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질(FPS) 게임을 하던 시절 "무한한 인간의 적응력"이라고 부르며 신기하게 여기던 현상이 있다. 예를 들어 마우스 감도를 2배 올려야겠다 싶으면, 4배 정도 올려서 시작해서 조금 하다가 2배로 "낮추면" 느리게 느껴지면서 순식간에 적응이 되는 것이다.
이는 야구 선수도 활용하는 기법인데, 평소에 배팅 훈련 할 때는 스윙배트로 일반 배트보다 조금 더 무거운 것을 사서 스윙 연습을 하는 것이다. 타석에 들어서기전에 배트에 무거운 링을 걸고 휘두르기도 한다. 바로 10kg 덤벨을 들기 전에 20kg를 잠시 들었다놨다를 한 후 10kg를 들면 실제보다 더 가볍게 느껴지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이것을 심리학에서는 지각적 대조(perceptual contrast)라고 한다. 사람은 자신이 느끼는 무게감, 속도감, 심지어 정보에 대한 중요도나 설득력 조차도 모두 상대적으로 받아들이는데, 이를 자기계발에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평소에 익숙한 것 보다 일 처리 속도를 2배 정도로 억지로 올려보자. 자신이 불안하게 느껴질 정도로 빠른 속도로 일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일의 완성도가 떨어진다. 이런 속도에 적응하려고 발버둥을 치다가, 1.5배 정도로 속도를 낮추게 되면 지각적으로 시간이 확장된것처럼 느껴진다. 완성도는 기존의 상태로 돌아왔으면서도 오히려 여유까지부리면서 더 빠른 속도로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빠른 속도가 몇 개월에 걸쳐 충분히 체화되고 나면 다시금 재도약을 한다. 자신의 한계를 스스로, 체계적으로 깨나가는 것이다.
물론 이런 식으로 능력이 무한정 올라간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속도를 기준으로 자신을 드라이브하다보면, 두뇌를 좀더 빨리 굴리는데 익숙해지고, 컴퓨터를 사용하는 업무라면 안쓰던 단축키도 좀더 쓰게 되는 식이다.
두뇌의 속도는 생각보다 빠르고, 행동도 생각보다 빨라질 수 있기 때문에 해볼만한 일이다.
* Image courtesy of Aksve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