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tty Studio

기술과 디자인, 그리고 기업가정신에 대한 곳.

앞의 글에서 소개한 실패에서 배운 교훈들에 이어서, Sequoia Capital의 Greg McAdoo 파트너의 강연 내용을 정리해보면서 주석을 달았다.

그의 핵심 메시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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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re can be no great surfers without great waves.

이어서 그는 세 가지 부분으로 창업에서 중요한 요소를 제시하고 있다. Market Insight (시장 통찰력), Compelling Offerings (주목받을 만한 가치의 제공), Unfair Advantage (불공평할 정도의 강점)인데, 각각에 대하여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시장 통찰력 (Market Insight)
 - 시장의 크기는 중요하다. (TAM, SAM, SOM)
 - 시장의 역학이 중요하다. 시장안의 생태계, 트렌드, 레버리지, 속도, 유통, 고객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 시장의 성숙도도 중요하다. 마크 안드레센씨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평소에도 많이 공감하는 부분인데, 다음과 같은 테이블을 제시하며, 새로운 시장에 초기에 들어가서 카테고리의 '왕조(dynasty)'를 만드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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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중요한 가치 제공 (Compelling Offerings)
 - 실재 문제를 해결해라. 머리에 불이 붙은 사람한테는, 물을 퍼오는 호즈가 얼마나 쌔끈한지, 불이 난 경우 보험은 어떻게 되는지 따위가 중요한게 아니다. 불을 빨리 잘 꺼주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의 핵심에 닿아있어야 하지, 이미 나온 해결책 위에서 노는 것은 썩 좋은 방법이 아니다.
 - 메시지가 중요하다. One-liner는 필수이다. 머리속에 좋은 구상이 있던 이미 제품을 만들었던 간에, 어차피 새로운 것이라면 이해하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메시지를 잘 갈고 닦아서 만들어야 사람들을 뽑을 수 있고, VC로부터 투자를 받을 수 있으며,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고, 서비스제공자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고객들이 돈을 지불한다. 그래서인지 37Signals같은 곳도 카피라이팅에 매우 높은 비중을 두고 있다.

3. 불공평할 정도의 강점 (Unfair Advantage)
 - 예전에 방한을 했던 John L. Nesheim도 입이 닳도록 강조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다른 회사들이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기업 입장에서 천부적인 강점을 찾아서 활용하고, 이를 계속 강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 초기에 가진 유일한 장점은 기술도 아니고 뛰어난 인재도 아니다. 작아서 잘 안보인다는 점과, 날쌔다는 점이다. 지속적인 iteration이 중요하다.
 - 더 큰 기업들이 '구조적 장벽(structural barrier)'으로 인하여 진입해오지 못하는 요소들을 잘 공략해야 한다. 그것이 가격이나 생태계, 혹은 기업간의 헤게모니 견제가 되었건. 여기서 맥아두씨가 예로 드는 것이, 정작 야후나 구글, MS가 모바일 쪽에 공격적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것은, 이통사들이 이들을 견제하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인데, 정작 작은 기업들은 생각보다 좋은 딜을 잘 만들어서 잘 성장한다는 것이다.
 - 강점을 축적하여 경쟁자를 견제할 수 있는 방법론이 필요하다. 영역으로는 partnerships, technology, domain knowledge, design, business process, simplicity, network effect를 들고 있는데, 기술이나 해당 영역의 고유 지식(domain knowledge) 등은 계속해서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다른 기업들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즈니스 프로세스나 파트너십 등이 장기적으로는 좋은 대안이 되고, 궁극은 네트워크 효과에 있다고 보는 듯 하다. Sequoia와 이야기할 때는 이러한 점에 대한 깊은 고민과 전략을 요구 받는다고 한다.

그의 강연은 다시 시작으로 돌아와서, 큰 파도를 식별하고(identify), 존중하며(respect), 이용(leverage)할 줄 아는 것이 훌륭한 기업가라며 매듭을 짓고 있다.

