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적은 자본으로 아이디어의 상품화가 가능해졌으며, 이에 따라 일부 영역에서는 진입 장벽이 매우 낮아졌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급속히 증가한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그 예이다. 특히, 리눅스 관련 소프트웨어 업체와 온라인 게임 업체의 급격한 증가는 이 분야의 진입장벽이 매우 낮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셋째, 산업 표준의 획득이 하이테크 기업의 중요한 성공 조건이 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윈도우(Windows), 오피스(Office) 등으로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나 업계 표준 인터넷 운영체제를 보유한 시스코는 놀라운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넷째, 신기술로부터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인수합병이 증가하고 있다. 하이테크 우량 기업들은 자사의 기술에 대해 지속적으로 재평가하며, 기술 환경의 변화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해 기술보유 기업을 인수합병 하거나 전략적 제휴를 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하이테크 산업의 특성이 점차로 모든 산업으로 전파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따라서 하이테크 우량 기업들의 성공 요건이 점차적으로 모든 기업에 적용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성공 요건 1 : 기업가적 리더십

하이테크 우량 기업들은 대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창립 초기의 기업가적 리더십을 유지하는 방법을 잘 터득하고 있다. 이들은 최고 수준의 인재를 확보하고 승자가 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분위기를 조성하며, 최고 수준의 팀 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회사의 규모를 일정 크기로 제한하거나 운영과 관련된 권한을 해당 조직에 위임하여 의사결정의 분권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구성원들이 회사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지고 기업가적 창의력을 발휘하도록 유인하는 보상체계를 가지고 있다. 특히,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도록 치열한 내부 경쟁을 유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HP는 창업자인 데이빗 패커드의 이상인 ‘HP 방식(the HP way)’으로 널리 알려진 기업이다. HP는 최고 수준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조직적인 채용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특정 대학에 예비채용 전략을 집중 구사하고 있으며, 특정 학과 교수들과 돈독한 교류관계를 형성하는 등 직원 선발 기준에 맞는 학생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학업성적, 문제해결능력, 해당 분야에 대한 관심, 팀 워크 가능성 등을 점검한다. 또한, HP는 막강한 팀 워크로 유명한 기업이다. 팀원들은 운명을 함께 하며, 팀의 업무가 실패하여 중간에 해체될 경우에도 팀장이 각 팀원들의 재배치를 모두 끝낸 후에야 다른 업무를 시작할 수 있다. HP는 각 개별 사업부에 광범위한 재량권을 부여하고 신규사업과 관련된 권한도 해당 사업부에 위임하고 있다. 심지어, 직원들 개인에게도 그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각 사업부와 직원들에게 권한만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따르는 책임도 부과한다. 이는 ‘사업에는 타협을 불허하는 완벽주의’로 나타나고 있다.

시스코는 컴퓨터 네트웍 장비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1991~1995년 중 연평균 매출액 성장율 83%를 기록하였고, 주가가 2,750% 상승하였다. 시스코는 독창적인 인재 선발 기준을 고안하였다. 친우 계획(‘Friends’ program)으로 불리는 시스템은, 믿을 수 있는 친구를 통해 회사의 속사정을 잘 알기 전에는 회사를 옮기려 하지 않는다는 것에서 착안되었다. 시스코사는 입사를 원하는 사람들이 시스코 내에 ‘친구’를 만들 기회를 제공하였으며, 이를 통해 채용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을 현저히 줄일 수 있게 되었다.


성공 요건 2 : 개방적 기술관리

하이테크 우량 기업들은 모든 기술을 자체 개발에 의존하려 하지 않고 개방적인 수단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으며, 고객 수요의 충족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이들은 자사의 핵심기술을 잘 파악하고 있으며, 신기술에 대한 지속적 감시와 확보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기술의 산업 표준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자사의 기술 수준이 낮은 경우에는 핵심기술도 인수합병을 통해 외부에서 확보하고 있다. 비 핵심기술의 경우에는 아웃소싱을 활성화하여 필요할 때 수시로 확보하여 사용하는 유연성을 발휘하고 있다.

시스코는 인터넷 사용 관련 기술들을 통합하는 기술을 자사의 핵심기술로 파악하고, 이 외에 허브나 장치와 관련된 기술들은 비 핵심기술로 명확하게 구분하였다. 이와 더불어, 동종 경쟁 기업들과의 제휴를 통해 경쟁 업체들의 장비에 자사의 인터넷 운영체제를 편입시켰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시스코의 인터넷 운영체제가 업계 표준이 될 수 있었다. 시스코는 또한 적극적인 인수합병으로 유명한 기업이다. 고객이 원하는 장비나 기술을 빠른 시간 내에 제공할 수 없을 경우, 그 기술과 장비를 가진 업체를 인수하여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고객에게 완전한 호환 조작의 편리성을 제공하고 있으며, 가능성 있는 신기술들을 확보하고 있다.


