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tty Studio

기업가정신 & 스타트업, 그리고 기술과 디자인에 대한 곳.

타래 하나.

사람은 커다란 목표를 그리며 살아간다. 그 커다란 목표가 좀 지역에 특화된(?) 성향이 있기 때문에 '로또 대박'에서 부터 '매일 매일 맛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 혹은 '5년 안에 내집 마련' 같은 것들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10년 후의 미래만을 그리며 살 수 없는 법. 우리는 굉장히 미시적인 것들에 쾌감을 느끼며 살아가기도 한다. 당장 하고 있는 게임 한판에서 자신의 기록을 깨는 것, 매주 책을 한권씩 읽는 것, 한달동안 학원에 전출하는 것, 깔끔하게 방을 정리하는 것(이건 꽤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배불리 먹는 것 등. 여러 규모의 행복의 단위이다.


이런 작은 목표 속에는 더 작은 원자와 같은 규모의 쾌감들의 단위가 있다. 그것이 '재미'일 수도 있고, '호기심'일 수도 있고, '관성' 일수도 있다. 아주 귀여운 캐릭터를 가지고 놀면서 크고 작은 반응들을 관찰하는 재미, 혹은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눈 다는 사실 그 자체, 타격감이 좋은 액션 게임을 할때 적을 공격하는 행위, 키보드를 빨리 치는 행위 등 특별한 목적의식이 없더라도 행위 자체, 다시 말해 목표로 가기 전의 미시적 요소 자체에서 느끼는 재미들이 있다.

타래 둘.

개인은 소비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수입이 생기기도 한다. 수입이 지출보다 크면 저축이 된다. 저축이 지갑에서 이루어지기도 하고 (그리곤 재빨리 다시 지출로 전환(?)되기도 한다), 은행으로 가기도 하며, 증권으로 가기도 하는가 하면, 부동산 같은 공간으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그러데 일반적인 개인에게 부동산이나 목돈 마련은 워낙 큰 목표이기 때문에 대부분 커다란 쾌감에 대한 감각이 없어서 그 이전에 중도하차하거나 와해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중간 단계의 보다 작은 쾌감과 재미의 덩어리들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다. 그래서 적금의 형태로 일종의 강제성을 만들기도 하고,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경쟁심리를 불태워보기도 한다. (그게 경쟁이 될지 시기가 될지는 각자 알아서 할 문제지만)


우유를 마시다 든 생각. 요즘 나는 투명하고 둥그런 실린더형 우유 병에 나오는 모사의 우유를 사서 마신다. 이게 은근히 재미(?)가 있다. 둥그런게 클래시컬한 맛도 있거니와, 병에서 따라 마실때 왠지 귀여움(?)도 느껴지고, 마시는 것에 대한 동기부여(?)도 된다. 뭔가 로지컬하게 설명하긴 힘들지만 불투명한 우유팩에 들어있는 녀석들보단 뭔가 좀더 마시게 하는 구석이 있다. (단기적 fad일지 장기적 trend일지는 불분명하지만)

거꾸로 예를 들어 개인에게도 저축을 재미의 결합으로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적인 수집욕이나 단기적 골 달성 욕구, 시각적 재미 등을 결합하여 저축을 게임(?)까진 아니라 하더라도 유인 동기의 결합으로 바꾸는 것이다.

간단한 가계부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자신의 수입-지출 만큼을 투명한 우유통에 우유가 차는 것으로 표현해주고, 이게 어느 정도 액수 이상 차면 다음 통에 채우기 시작하는 것이다. 가상 저금통의 우유적 표현이라고 해보자. 그리고 그 단위가 커지면 우유통들이 쌓여서 수레에 담기기도 하는 식. 아주 작은 시각적 재미를 저축이라는 행위와 align시키는 것이다.

물론 이게 '집을 짓는' 애니메이션 같은 것으로 바뀌어도 재밌을 듯 하다. 문제는 '단기적'으로 목표 달성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주어야 한다는 것인데, 예를 들어 작은 집을 짓고, 액수가 커지면 마을이 생겨난다던가 하는 식으로... 그래서 도시가 완성되면 실제 액수도 자기 집을 살 수 있는 수준이 된다던가 말이다. 물론 중간에 돈을 많이 쓰면 집이 부서진다던가 하는 식으로 충격(?)도 주어야 할 것이고...

그래서...

뭐, 이 이야기의 포인트는 현실성이 아니다.

우리는 눈 앞의 작은 목표는 재빨리 달성하고 쾌감을 찾으려고 하지만, 그 목표가 현실적 감각이 떨어지는 거리에 놓이게 되면 거기 까지 달성하기에는 자기-동기 부여, 성실함, 인내심 같은 고뇌와 노력을 요하는 작업이 수반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다른 형태에서 느껴지는 쾌감을 중간 단계에 집어 넣어서 일종의 '스스로를 속이는' 형태의 동기 부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포인트다.