* Image courtesy of Mikolaj Molen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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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만박의 생각

    Tracked from sumanpark's me2DAY 2008/07/31 09:43 삭제

    dotty님의 정리 중에서 눈에 딱 들어오는 말, "초기에 가진 유일한 장점은 기술도 아니고 뛰어난 인재도 아니다. 작아서 잘 안보인다는 점과, 날쌔다는 점이다. 지속적인 iteration이 중요하다." 오늘도 우리는 오전10시부터 웍샵으로 달린다. 바로 이거.

  2. Subject: Great waves

    Tracked from Stories & Stories, Moreover. 2008/08/05 18:22 삭제

    Dotty 님의 Blog 포스트를 본 이후로 정말 이러한 megawave 가 어떤것일까 youtube 를 뒤졌더니, 정말 집채만한 파도가 있군요. ( 파도타기는 커녕 바닷가로 물놀이를 가본것이 열번이하인 저로서는 정말 놀랄만한 광경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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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중 Sequoia Capital이 오랜 투자 경험을 하면서, 실패를 통하여 얻은 교훈들에 대하여 간략하게 소개하는 부분이 있는데, 공감가는 내용도 있고 이해를 못하는 내용도 있는데, 일단 옮겨왔다.
  • misread tea leaves(찻잎을 읽어서 점을 보는 것): 잘못된 예견
  • cluttered markets: 너무 빡빡하게 뭉쳐진 시장
  • capital intensive: 돈을 너무 많이 필요로 하는 사업
  • sloppy due diligence: 실사를 철저히 안한 경우
  • momentum investing: 모멘텀 투자(를 믿지 말라는 이야기)
  • weak syndicate: 오합지졸 (약한 조합)
  • unpredictable directors: 예측 불가능한 리더들
  • dazzled by science: (순수) 과학에 심취
  • boy scout references: (어릴적/별로 상관없는) 레퍼런스
  • too much money: 돈이 너무 많아서 실패하는 경우
  • long evaluation cycles: 평가 주기가 너무 오래 걸리는 경우
  • slow paying customers: 지갑을 잘 열지 않는 고객을 노리는 경우
  • going native: 자신이 잘 모르는 문화권/시장에 들어가는 것
  • too early: 너무 일찍 들어갔거나
  • too late: 너무 늦게 들어갔거나
  • deceived by comparables: 비슷한 것들에 현혹되었거나
  • dilutive IPOs: 너무 많이 희석된 IPO
  • feeling too weak: 너무 약하다고 느끼거나
  • feeling too strong: 너무 강하다고 느끼거나
  • poor customer selection: 고객을 잘못 짚었거나
  • stretched too thin: 너무 무리해서 힘을 잃거나
  • not addressing a true pain: 실재하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거나
  • can't articulate the business: 비즈니스로 발전시킬 수 없거나
  • small gross margins: 매출총이익이 작거나
  • small operating margins: 영업이익(엄밀한 의미로는 그냥 '마진'임)이 작거나
  • no model for making money: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이 없거나
  • a feature, no a product: feature는 맞지만, 제품은 아니거나
  • a product, not a business: 제품은 맞지만, 비즈니스는 아니거나
  • lack operating controls: 운영에 대한 통제력이 없거나
  • growing too fast: 너무 빨리 성장하거나
  • wrong DNA: 내부 조직(DNA)에 결함이 있거나
  • bad listeners: (창업자들이) 잘 듣지를 않거나
  • poor customer service: 고객 서비스가 형편없거나
  • deceived by successes: 과거의 성공에 현혹되었거나
  • drunken parade leaders: (아리까리: 술마시고 파티만 하는 창업자를 의미하는건지, 빈수레가 요란하다는 의미일지)
  • eyeballs converts to $s: 보다 많은 고객의 '눈'이 돈을 벌게 해준다고 하는 경우
  • CAPEX converts to $s: CAPEX가 돈을 벌어준다고 현혹된 경우
  • ignoring fundamentals: 기본을 무시하는 것
  • repeating history: 역사의 반복
사실 이러한 실수 중에는 상당수가 성공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다. 결국 그 확률이 낮기 때문에 리스크를 피하고자 교훈으로 삼아, 회사의 운영 방침에 적용한 것일 듯 하다.

