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8일, 파프리카랩에서는 Values Workshop을 했었습니다. 그날은 Self-Leadership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회사 차원에서 진행하는 자기-리더십 개발 프로그램)와 조직의 가치(Values)에 대한 세션이 있었고, 안주거리로 연간계획을 함께 세워보는 일을 했었습니다.
메인 세션에 대한 내용은 다음에 다루기로 하고, 오늘은 이 중 신년 계획을 잘 세우고 잘 지키는 방법에 대하여 간단히(과연?) 소개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워크샵에서 사용했던 장표 중 계획 수립에 관한 슬라이드는 아래에 첨부하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계획에 대하여 회의적인 생각을 합니다. 저 역시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엄청난 관료주의에서 "하늘에서 떨어지는" 계획이나, 사장이 밖에서 싸고 오는 똥(?)과 같은 마일스톤 들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하루, 자신의 한달, 자신의 일년에 대한 것중 꼭 해보고 싶은 것들에 대한 계획으로 스스로를 이끌 수 없다면, 스스로의 인생에 대한 주도권을 놓고 살겠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는 것이겠죠. 여기에서 저는 스스로를 통제(control, management)라는 표현 대신 이끈다(lead)라는 개념을 사용하였습니다.
기존의 시간 관리(time management), 에너지 관리(energy management), 자기 관리(self-management)는 한정된 자원의 개념에서 출발하거나, 자기 억제, 자기 통제의 뉘앙스가 강한반면, 스스로에게 동기를 부여하며 자신의 총에너지를 늘린다거나, 제한된 자원을 보다 창의적으로 확장시켜 더 큰 일을 더 효율적으로 하는 것에 대한 개념은 다소 약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Self-Leadership이라는 표현을 만들어보았습니다.
자, 본론으로 들어가서,
간단하게 한 문장으로 계획의 의의를 정리하자면, 계획은 작은 단계를 밟아 나감으로써 작은 성공을 맛보게 하여, 보다 큰 성공에 도전하고 이룰수 있는 자신감을 쌓기 위하여 존재합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지난 2005년부터 연간 계획을 수립하여 블로그에 부분공개(?)를 해오고 있었습니다. 2005년에 50점 미만, (2006년 미공개), 2007년에 64점, 2008년에 71점을 기록하였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hopefully) 8X점에 도달하기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정리하면서 나름 쌓인 생각을 불끈(!) 공유해봅니다.
Lesson 1. SAM처럼 계획을 짜라.
SAM은 Specific, Actionable, Measurable의 약자로 만든 이름입니다. 자신이 세운 계획이 한번 쓰고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일년 동안 계속 검토하고 트래킹이 되기 위하여는 SAM하게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Specific! 구체적이여야 합니다. 뻔하다구요? 연초에 다짐(?)을 하며 종이에 적어보신 분이나,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신 분들이라면, "올해는 운동좀 꼭 해야겠어" 라거나 "살빼기" 같은 말을 많이 하셨을 겁니다.
"연간 주 평균 3시간의 조깅과 1시간의 웨이트 트레이닝" 혹은 "모든 공기밥은 딱 반그릇으로 덜어서 먹기"와 같은 구체성이 필요합니다.
Actionable! 행동이 가능해야합니다. 처음 계획을 세울 때는 계획 리스트의 덩어리의 크기와 레벨이 다른게 많이 섞입니다. "올해는 좀더 주변 사람들에게 신경쓰자" 같은 태도는 행동이 가능하지 않습니다. "애인을 좀더 배려하기" 같은 것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니, 처음부터 성공, 실패의 기준이 애매하달까요.
"주변 지인들(범위를 정하여)의 생일때 카드 1장씩 쓰기", "가족 구성원 별로 연간 2 full-day를 할애하여 관심을 주기" 등으로 저러한 태도를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변경해주어야 합니다.
Measurable! 측정이 가능해야 합니다. 모든 것이 정량적으로 측정될 수도, 될 필요도 없겠지만, 가급적이면 정량화 하는 것이 자신의 동기부여를 위하여 좋습니다. "블로그를 좀더 많이 써야지" 보다는 "연간 60개의 블로그 글 작성" 같은 것이 더 좋습니다. 그래야 자기 pace를 확인하며 자신의 현황이 목표 대비 앞서가고 있는 것인지, 늦어지고 있는지를 파악하기도 쉽고, 위기 의식을 느끼기에 좋기 때문입니다.
Lesson 2. 관리 비용을 최소화 해라.
계획을 짜다보면, 초기에는 열심히 관리합니다. 마치 매년 초에는 가계부를 꼼꼼히 작성하다 두 세달 못버티고 그만두게 되는 것과 유사합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꽉끼게, 타이트하게 관리하려다보면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시간, 노력, 관심 등) 자체가 큰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저 같은 경우는 대충 호흡이 짧은 계획은 주 단위로, 긴 것은 1/4분기 단위로 측정하고 관리를 합니다. 예를 들어 독서는 연간 꾸준하기보다 잘 읽히는 시즌과 잘 읽히지 않고 생각만 많은 시즌이 나뉩니다. 그래서 1Q(1사분기)에 책을 많이 읽었다가 2Q에 좀 늦어지면, 3Q에는 다시 좀더 욕심을 내는 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전체적인 완급 조절이 쉽고, 관리를 하는 데도 평소에 많은 관심 자원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됩니다. 너무 의욕을 불태운 나머지 1달도 안지나서 에너지가 쇠진 되는 일은 막아야겠습니다.
