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은 국내 N모 포털의 뉴스를 오랜만에(?) 브라우징하다가 무심결에 클릭한 기사이다.
내용은 '인터넷에 중독된 청소년이 부모, 성적, 외모 등에 7개 항목에 대한 만족도가 낮다는 조사 결과'라는 것.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이지만 이건 필요에 의하여 내용을 그대로 옮겨와야 하는 경우여서 부분만 발췌했다.
국회 과기정위 소속 한나라당 김태환 의원은 한국정보문화원이 전국의 중고교생 천명을 대상으로 부모와 성적, 외모 등 7개 항목에 대한 만족도를 100점 만점으로 조사한 결과 일반 학생들의 평균 만족도는 67점인 반면 인터넷 중독 고위험군 학생들의 평균 만족도는 57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선, 비문이다. '~~ 김태환 의원은 한국정보문화원이 ~~을 조사한 결과 ~~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먼저 밝히자면 본인은 철자도 잘 틀리고 문법에 대한 이해도, 편집증도 부족한 보통 사람이지만, 기사를 읽다가 도대체 누가 뭘 어떻게 했다는 건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적어본다. 앞에 김태환 의원님(죄송하지만 누군지 모른다)은 저기서 어떠한 부분을 기여한 것인지 기사로 알 수가 없다. 사진 지식이 부족한 이유겠지만, 아마 나와 같은 사람들이 대다수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번 글은 저런 형식적인 내용의 자잘못을 따지고자 함은 아니다. 속칭 구미디어 중 하나라고 할만한 뉴스 및 신문 등의 언론사의 안쓰러운 몸부림 때문이다.
저 글의 내용을 보면 의도하였건, 하지 않았건 "인터넷 중독 -> 세상에 대한 불만족"이라는 공식을 유도하고 있다. 물론 과학적 엄밀함의 결여나 통계적 모호함은 물론이거니와 정확한 내용 전달 보다는 마치 저 앞의 누가 어디서 했다라는 쪽에 기사 작성에 많은 노력이 기울여진 것이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인터넷 중독의 기준은 무엇이며 천 명 중 몇 명이 중독이고 몇 명이 아닌지 알 수 없다. 그리고 부모님에 대한 '만족도'는 무슨 질문으로 측정한단 말인가. "부모님이 용돈을 넉넉히 주신다고 생각하십니까?" 라던가 "당신의 부모가 다른 부모보다 낫다고 생각하십니까?"류의 질문이란 말인가.
무엇이 원인이고 무엇이 결과인지를 밝히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것들이 감안해야한다는 점을 정확히 전달하지도 않고 일단 급하게 쓰고 보자라는 냄새가 풍겨져 나온다. 마감에 임박한걸까. 일당(?)을 못 채운걸까. 이 산업의 내부 시스템을 엄격히 이해하고 있지 못하는 나로서는 이에 대해 할말은 없지만, 이건 아니라고 본다.
다행히 몇 몇 댓글에서 이에 대한 부분을 지적해주고 있어서 모든 이가 이러한 기사에 대하여 무분별한 수용은 안하리라 믿지만, 아마 기사를 대충 훑어 본 사람들 중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은 자신의 주변인들에게 "야야 인터넷 중독되면 세상을 삐딱하게 바라본데" 같은 식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고, 그것도 '꽤 유명한 뉴스사의 기사에서 읽은 것'이라고 해버리면 신뢰도의 문제도 간단하게 패스.
이런 식으로 매도를 해서는 안된다. 칼을 아무데서나 휘두르면 안되는 것 처럼, 펜/키보드를 아무렇게나 휘두르는 것도 폭력이다. 지구의 개념이 오존층의 구멍으로 빠져나가는데 돕고 계신 일부 몰지각한(일부입니다) 언론인들은 반성해야 할 것이다.
정글고 "낚시의 고수" 중에서...
더욱이 이제는 상당수의 정보 전달이 양방향으로 이루어지게 되기 때문에, 기존의 '일단 할말 던져 놓고 보자'라는 식의 접근은 구미디어의 장기적 경쟁력을 훼손시키는 일이 될 것이다. 속도도 이제는 일반인들이 결코 느리지 않고, 정확성도 이리 저리 검증되기 때문이다.
사실 이 기사를 보고 나서 경악한 나머지 다른 기사들도 줄줄이 보다보니, 상당수의 기사의 질이나 정확도, 심지어 기본 철자들이 완전 엉망이라는 사실에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자신의 일기장인 마냥 마구 써내려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고 일종의 '만만한 안심'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아래 달린 댓글들을 보면서 "이사람들 이 기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단 말인가..."라는 우려가 들었다.
