과정이 진행될수록 구조적 문제, 고객의 무리한 요구, 비상구 해결의 어려움, 깜빡했거나 새롭게 대두되는 프로그램들, 과거 정보에 대한 새로운 이해 등 복잡한 문제들이 발생한다. 당신이 천재적인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던 파르티가 갑자기 실패에 봉착한다. (註: 파르티parti는 프로젝트의 기본계획을 일컬음. 주로 평면, 그리고 보조적으로 단면과 입면 스케치로 표현)

능력이 부족한 설계자는 실패한 파르티에 집착한 나머지 문제가 있는 부분만 해결하려고 하다가 결국 전체적인 통일성을 놓치고 만다. 통일성을 추구하다가 실패를 감지하고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좋은 설계자는 실패한 파르티를 좋은 신호로 깨닫고 다음 단계로 진행한다.

설계과정의 복잡한 문제들 때문에 처음 계획이 무너졌다면 파르티를 바꾸거나 아예 포기하라. 그렇다고 파르티를 전혀 갖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더 이상 쓸모없는 생각에 집착하지 말자. 건물에 가장 적합한 또 다른 파르티를 만들면 된다.

웹 기획을 하여 개발, 또 빠르게 런치(launch)를 하다보면, 새로운 정보나 고객의 뜨거운/냉담한 반응, 설계상의 문제 등이 나타난다. 그러다보면 실행(execution)의 잘못을 깨닫고 원래 기획 의도에 충실하게 사이트를 완전히 새롭게 구성하거나, 혹은 기획 의도가 부족하였음을 알게 되어 처음부터 다시금 작업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실제로 개발과 디자인을 하는 와중에도 나중에 한 작업 결과물이 더 효과적이어서 앞서 한 결과물을 수정해야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에 당면하면, 사람은 천성적으로 재작업을 하기 싫어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문제를 국소적인 문제로 재해석하여 그 부분만을 고치고 자기 합리화를 하기도 하고, 문제를 다시 갈아 엎을 생각에 얼어붙어 우왕좌왕하며 뛰어들지 못하고 시간을 낭비하거나, 혹은 문제를 덮어버리고 다른 문제로 회피하며, 심지어는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기도 한다.

그래서 아예 처음부터 '이건 열번 다시 작업할 결과물이다' 라는 생각을 가지면 마음이 편하다. '자, 이제 한번 바꾸는 거군. 아직 아홉번이 더 남았다' 라는 식이다. 물론, 경험과 지혜가 쌓이면 이것이 다섯번으로 줄지는 모르겠지만, 심지어 같은 것을 열번 만든다고 해도 매번 새로운 것을 배우게 되기 때문에, 그 열번이 또 달라질 것이다. 그러니 새로운 프로젝트를 할 때 문제에 부딪히게 되면 항상 '열번 다시'라는 마음을 가지면 재빨리 문제에 뛰어들 수 있다.


#28 좋은 건축가는 괜찮은 아이디어라도 미련 없이 버릴 수 있다.

흥미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해서 지금 설계하는 건물에 꼭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모든 아이디어, 브레인스토밍, 갑자기 떠오른 생각, 도움이 될 만한 제안 등이 있을 때 신중하게 비판적으로 검토하라. 건축가의 목표는 모든 것이 통합된 통합체를 만드는 것이다. 제 아무리 좋은 요소들이라도 한 건물에서 조화를 이루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좋은 요소라고 무조건 섞지 않는다. ... (후략)

이는 #51과도 관련되어 있으므로 한꺼번에 살펴보자.

#51 아름다움은 요소 자체보다는 전체를 이루는 요소들의 조화로운 관계에서 나온다.

전체적인 조화와 상관없이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바지와 멋진 티셔츠와 최신 유행의 재킷을 입어보라. 그 차림새로 밖에 나갔을 때 손가락질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세계에서 가장 멋진 차들 중에서 제일 멋진 부분들만 조합해서 차를 만들었다고 하자. 과연 여러분의 친구가 그 차를 타려고 할까?

여러분이 좋아하는 할리우드 스타들의 신체 부분을 조합해서 꿈같은 외모의 사람을 만들었다. 그러나 여러분이 좋아했던 스타들의 외모만큼 매력적인가?

미학적 완성은 조각 자체가 아니라 조각들 사이의 대화로 얻을 수 있다.

여기서의 핵심 메시지는 '전체의 조화와 목표의 달성'이다.

개발을 하다보면 재미난 기능(feature)이 떠오를 때가 있다. 재미삼아 후다닥 구현을 해보면, 이 기능을 사이트 어딘가에 꼭 반영시켜보고 싶은 욕구가 생겨난다. 불필요한 곳의 댓글기능, 불필요한 수치들.. DB 스키마에 있는 필드의 멋진 통계치들을 '사용자가 보고 싶어할 것'이라는 환상에 사로 잡혀 어딘가에든 어떻게는 보여주고 싶어진다.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예쁘고 반짝반짝한 버튼을 우연히(?) 만들게 되면, 이 버튼을 사이트 어딘가에 사용하고 싶어진다. 귀여운 일러스트를 만들고 나면 왠지 유용하게 여기저기에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이것을 스스로 잘라낼 수 있어야 한다. 이번에 만든 것이 다음 번에 사용될지도 모른다는 희망만 마음 속에 품고, 조용히 상자 속에 집어넣자. 자신이 만든 작업물은 아무리 작더라도 애착이 가게 마련이지만, 전체를 잊고 부분에 집착하여 만든 결과물들은 최종 목표에 도달하는데 방해가 될 뿐이다.

* Image courtesy of tropicaLiving, Akcija / Katarina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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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빅스타 2008.10.29 10: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구글 '웹기획' 검색으로 우연히 들어왔습니다.

    마침 기획이 다 끝난 시점에서 고객이 새로운 요구 사항을 제시하셔서
    꽤나 귀찮은 상황이었는데요;;;다시 잘 생각 해봐야겠습니다. ㅎㅎ

    그리고 얼마전 유럽 여행 동안 화려한 건축물들을 보면서
    웹기획과의 연관이 많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글 잘보고 갑니다.

    • BlogIcon 김동신(dotty) 2008.10.29 18: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국내의 경우 '갑을'관계라는 독특한 문화가 있어서, 해외의 client 관점과 약간은 차이가 있습니다.

      아무튼, 위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좋겠네요.

      건승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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