비즈니스라는 걸 하다보면 결국 사람의 속성이 행동으로 확장되어 나타나는데, 그 과정에서 자신의 속성이 저러한 fallacy에 잘 빠지는 경향이 있는지 스스로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굳이 바퀴를 재발명할 필요도 없고, 죽을 때 까지 성공시키겠다는 각오가 있는게 아닌 이상, 남들이 계속해서 실패하는 곳에 고집을 부릴 필요도 없다.

Sequoia는 (VC라는 태생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원칙과 상생을 잘 지키는 기업이라는 느낌이다. 뭐, 그들의 term sheet과 대면하진 않아서 이런 생각이 드는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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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미스타표 2008/07/31 13: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강의 잘 듣고 갑니다~^^
    잘 지내시죠? :)

    • BlogIcon 김동신(dotty) 2008/08/01 02:19 댓글주소 수정/삭제

      어이쿠 안녕하세요~~ :)
      저는 잘지내고 있습니다!
      변함없이 열정으로 가득차있으시죠?
      날씨도 더운데 몸건강하시구요~~!!

  2. BlogIcon 정희권 2008/08/05 20: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저는 인터파크 게임즈라는 곳에서 게임과 사업전략 기획 팀장을 맡고있는 정희권 이라고 합니다.
    현재 Carnegie Mellon Univ. 에서 Strategic Planning 에 대한 연수를 받고 있는 중인데, 오늘 마침 Sequoia 에 대한 언급이 있었습니다.
    함께 연수를 받던 분이 관련 자료를 찾다가 이 포스트를 알려 주셔서 구경하고 갑니다.
    덕분에 좋은 블로그를 하나 알게 되었네요. 잘 보고 갑니다.

    • BlogIcon 김동신(dotty) 2008/08/06 09:57 댓글주소 수정/삭제

      안녕하세요 정희권님, 방문 감사드립니다.
      CMU에서 연수중이시라니, 좋은 경험이 되실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인터파크에서 게임영역에도 진출해 있었군요! 깜짝놀랐습니다.

Startup School 08이라고 지난 4월에 Y Combinator에서 열었던 행사가 있다.

Founders at Work(번역서: 세상을 바꾼 32가지 통찰)의 저자인 제시카 리빙스턴(Jessica Livingston)이 패널로 진행하였는데, 그 중 루비온레일스의 개발자이자 37Signals의 핵심멤버인 데이비드 하이너마이어 핸슨(David Heinemeier Hansson)의 강연과, 모자이크 브라우저를 개발하고 넷스케이프를 창업했으며 최근에는 Ning(소셜네트워크를 쉽게 만들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을 경영하고 있는 마크 안드레센(Marc Andreessen)의 강연이 인상깊어서 담아왔다.

마크 안드레센 편:


데이비드 하이너마이어 핸슨 편:


마크 편은 특히 영어가 빠르니 리스닝 훈련에도 좋을 듯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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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7/29 15: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책추천해줘서 어제 당장샀지.재미날것 같아. thanks~ ㅎㅎ

  2. BlogIcon CK 2008/08/01 18: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시카 젊었을때 핫칙이었겠는데요 ㅎㄷㄷ

  3. BlogIcon CK 2008/08/01 18: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 컨퍼런스가 더 재밌을 꺼예요. :) 도티님 좀 열심히 참여하삼 ^^

그간 정(?)들었던 기본스킨+변형을 벗고, 가벼운 텍스트 위주의 스킨으로 변신을 시도해보았습니다.

요즘들어 '집중'이라는 말에 마음이 많이 가있다보니, 이래저래 무겁고 번잡한 것들을 기피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래저래 능력이 닿지 않아 마음에 들게는 만들지 못하겠습니다만, 일단은 여기서 끝내야겠습니다.

