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상자의 역습
스티븐 존슨 저/윤명지,김영상 공역 | 비즈앤비즈 | 원제 Everything Bad Is Good for You | 2006년 09월 | ISBN : 8995724455 | 페이지 : 231 | 342g
개인적으로 "이머전스"가 처음 나왔을 때 이를 워낙 재미있게 읽었던 지라,
harris님의 서평을 읽고 바로 구입을 하였다. 단 두번을 펼치고 모두 읽어버렸는데, 그의 거침없는, 하지만 매혹적인 문체는 여전히 보는 사람에게 읽는 동안 내내 눈과 머리가 즐거움을 준다. 그는 그 특유의 글 전개 방식과 때로는 논리보다는 사람들의 공감을 토대로한 사례 중심적 설득으로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그만큼 논란이 될 정도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곤 한다.
그는 이 책을 통하여 우리가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TV를 포함한 대중 문화에 대한 부정적 통념을 과감하게 비판하며 게임, TV, 인터넷, 영화의 대중 문화가 시대를 지나오면서 얼마나 고도로 발전하고 그것이 대중에게 미친 긍정적 영향을 단순히 '시각적 자극과 손놀림의 향상'과 같은 수준이 아닌 신경과학적 관점에서의 두뇌 발달로 연결짓고 있다. 그는 이것을 'Sleeper Curve'라고 명명하며 이 한 가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하여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를 통합하여 설득을 시도한다.
TV에서 나오는 시트콤과 드라마가 과거엔 단일 이야기 종류를 포함하고 있어던 반면, 최근에 각광받은 24시나 웨스트 윙 같은 드라마가 복합적 이야기 종류를 포함하게 되었다는 점, 그리고 사람들을 이야기의 흐름으로 이끌 고 있는 '반짝이는 화살표'가 얼마나 줄어들었는지, 또한 하나의 스토리 텔링에 관여하는 인간 관계가 얼마나 고도로 복잡해졌는지 등을 과거와 현재의 대조를 통하여 멋지게 조명한다.
아울러 개인적으로 구구절절 공감하고 있는 게임이 두뇌 개발과 문제 해결, 의사 결정 훈련에 미치는 어마어마한 효과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본인이 직접 체험을 하였을 때도 상관관계는 있지만 전후관계는 불확실하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에 대하여 게임의 발달과 사용자들의 학습과 적응력의 관점에서 설명을 하는데, 많은 부분이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가 슬리퍼 커브의 주된 요인을 대중문화의 발달로 귀결시키는 과정에서 비약을 하는 부분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글이 설득력을 잃는 다거나 맛이 없어지진 않는다. 그가 던지는 질문들을 따라가고 때로는 그가 펼쳐놓은 함정에 빠지기도 하며 정신없이 따라가다보면 어느 덧 고개를 끄덕이며 마지막 책장을 넘기게 된다. 주석 부분에선 그의 논리 전개의 바탕이 된 지식 인프라를 엿볼 수 있다.
다시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장기간에 걸친 대중문화의 발달로 인하여 우리가 무의식 중에 지속적으로 복잡한 것에 적응을 하며 두뇌가 발달해왔다는 내용이 골자. 물론 그렇다고 해서 책을 읽지 마세요라는 내용은 아니다. (그러면 저자가 먹고 살기 힘들어질 것이다)
스티븐 존슨의 설득 방식은 맛있는 요리사의 느낌이다. 그가 풀어내는 이야기는 하나의 gourmet dish와도 같아서 그것이 칼로리가 높을 수도, 불포화 지방산을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르지만 먹는 이로 하여금 먹는 순간의 즐거움과 여운, 그리고 교훈을 남겨준다. Freakonimics처럼 엄밀하고 간결하다기 보다는 과학 소설만큼 매혹적인 감성과 적절한 냉정함을 동시에 버무리는 문체랄까.
연휴 하루를 즐겁고 유익하게 보내게해준 저자에게, 그리고 소개해주신 harris님에게 감사드린다.
뭔가 디게 재밌는 책 같다?..ㅋ 전엔 몰랐는데 동신이가 글을 참 잘 쓰는거 같아. 허허~
읽어볼만한 책이어요. 추천! 근데 전 글을 잘쓰지 못해서.. '통섭'같은 책은 서문만 봐도 혀를 내두르게 돼요. 전 아직 꿈틀거리는 땅속의 애벌레 정도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