사실 이 문제는 각 분야별로 힘을 가진 다양한 매체들이 건강한 경계를 서로 해주지 못함에서 생겨나는 경우이다. 그리고 그것이 여전히 단방향으로 주요 포털사의 뉴스/미디어 채널 등을 통하여 사용자에게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에 문제는 더욱 심화된다. 개인과 집단의 지성이 활용되지 않는 지금의 형태는, 1) 오래갈 수 없다 2) 그래도 오래가면 우리 모두에게 해롭다 라는 생각이다.
인터넷과 이를 이용하는 사용자 모두가 건강하게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구미디어도, 그리고 이런 구미디어에게 힘을 잘못 실어주고 있는 채널(꼭 어디라고 하진 않더라도)들이 변혁을 하지 않는다면, IT 강국은 IT로 바보를 대량생산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ps. 인터넷 뉴스가 오래 전에
정보 전달에서
엔터테이먼트로 카테고리가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들리던데, 공감하십니까?
묻고 싶은 게 있는데요, 지적해주신 조사내용의 인과관계의 오류(인터넷 중독->세상에 대한 불만족을 유도)와 통계학적 모호함은 언론의 잘못입니까? 아니면 조사를 한 한국정보문화원의 잘못입니까? 그것도 아니면 그 정보를 발표한 한나라당 김태환의원의 잘못입니까?
한국정보문화원이라는 곳에서 잘못된 조사를 한 걸, 한 국회의원이 잘못 인용하고, 언론은 그걸 전달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전달한게 잘못인가요? 누가 가장 큰 잘못을 한걸까요? 아니면 수많은 기사중에 선정적인 기사를 메인에 내세운 N사의 잘못인가요..
한국정보문화원이라는 곳에서 조사를 할 때, 나름대로 합리적인 기준을 정해놓고 조사하지 않았을까요? 또 그 국회의원은 조사결과가 자신의 주장을 합리화하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한게 아니겠습니까?
언론, 정치인, 연구원도 항상 옳은 이야기만 할 순 없고, 잘못된 정보가 전달되기도 합니다. 그걸을 수용할 것인가, 비판할 것인가는 받아들이는 당사자에게도 선택권이 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인터넷중독이 사회성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믿고 있습니다. 또한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과도한 인터넷 사용이 본인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많이 주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연구에서 사소한 오류나 통계학적 모호함이 있다면 신뢰성에 의심을 보낼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조사결과가 100%틀렸다라고 단정지을 순 없다고 봅니다.
그러나 전적으로 언론의 중요성과 책임성, 그리고 구미디어의 변혁의 필요성에는 공감합니다. 자잘한 말 남기고 갑니다.
엇 자기 직전에 댓글이.. ^^;
우선 관심있게 제 졸필을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요즘 시대에 개인 블로그에 누가 길게 주욱 적어놓은 글을 읽는 다는 것은 상당히 힘든일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먼저, 저의 글의 논지는 저 글이 발단이 된 것이지 저 글만으로 모든 구미디어를 일반화하여 비판하고자 함은 아님을 밝혀드립니다.
그리고 전달 과정에 있어서의 어느 단계에서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 가에 대하여, 제 생각은 '아마도' 한 곳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단체로서의 잘못이라기 보단, 중간 전달 과정에서 모든 커뮤니케이션에서와 마찬가지로, 일부분 손실이 발생하기 마련일테니까요. 간단한 예로 TV 연예인 오락 프로그램에서 입모양 만으로 내용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누구에게 잘못이 있다고 말하긴 곤란한 것과 같은 이치라고 생각이 듭니다.