이미지는 짤방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Image courtesy of ... (um.. forg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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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프리버즈 2008/07/28 10: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짤방은 최신 트랜드에 맞게 움짤로 해주세요.

    http://lezhin.com/120 이정도? ㅎㅎㅎㅎㅎㅎ

  2. B 2008/07/30 19: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페이지는 깔끔, 사진은 귀엽네^^
    오빠도 simple?



카네기 멜론 컴퓨터과학 대학의 랜디 교수님이 47세의 나이로 별세하셨다. 원인은 스티브잡스가 걸린바 있는 췌장암.

책으로도 나와있는 "마지막 강의" 동영상. 꿈을 이루어나가는 과정과 인생에 대한 강연이다. 30개국에 번역되어 출판되기도 하였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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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l it Blend 바이럴 동영상 시리즈물로 유명한 Blendtec의 최신작: 아이폰 3G를 믹서기로 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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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테나님의 블로그 글에서 손정의 회장님의 말(마이니치 신문)이 참 멋져서 제목으로 달아보았다.

"휴대폰이 인터넷 머신이 되는 원년이다."

모바일 웹의 미래를 그리는 말은 오래전부터 나왔지만, 이제서야 비로소 시작이 되는 듯 하다. 아이폰이라는 기기 하나가 보여준 미래의 상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이미 수 많은 휴대폰 제조업체들도 이 새로운 산을 오르기 위해 준비가 바쁘다.

모바일 웹은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게임, 소셜, 광고, 유틸리티, 검색 등 여러분야에 걸쳐서 동시다발적으로 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는 듯 하다. 사방이 시끄러우니, 편히 잠을 청하기도 힘들 지경이다.

최근에는 AdMob이 경상수지 흑자선을 넘어서고 있다는 이야기(상당부분이 추론에 의존하고 있지만)도 들리고 있어서 모바일 광고 시장도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는 듯 한데, 현재 연간 420억원 정도의 매출이 발생하고, 중간에서 140억원 정도의 광고대행료를 챙겨서 80명의 직원을 먹여살리고 있다고 하니, 결국 그만큼 많은 눈들이 광고를 보거나 클릭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래 그래프에서 보이는, 양키그룹에서 조사한 북미 모바일 디스플레이 광고 시장 동향은 미래의 모바일 광고 시장에 대하여 긍정적인 전망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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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쭉쭉 커진다면, 저 많은 광고는 어디에 실리게 되며, 누가 광고를 전달하며, 또 어떤 광고주들이, 어떤 순서로 움직일까.

최근들어 ReadWriteWeb이나 Mashable을 비롯하여 TechCrunch에서도 올라오는 글들이 많을 때는 절반 가량이 모바일 웹 관련 소식인 점을 보면, 미디어도 분주하게 이러한 시장의 움직임을 읽으려는 듯 하다.

근래에는 북미를 비롯하여, 유럽 블로고스피어에서는 애플의 App Store로 떠들썩 하고, 어느 앱이 쓸만한지 블로그 운영자별 선호 목록을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바삐 포스팅하고 있다. 모바일 웹은 기존의 웹과 native 애플리케이션이 공존하게 될까? 애플이 사용자의 머리속에 모바일 웹 애플리케이션의 유통창구로서의 위치를 충분히 빠르게 각인을 시킬 수 있을지 궁금하다.

분명한 것은 실제로 '쓸만한' 모바일 웹은 이제서야 등장하기 시작했고, 아마 향후 5년 동안은 이 시장의 헤게모니를 쥐기 위한 싸움이 꽤 볼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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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아이폰 인터넷 시대가 열린 일본

    Tracked from 하테나 2008/07/14 11:51 삭제

    잘 짜인 각본에 깜짝 연출까지 펼쳐지며, 애플 아이폰(iPhone) 3G의 일본 상륙은 기대 이상의 반응과 호응을 얻으며 잔치분위기 속에서 7월 11일 화려하게 막을 열었다. "휴대폰이 인터넷 머신이 되는 원년이다."(손정의 사장, 출처 마이니치신문) 휴대폰 여름 판촉에 들어가려고 하는 시점에서 애플 아이폰의 판매가 소프트뱅크를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뉴스가 흘러나오면서 여론의 주목은 아이폰과 소프트뱅크에 집중되었고, 이후 WWDC에서 정식으로 발매 소..