성공요건 3: 경계없는 제품 개발

하이테크 우량 기업들은 회사 내 각 부서들은 물론 고객, 공급업자, 심지어 경쟁업체들과의 장벽까지 제거하기 위해 전심전력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들은 신속한 제품 개발을 위해 제품 개발 관련 내외부 조직과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여 빠른 팀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위해 다기능 팀의 구축, 초기 수용자의 참여, 프로토타입의 활용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이테크 우량 기업들은 고객 가치 창출에 최우선 순위를 두며, 고객 니즈를 기반으로 제품 컨셉을 설정하고 필요 기술을 확보하는 절차를 따르고 있다. 이들은 고객 의견을 경청하고 고객 니즈를 구체화하는데 능숙하며, 자사 제품이 경쟁 제품보다 고객에게 더 많은 가치를 주는 방향으로 제품 컨셉을 선정한다. 이후, 기술과 제조, 유통, 판매 능력 등의 결합을 통해 제품 특성을 구현하고 고객 가치를 창조한다. 이에 비해 일반 기업들의 경우는 엔지니어나 과학자들이 흥미있는 기술을 연구하고, 자신들이 좋은 상품이 되리라고 예측되는 기술을 가지고 시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을 볼 수 있다. 이후 영업부서를 통해 고객 니즈를 파악했다고 생각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향신료 전문 기업인 IFF가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은 고객 니즈의 파악이다. 이 회사는 소비자에 대한 끊임없는 조사와 연구를 통해 정확한 고객 니즈를 도출하고 있다. 실제로, 1995년 소비자의 건강, 편리성, 생활 양식 중시 경향을 파악하고, 이를 제품 컨셉에 반영하여 큰 성공을 거두기도 하였다. IFF는 15년 간의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향료와 그것이 유발하는 감성적 효과를 연계시킨 ‘Mood Mapping’을 개발하고, 개발된 향수에 대한 고객 느낌을 10년 이상 DB에 축적하고 분석해왔다.

하트스트림사는 심장 발작 환자의 소생을 위한 외부용 세동제거기를 생산하고 있다. 이 회사는 심장 발작 경험이 있는 환자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생존율 향상 가능성을 발견하였고, 그들의 제품 관련 니즈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이 회사는 소비자의 니즈인 소형화, 경량화, 간단한 유지보수와 내구성, 사용 편리성, 저렴한 가격 등을 자사의 제품 특성으로 결정했다. 그리고, 이 제품 특성을 구현하기 위해 자사의 7가지 기술을 채용하여 휴대용 저 중량 제품인 포어러너를 개발하였다.


성공요건 4: 규율있는 자원 배분

본 서의 분석 대상 기업들은 모두 희소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위한 사내 규율이 있고, 또 이를 강력히 시행하고 있다. 이들은 치밀한 계획과 철저한 평가를 통해 연구 개발 프로젝트를 선별하여 진행하고, 진행 도중이라도 성공 가능성이 없으면 개발 계획을 취소했다. 또한, 취소된 개발 계획에 참여했던 관계자들을 무조건 문책하기 보다는 실패가 반복되지 않도록 반성하는 조직 학습 과정으로 활용했다. 하이테크 우량 기업들은 연구개발의 불확실성과 의외성에도 불구하고 ‘규율있는 자원 배분’을 적용하고 있다. 저자는 연구개발 투자 시 지켜야 할 다섯 가지 원칙과 ‘규율있는 자원 배분’의 적용을 위한 실행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연구개발 투자의 다섯 가지 원칙은 연구개발과 관련된 다섯 가지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다.

첫째, 성공이 조직의 자만심을 만들고, 이러한 자만심이 조직의 학습을 저해하는 경직화 리스크를 제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장의 반응과 의견을 활용하여 환경의 변화에 탄력적으로 적응해야 한다.

둘째, 과제 수행 중 과제 수익성이 감소하는 시장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 이는 목표 시장의 규모, 성장률, 수익성을 분석하고, 시장 환경과 추이를 지속적으로 파악함으로써 가능해진다.

셋째, 신제품이 경쟁 제품에 비해 고객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경쟁 리스크를 미리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경쟁 리스크는 자사 제품과 경쟁 제품을 비교하여 특정 고객 가치에 잘 부합되는지를 끊임없이 평가함으로써 파악될 수 있다.

넷째, 연구개발 능력의 부족이나 비현실적인 계획으로 낭비될 수 있는 수행 리스크를 제한해야 한다. 과제 단계별 성과 측정 및 진행/정지의 의사결정 기준표를 작성하여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

다섯째, 특정 과제에 자원이 집중되거나 과제의 흑자 실현 이전에 자원이 고갈될 수 있는 재정 리스크를 제한해야 한다. 이는 실패를 고려한 과제 계획의 수립, 중간 단계에서의 처분 모색을 통해 제한될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리스크의 제한을 위한 방법으로 시장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과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 등을 들고 있다. 이에 더하여, 과제 운영에 있어서는 실패를 고려한 과제 계획의 수립, 과제 단계별 성과 측정, 그리고 진행/정지의 의사결정 기준표의 엄격한 적용 등이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위와 같은 원칙에 따라 구체적인 자원배분을 실행하기 위한 실행 단계도 제시하고 있다. 실행 단계는 연구개발 포트폴리오 관련 지식 확보, 과제 평가좌표 작성 및 활용, 과제 실시 계획 작성, 과제별 현금흐름 추정, 과제 단계별 의사결정수(Decision tree) 작성, 연구개발 포트폴리오 가치의 평가, 자원배분 과정의 관리로 이루어진다.

저자는 기업의 기술 혁신 수익률에 대한 평가 지표와 기술 혁신 수익률의 원동력이 되는 성공의 네 가지 조건에서의 실천 상황에 대한 점검표를 제시하고 있다. 기업의 실무자로써 자사의 기술 혁신성을 점검하는 경우 이러한 점검표가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저자가 제시하고 있는 평가 지표들은 측정 가능성과 기준의 명확성에서 문제를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각 기업의 상황에 맞게 활용해야 할 것이다.


시사점

본 서는 하이테크 우량 기업들의 최대 성공 요인으로 급격한 환경 변화에 대한 유연하고 신속한 적응과 끊임없는 자기 혁신을 제시하고 있다. 하이테크 우량 기업들은 환경의 변화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오히려 그 변화를 고객 이익 증진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유연하고 신속한 적응력과 자기 혁신 능력을 잃는 것이 성공적인 기업 몰락의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도 기업의 유연성과 신속성을 유지하면서 기술 혁신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