다만, 최종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그 소비자에게 내용을 전달하는 최전방에 있는 구미디어가 가장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는 기업이 소비자에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할 때도 비슷하게 적용되는 논리라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가장 큰 잘못을 정확하게 알아내고자 한다면, 중간 과정에 있는 모든 단계를 백트래킹해가면서 평가 기준을 매기고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정량화 기법으로 각 단계의 잘못에 대하여 수치로 웨이팅을 해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만, 이렇게 까지 하는 것은 주제의 범위를 벗어날 뿐더러, 그다지 유용한 생각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부분에서 책임의식을 누가 가져야할지, 아니면 본인이 짊어지려고 노력하는 것이 맞을지에 대하여 고민해볼만한 문제는 맞다고 생각합니다. 전 외부인이다보니, 결국 제 접점에 가장 근접한 쪽에 시선이 가는 것을 피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국정보문화원이라는 곳에서 조사를 할 때 나름대로 합리적인 기준을 정해놓고 조사했을 것이라는 점에 대하여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 다음 의문에 대하여도 공감하는 바이구요. 다만, 그것이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못한 것에 대하여 안타까움을 느낄 따름입니다. 또한, 저기 아래 이면우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처럼 '개인차원의 합리적인 선택이 모여 사회차원의 비합리적 선택이 되는 현상'은 어느 조직에서나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에서 회의를 할 때도 매우 기발한 생각도 10명이 모여 살을 붙이고 뼈를 깎다 보면 지극히 평범한 생각으로 수렴하는 것 처럼요.
언론, 정치인, 연구원도 항상 옳은 이야기를 할 순 없고, 잘못된 정보가 전달되기도 하는데, 이때 수용할 것인가 비판할 것인가는 당사자에게도 선택권이 있다는 점 역시 합당하신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에는 언제부턴가 무의식에 쌓여오던 문제의식이 이번을 계기로 술자리에서의 안주가 아닌 글로 표현이 된 것 같습니다. 비판을 선택한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걸 '선택권'이라는 단어로 표현하는 순간 내가 거짓말을 할지도 모르는데 속을지 말지는 너가 선택하여라 라고 하는 것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합니다. 정보의 비대칭성과 더불어 매체가 쌓아온 신뢰를 무기로 독자의 심리적 진입장벽이 낮아질 수 있는 상황에서 당신이 받아들인 것은 당신의 선택이므로 책임또한 전적으로 당신이 갖게 된다 라고 하면 무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인터넷 중독이 사회성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아쉽지만 반은 공감하고 반은 반대합니다. 우선 저도 기존의 관점에서 보면 인터넷 중독에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해외 블로그 및 뉴스를 주로 읽어보며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업무를 할때도 컴퓨터와 인터넷을 하다보니 전통적인 관점에서는 지극히 당연하게 인터넷 중독자로 분류될 위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휴대폰을 많이 쓰면 (21세기 초반부터 문제시 되고 있긴 하지만) 휴대폰 중독이라고 해서 사회성이 결여된다고 하지 않는 것 처럼, 인터넷도 하나의 '사회적 매체'로서 기존의 관점에서는 이해나 해석이 힘든 또 하나의 사회성의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오늘날 미국에서 젊은 층에 속해있을 때, MySpace를 하지 않거나 한국에서 싸이월드나 메신저를 하지 않으면 오히려 사회적 활동에서 일부 배제될 위기에 처하는 것 처럼 또 하나의 사회성에 대한 차원이 생겼다고 보는 것이 옳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조사 결과가 100%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은 전혀 아니구요 ^^; 저도 고객 조사나 이런 저런 조사를 여러번 해본 입장에서 그 고초는 충분히 납득합니다.
물론 결정적으로 저도 인터넷 중독 - 여기서 중독은 기존 관점에서의 분류되는 중독이라기보다 말그대로 편협한 사용에서 주체성없이 사용하게 되는, 두뇌로 치자면 중견의지핵(nucleus accumbens)로 인하여 유발되는 중독 - 이 사회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는 동의합니다.
생각할 거리도 많고 만나기 쉽지 않은 좋은 댓글을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쪼록 앞으로도 좋은 채찍질 부탁드립니다.
김규삼의 단행본을 추천해요. 특히 역전시네마.
으음 ;; 뭔가 본듯한 제목인데, 저번에 혹시 추천해준적있는거야?
뭐 난 자동차의 확산으로 인해서 폐암 발생률이 높아진 것부터 해결했으면 하네..ㅋㅋ
일단 대체 에너지부터... 쿨럭
상당히 많은 경우에 좋은 의견의 글이 오해받는 경우가 있죠. 동일한 생각을 가지고도 서로 다르게 말하기도 하구요. 언제부턴가 속도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빨리 판단해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함께 자란것이 아닌가 하네요. 정오의 판단보다는 공감이 중요하다고 생각되요.
근본적인 사고의 공유는 정말 어려운 일일까요?
조금은 답답한 마음으로 글을 남겼습니다.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 근본적 사고의 공유는 제가 접근하기엔 너무 어려운 문제 인것 같아요. 공감이 중요하다에는 정말 공감합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