  2. Subject: 마음으로찍는사진의 생각

    Tracked from cryingfog's me2DAY 2008/07/18 09:28 삭제

    하나의 주제에 대한 두가지 글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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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CK 2008/07/14 11: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App store 보니깐 정말 잘 해놨더군요. FB app 처럼 좀더 social/viral 하면 더 좋아질 듯.

  2. BlogIcon 이정웅 2008/07/22 00: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번에 일본에 다녀오면서 정말 많은걸 배우고 왔네요

내가 살아가는 삶의 가치관, 다시 말해 세상을 바라보는 틀(frame)을 형성하는데 있어서 커다란 영향을 미치신 분 중에 최인철 교수님이 계시다. 사실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도 아니고, 그 분의 책 세 권과 강연을 들은 것 밖에 없지만, 그만큼 절실하게 고민하고 있던 것에 대하여 명쾌한 설명과 함께 공감이 가는 이야기를 들려주시고, 거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좀더 나은 방향에 대한 가이드를 보여주신 것이 인상깊게 남았던 것 같다.


교수님의 책 내용 중에 틀(frame)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어서 발췌하여본다:
어느 날 세실과 모리스가 예배를 드리러 가는 중이었다.
"모리스, 자네는 기도 중에 담배를 피워도 된다고 생각하나?"
"글쎄 잘 모르겠는데... 랍비께 한번 여쭤보는 게 어떻겠나?"
세실이 랍비에게 가서 물었다.
"선생님, 기도 중에 담배를 피워도 되나요?"
"(정색을 하며 대답하기를) 형제여, 그건 절대 안 되네. 기도는 신과 나누는 엄숙한 대화인데 그럴 순 없지."
세실로부터 랍비의 답을 들은 모리스가 말했다.
"그건 자네가 질문을 잘못했기 때문이야. 내가 가서 다시 여쭤보겠네."
이번에는 모리스가 랍비에게 물었다.
"선생님, 담배를 피우는 중에는 기도를 하면 안 되나요?"
"(얼굴에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형제여, 기도는 때와 장소가 필요없다네. 담배를 피는 중에도 기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지."
이 짤막한 우화의 교훈은,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틀을 어떻게 정의하는가에 따라서, 그 의미가 달라지며, 자신의 행복과 불행도 뒤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 중에는 동기의 순서 측면에서 심리적 허점이 있긴 하지만..)

지금은 머릿속에 각인되어, 각박해지는 순간에 스스로 반성할 여유를 만들어주는 소중한 도구들이 있다.

예를 들어, 동양인, 똑똑한 사람들,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에게서 특히 많이 나타나는 현상인 사후과잉확신편파(후견지명효과; hindsight bias)를 되뇌면 "내 그럴줄 알았지" "처음부터 그럴 줄 알았어"와 같은 우(愚)를 피할 수 있다.

그리고 자아는 항상 자기자존감을 고양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점을 잊지 않으면, 지나친 자기합리화와 기억의 편향적 왜곡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으며, 상대방의 행동과 말속에 담긴 subtext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조명효과(spotlight effect)를 생각한다면, 남들앞에서 조금 더 당당하고 자신감을 갖출 수 있으며, 타인을 지나치게 의식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의지가 반영되는 계획(예: 초등학교 여름방학 계획표)을 기억한다면, 계획과 목표를 세움에 있어 현실적인 시간/자원/심리적 버퍼를 반영할 수 있게 되고, 달성률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패시의 좌절감도 피할 수 있다.

Mental Accounting(돈에 '공돈'과 같은 이름을 붙이는 것)을 기억하면, 컵보증금(50원; 지금은 폐지됨)은 꼬박꼬박 챙기면서, 비싼물건을 살때는 통이 큰 척 행동하고, 100만원 중 5만원은 작다면서, 10만원 중 5만원은 크다고 생각하는 경제적 오류를 피할 수 있다.