Lesson 3. 계획에 버퍼(buffer)를 반영하라.
초등학교 방학계획을 세우지 말라는 말입니다. 모든 계획에는 의지가 반영되는 현상이 있기 때문에, 의욕에 불타는 친구들은 평생운동을 안해왔으면서 갑자기 올해부터는 "헬스장 주 3회가기"를 한다거나, "악기 2개 배우기", "영어, 일본어 마스터!" 같은 야심을 활활 태우기도 합니다.
하지만 앞서 말한것 처럼, 계획을 통하여 성공을 맛보고 자신감을 쌓는 것이 중요하니만큼, 계획은 도전적이되 실행이 가능할정도의 여유를 반영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막상 사소해보이는(실제로 실행하기에는 그닥 사소하지 않은) 계획의 실행에 실패하기 시작하면 짜증이 나고 좌절감에 휩쌓인 나머지 포기로 급전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 연간 계획이 첫 3달을 넘기기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헬스장을 예로 들자면, 연평균 주 2회, 최소 1회, 최대 4회라는 식으로 범위로 잡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렇게 하면 만약 실제로 주3회를 가면 이미 목표치 초과 달성이되어서, 자신감이 쌓입니다. 뭔가 목표를 앞질러 가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푸쉬쉬해질때는 주1회로 줄어들기도 합니다. 바쁘다고 해도 주1회는 그래도 할만합니다. (실제 운동효과는 거의 없지만..) 하지만 원래 예상치(?)에 들어있는 만큼 마음은 아직 밝기 때문에, 다음 주에 주2회는 가야지 라는 생각도 듭니다. ... 대충 감이 오시죠?
정량화된 계획을 세울 때는 일정이나 횟수 등에 여유 버퍼를 반영해두시길 바랍니다.
Lesson 4. 스스로에게 상을 줘라.
이게 또 엄청 중요합니다. 꼭 다양한 명분(?)을 만들어서 스스로에게 상을 주세요. "아, 난 이번 한달동안 책을 자그마치 4권이나 읽었으니 스스로에게 맛있는 식사를 대접해줘도 되"라는 식이여도 상관없습니다. 그것이 계획을 세우기 전 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진 점이 있다면, (집안이 기울지 않을 정도의 선에서) 자신에게 상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스로에게 이유를 붙이고 상을 준다는 것이 유치하고 우습게 보일지 모르지만, 막상 해보면 자뻑(?)의 효과가 괜찮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연간 계획의 점수 별로 금, 은, 동 등의 등급을 매기고 거기에 따라 (사실은 항상) 혼자서 맛집에가서 맛있는 요리를 시켜먹습니다.
시커먼 남자가 혼자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필레 미뇽과 와인을 한잔 마시는 그림은 꽤 우스꽝스러울 수도 있습니다만, 그래서인지 더욱더 재미(?)가 있습니다.
자기 자신이 재미있고 스스로 기분이 좋아질만한 상을 잘 준비해보시길 바랍니다.
Lesson 5. 계획의 포트폴리오를 수립하라.
마지막 레슨입니다. 매년 계획에는 핵심 목표(key focus goal)가 있어야 합니다. "이건 좀 빡세보이지만, 올해는 이것에 꼭 매진해보겠다" 싶은 것이지요. 그만큼 도전적이고 의미가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 세우면 실패할 경우 좌절감이 너무 커질 수 있고, 중간 중간 진도가 잘 안나가면 자신감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자, 다시한번 반복하지만, 계획의 의의는 자신감 향상을 통한 큰 일에 도전 및 성공을 하기 위함이라는 점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래서 이러한 핵심 목표 외에, 약간은 덜 도전적이지만 꾸준히 짜잘하게 잘만 해도 보람이 있을 법한 일도 계획에 포함시킵니다. 예를 들어, ~~~분야의 사람들 n명 만나기라거나 컨퍼런스/전시회 n번 다녀오기 같은 것이 이런 것에 포함됩니다. 잘하면 분명 도움도 많이 되고 많이 배울 수 있지만, 매번 실행에 큰 장벽이 없는 일들입니다.
이렇게 하여서 자신감도 잘 쌓고, 그 자신감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자신이 원래 추구하는 핵심 목표로 전향시키는 것입니다.
이상으로 다섯 가지 레슨을 통하여 연간 계획 수립 방법에 대하여 살펴보았습니다.
실행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기적으로 자신의 계획을 리뷰하고, 수정할 계획은 재빨리 재빨리 고쳐가며 실행하는 것입니다. 연초 대비 지속적으로 축소되는 방향으로만 가지 않으면 괜찮겠죠.
그럼, 새해 복 많이 받으시옵고, 올 한해 뜻하신 바 모두 무사성취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 Image courtesy of bncn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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