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살다보면 사람들이 참 박학다식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세상 돌아가는 물정도 잘 알고, 요즘 뭐가 유행인지, 최신 유머, 정치적 논쟁 거리, 예술, 음악, 역사.. 주변만 둘러보아도 이러한 여러 분야에 걸쳐서 참 줄줄 잘 꿰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듯 하다. 또, 그러한 새로운 소식에 귀를 쫑긋 세우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보면서 '이 사람들 참 호기심도 많군' 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반대로 미국에서 살다보면 미국 사람들은 자신이 아는 한 두가지 분야 밖에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인상을 받는다. 세상이 어떠하고 요즘은 뭐가 대세고 그런것에 전혀 모를 뿐더러 자신이 아는 그 한 두가지만 좋아라 하고, 별로 걱정도 고민도 없어 보이는, 때로는 약간 바보스럽다는 느낌까지 받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러한 나의 생각이 바뀐것 같다.
과연 세상은 어떠한 사람들이 바꾼 것일까?
모든 분야를 두루 아는 사람은 주로 깊이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사람이 없다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다보니 정작 하나의 분야의 정점에 서보지 못하니 그 분야의 앞을 내다볼 기회가 없는 것이다. 이게 옆으로 한도 끝도 없이 늘어나다보면 자신의 입맛에 가장 맞고 편한 생각과 자세를 견지하게 된다.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고 평을 하되 정작 그 상황에 대하여 영향을 미칠 수는 없는 위치인 것이다.
말하자면 '사는 요령'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반대로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 밖에 할줄 모르고 그걸 열심히 하려한다. 어느덧 둘러보니 자기가 만들어 놓은 것들, 자신이 바꾼 것들이 그 분야를 이만큼 변화시켰다. 일종의 매니아인 셈이다.
막상 세상을 꾸준히 바꿔온 사람들을 보면 모든걸 두루아는 만물'학사'였는가 하면 그건 아닌 것 같다.
아래의 황우석 교수님의 강연을 보거나, 과거의 사례들을 보아도 세상을 긍정적이라고 생각할 만한 방향으로 이끌어낸 사람들은 결국 순수하게 갈망했던 사람들인 것 같다.
눈치 밥치 다 보면서 여기 기웃 저기 기웃하는게 아니라 자기가 잘하는 것을 꾸준히 공부하고 그 끈을 놓지 않고 이룩한 사람들 말이다.
본인도 막상 흘러들어오는 모든 자극을 다 꼭꼭 씹어 삼키려고 하다보니 소화불량에 걸린 것 같다. 다 나에게 유리하게 비추어보기도 하고, 이것 저것에 흔들리기도 했다.
그러다, 과학밖에 모르는 과학자, 음악밖에 모르는 음악가, 기술밖에 모르는 기술자들을 보며 내심 탄복을 하게 된다. 그래서 저 사람들은 세상을 바꾸어 놓았구나 라며 말이다.
순수한 믿음과 열정, 호기심으로 paranoid가 되어 보자. 결국 하나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사람이 세상을 바꾸는게 아닌가 싶다.
심히 공감하는 말씀입니다.
제가 늘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여기 있네요..
고맙습니다.
결국 얼마나 집단주의 사회냐, 개인주의 사회냐의 문제인 거 같다.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사회. 의식할 필요가 없는 사회가 되었냐 하면 그렇다고 보기 힘든게 아닐까. 내가 무슨 선택을 하든, 얼마의 자산을 갖든, 누구와 만나고 누구와 결혼을 하든, 사회 보편적 척도나 소위 엄마 친구 아들 누군가가 어쨌다는 얘기에 종속적이지 않을 수 있나라고 했을 때 여전히 좀 의문이.. 화학반응 처럼 어느 임계치를 넘는 순간 이 토양도 개성이 인정받는 사회가 되겠지만, 굳이 다 그런거다 기다리라고 한다면, 그냥 자유로운 세상을 선택해서 사는 것도 방법.
젊은순수// 사실 저에게서 사라져가는 부분을 스스로에게 타이른 것이었습니다. 저도 감사합니다.
revo// 그렇긴하지. 양질의 토양에가서 배양하는 것이 때로는 나은 선택인 듯 하다. 그런데 중국은 어떤 사회일까.
이것저것 다 먹으려하니.. 체해버리는.. 자신..
지금의 모습. 휴~
hansclub// 소화하실 수만 있다면 많이 드시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