손실 회피(loss aversion)충격 편향(impact bias) 심리를 조심하면, 미래에 대하여 조금 더 도전적이고, 긍정적적으로 행동할 수 있고, 합리적으로 위험을 평가할 수 있게 된다.

소박한 실재론(naive realism) - '사람들은 나와 비슷한 판단을 내릴 것이다'는 생각 -을 상기한다면, 고객을 쉽게 일반화시켜버리거나, 자신이 가장 사람의 마음을 잘 파악한다는 오류를 막을 수 있다.

의미중심의 삶, 보다 높은 수준의 사고의 틀을 갖추면 이유와 의미, 목표와 비전, 그리고 이상을 갖추고 삶의 도전을 행복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반면, '현실적'이라는 이름 뒤에 숨은 하위 수준의 틀을 들이대며,
... 그 일을 하기가 쉬운지 어려운지,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성공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 등 구체적 절차부터 묻게 되고, 궁극적인 목표나 큰 그림을 놓치고 주변머리의 이슈를 좇느라 에너지를 허비하는 ...
- "프레임", p.24
상황을 억제할 수 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지금은 삶의 지침이 되어버린 이러한 생각의 틀과 도구들이 최인철 교수님의 깊은 영향이었다는 점을 깨닫게 되어, 다시금 감사의 마음을 드리게 된다. 이러한 생각의 도구들은 자기 자신을 멀찌감치서 돌이켜본다거나, 전체와 부분을 균형잡고 생각해볼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주고, 일시적인 감정과 편향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사고로 이끌어준다.

Image courtesy of IRISSS Vaniglia

ps. 여담으로 교수님의 최근 저서인 "프레임"은 별다섯개.
ps2. Special thanx to Agnus Park for the recommendati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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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nuts 2008/07/12 22: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하 요거 참 좋구나 - 좋은 책 보면 다른 사람들한테 널리널리 전파하고 싶은 생각이 늘 있었는데, dotty gateway를 이용하면 되는거였군 ;)

    나는 마지막 문장(Every exit is an entry somewhere) 도 꽤 각인되었었는데, 나의 somewhere over the rainbow는 과연 어딜까...

  2. BlogIcon 프리버즈 2008/07/13 12: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하, 좋은 책만 추천해주면 자동으로 리뷰 및 추천을 해주는...

    임현수닷컴의 북섹션과 제휴하시죠? =3


예전에 학창시절 지도교수님 중 한분께서 학생들에게 종종하시던 말씀이 있다. 똑똑한 사람들의 특징은 잔머리를 너무 굴린다고. 끊임없이 계산하고, 비교하고, 속앓이하면서 살다보면, 매우 피곤하고, 스트레스받고, 작은 일들 하나 하나에 깊게 베이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당시 학생들을 돌이켜보면, 사실 상당수가 이런 '똑똑한 사람들'에 해당하는 부류였을듯 하다.


우리에게 혼내시면서 말씀하셨던 것은, 조금 덜 계산하고, 덜 비교하고, 더 용서하고, 혼자가 아니라 함께 일을 만들어가는 것에 더 많은 관심과 노력, 그리고 시간을 쓰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 분이 주입식으로 우리에게 전해주셨던 것에 이름을 붙이자면 돌쇠니즘일 것이다. 나름 돌이켜보면 그 말의 뜻을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 어린시절에는 사사로운 일들 하나 하나에 일희일비하고 마음앓이도 많았던 것 같다. 그런데 사회에서 이런저런 난잡한 일들을 겪다보니, 마음을 추스리고, 변잡스러운 것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의 중요성을 많이 느끼게 된 것 같다.


전체적으로 큰 그림에 있어서 지금 내가 신경쓰고 있는 일들이 과연 중요한 것인가를, 약간은 멀찌감치서 보며, 자기합리화라는 껍질을 벗는 연습을 하다보면, 스스로가 초라하게 보일 때도 있고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어느새부터인가 사사로운일은 빨리 잊는 버릇이 생겨버렸다. 스스로 부끄러운 일, 잘못한 일은 조금 더 빨리 인정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 것 같다. 어차피 전체 상황에서 중요치 않다는 생각이 드는 일들은 재빨리 치워버리는 게 정신건강에도 좋다는 생각이다.