사람은 꽤나 단기적인 사고의 동물들이다. 위대한 사람들은 거대한 상상력과 원대한 동기를 갖고 일을 추진하지만 일반인들에게 그러한 것을 기대하긴 힘들다. 그렇다고 해서 일반인들이 스스로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고, 그것을 촉진하는 방법도 없진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느끼는 크고 작은 재미들을 찾아서 이를 일반적으로 수행하기 힘든 일들 중간 중간에 끼워 넣어서 본인들이 더 쉽게 재미를 느끼도록 한다면 효과적이지 않을까.

게임을 삶의 productivity랑 연결하는 것. 이상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Lego Warriors" photo by KrassyCanDoIt
"money" photo by highpi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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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bomber 2006.06.09 00: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지다! 근래 봐온 것들 중 가장 재미있는 insight! :-)
    소위 "통장에 돈 쌓이는 재미"를 좀 더 직접적으로 와닿는 재미로 포장하는 방법?

    • BlogIcon Dotty 2006.06.09 04:01 댓글주소 수정/삭제

      생각해보니, 아이들에게 학습 동기를 부여하기 위하여 작은 중간 단계 goal들을 준다던가, peopleware에서 나온 'jelled team'을 만들기 위한 작은 team success들을 설계하라는 것과 같은 맥락인듯 해요. ^^;

  2. BlogIcon Dotty 2006.06.09 02: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성이가 보내준 트랙백 보고 약간은 놀람. 역시 어디선가 누군가 이러한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고 있구나 라는 것. good job Konami! :D

  3. 2006.06.09 12: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옛날 병우유 추억을 떠올리게 하여 소비를 자극하는 것도 있겠지만.. 동신이 말한 그런 이미지의 영향이 더 큰거 같음. 똑같이 투명 패키지를 사용하는데 청량음료, 쥬스류와는 느낌이 다른 건, 우유는 나를 위해 '마셔야할',목적과 동기가 매우 뚜렷한 제품이어서 그런듯. 우유가 줄어드는 모습을 보면 '건강해지고 있구나' 라는 느낌이 들고, 그래서 더 벌컥벌컥 마시게 됨.ㅋ

  4. BlogIcon bomber 2006.06.09 13: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 피트니스 기계에 게임 붙이자는 아이디어는 수년전 부터 나왔었고... (실제로 넥슨에서도 좀 담론화 되긴 했었지... 4년 전 쯤) 난 "통장에 돈 쌓기"가 잼쓸꺼 같은데 말이지... 허허허

    • BlogIcon Dotty 2006.06.09 23:40 댓글주소 수정/삭제

      통장에 돈을 재미있게 쌓으세요~

      라는게 먹힐지도? +_+ 아까 또 잼나는 생각 이것저것 떠올랐는데 비가 오는걸 보면서 하얗게 잊어버렸어요 -_-

  5. BlogIcon 하얀양말 2006.06.11 00: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작은 목표에 집착하는 인간의 잠재의식속에 보다 큰 욕망이 자리잡을 수 있을 가능성......
    우유를 마시는데 재미를 붙였지만 그 뒤에는 기본적으로 우유가 몸에 좋다던가 혹은 몸짱이 된다던가 혹은 피부미인이 된다던가 등의 잠재의식이 자리잡았기에 우유에 재미를 붙일 수 있었을 가능성.
    따라서 저축의 경우, 근본적으로 잠재의식속에 '저축을 통한' 부자가 되겠다는 잠재의식이 있어야 저축이 재밌어 질 것이라는 추정.
    만약 현재 생활에서 나의 저축수준으론 죽었다 깨나도 부자가 되지 못할 거라는 냉엄한 현실을 깨달았을 때는.....?
    저축은 재미가 될 수 없다는 결론.....
    현실적으로 저축을 열심히 해서 본인이 바라는, 꿈에 그리는 이상을 실현할 수 있다고 믿는 순진한 사람은 최소한 작금의 대한민국 경제하에서는 없음......
    By the way, 우유가 동양인인 한국인에게 어떤 효과를 가져올까? 효소 락타아제의 보유비율이 어찌될까?
    현재 미국에 살고 있는 200년전 노예로 팔려온 흑인의 몸속의 락타아제의 비율은 200년간 우유를 마심으로써 얼마나 늘었을까?

    • BlogIcon Dotty 2006.06.11 00:42 댓글주소 수정/삭제

      하핫 ^^ 재미있는 댓글이네요. 감사합니다. :D

      다행히도 사람에게 경제학의 전제에서나 나올법한 합리성은 없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냉엄한 현실에 좌절만 하고 있진 않을 것 같습니다. 세상은 deterministic하지 않으니까요. thanx to the quantoms? :D

      음... 사실 저 우유통 저축은 일일 expense control 정도의 개념으로 하루 하루 지출이 과다한 사람들에게 억제책 정도로 활용될거로 생각하면서 나온 아이디어였는데, 거기서 좀더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사업 아이디어는 약간 다른 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금융상품연계? ^^a

      저 역시도 한국인이 장기적으로 어떻게 우유에 적응해나갈지 궁금한데요, 단기적으로는 얼마전에 나온 소화잘되는 우유를 마시면서 해결해보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 ㅎㅎ

      재미있는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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