이런 건 남녀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연애를 하다가 상대방에게 마음에 안드는 구석을 의식하면, 그런 점만 잔뜩 신경이 쓰이게 된다. 사실은 큰 떡을 앞에두고도, 파리가 앉았을 지도 모르는 부분만 보고 떡을 내다버리는 실수를 한다는 것이다. 오래 연애한 커플들이 깨지는 많은 이유가 여기에서 비롯된다.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 사람들은 흔히들 자기 자신이나 상대방의 강점과 약점을 객관적이고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이 관계에 도움이 된다고 착각하지만, 정작 성공적인 결혼을 유지하고, 장기적으로 더욱 돈독해지는 커플(부부)들의 특징은, 상대방에게, 본인은 없다고 생각하는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장점이 있다고 믿어준다는 것이다.[각주:1] 예를 들어, 여자가 본인 스스로 수학적 능력이 없다고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남자가 자신의 배우자에게는 수학적 능력이 있다고 진심으로 믿어주는, 일련의 긍정적 믿음과 해석이 훌륭하고 영속적인 관계로 이끌어준다는 것이다. 현실왜곡이라고 불러야 할까? 이것은 자기충족적 예언만큼이나 커다란 효과까지 낳는다고 하니, 인간의 믿음이 주는 힘은 참으로 커다란 것 같다.


여기에 일말의 진실이 담겨있는 것 같다. 실제로 본인도 믿음을 통해서 상대방의 단점이 장점으로 바뀌어 보이는 것을 경험하면서, 그것이 안겨다주는 긍정적 효과를 체험한 뒤로는 이 현상이자 방법론에 대한 믿음이 더욱 확고해졌다. 그래서 그 뒤로는 상대방에게 단점으로 보이는 것이 있다면, 상황을 다시 frame해서 장점으로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쪽을 삶의 지침으로 삼고 있고, 혼자만의 노력으로 힘들 때는, 상대방을 상호보완해줄 수 있는 사람- counterpart -을 찾고자 한다. (물론 counterpart부분은 남녀관계의 문맥에서는 조금 난감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정리하자면, 기본적으로 삶을 살아감에 있어서 상대방의 장점을 보고 이를 더욱 긍정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하며, 객관적으로 부족한 부분은 장점으로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여보고, 이것이 힘든 경우에는 다른 사람들과의 조직을 통하여 이를 보완하는 것이 좋은 관계와 좋은 조직을 만드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돌쇠니즘으로 돌아와보자면, 큰 그림 하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확신이 선다면, 사사로운 일들에 얽메이지말고, 자신의 사람들을 믿고 이끌며, 꾸준하게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하루 하루에 목숨을 걸기에는 할일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Image courtesy of petervanallen
  1.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volume 36, pp. 600-620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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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물결의 생각

    Tracked from waterscale's me2DAY 2008/07/11 23:02 삭제

    돌쇠니즘= 긍정의 힘

댓글을 달아주세요
  1. BlogIcon 진영 2008/07/09 09: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도 '당시 학생들' 중 하나였을까? 수행자는 행동, 말, 그리고 생각까지 간소하게 해야한다는 법정 스님 말씀이 생각나네. 하지만, 마음속의 난잡함을 지우는 가장 쉬운 방법은 모든 종류의 도전을 피하는 것일테니, 견딜만한 불안과 고민은 스스로 깨어있다는 증거일수도... (근데 왜 이 폼에서는 한/영전환이 안되는건가? - 사파리 유저)

    • BlogIcon 김동신(dotty) 2008/07/10 02: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도전을 하되, 큰 도전을 기억해야하고, 도전 중간 중간에 있는 작은 자극과 장애물들에 좌절되지 말아야하는 의미 정도가 아닐까 싶네. 행동보다 고민이 많고, 믿음보다 계산이 많으면 방향 자체가 뒤틀리기가 쉽상인듯. 그나저나 오랜만이다!! :D

      (난 다시 FireFox3로 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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