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이 나에 대하여 종종 하는 오해 중 하나가 내가 모범생이었을 것이라는 점인데, 사업 시작하고 나서는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옳은 말만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게 아닌가 싶다.
아마도 어릴적 지인들은 잘 알겠지만, 딱히 규범을 잘 따르는 학생은 아니었다. 사실 말썽꾸러기에 가까워서, 오히려 내가 따르고 싶은 규칙과 그렇지 않은 것들에 대하여 약간은 극심한 자기 중심적 잣대가 있었는데, 명확한 이유가 있는 것들은 두말없이 따랐지만, 납득할만한 이유가 없는 규칙들은 앞장서서 반대하거나 제멋대로 휘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던 듯 싶다.
스포츠머리에 대한 단속이 심했던 고등학교 때는 나름 온갓 방법을 동원하여 학교의 3대 장발 중 하나로 군림(?)하였고 (지금 돌이켜보면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지만 엄격한 고등학교에서 앞머리가 턱 아래로 내려올 정도였다. 물론 졸업하자마자 머리를 깔끔하게 잘라서 당시 선생님들을 경악케했다), 그나마 공부하겠다고 몇 군데 등록해본 학원 같은 데서도 정문으로 들어가서 후문으로 나오고 오락실을 가거나 만화방에 가는 일이 비일비재하였으며, 심지어 어떤 방학 특강은 등록해놓고 첫날 이후로는 문에도 안들어가고 항상 놀러다녔던 기억이 난다. (이제와서 반성컨데 재무적으로나 도의적으로 문제가 있는 아들이었음은 분명하다) 수업시간에는 하도 잠을 많이 잔다고해서 붙여진 별명이 "잠신"이었고, 잠자다가 따귀 맞아서 뒤에 가서 서서 더 자다가 혼나서 복도로 쫓겨나서는 아예 바닥에서 누워서 자다가 발길질을 당하기도 했다. (물론 당시에 밤새 게임을 하고 학교에 갔으니 맨정신으로 눈을 뜨고 있을 수가 없었다.)
대학에 와서도 딱히 달라지진 않았다.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낸 결과물이 교수님의 평가와 다를 때는 온갓 수단과 방법을 다써서 기어코 재평가를 받아냈고, 전기공학부에서 컴퓨터공학부로 전과를 했던 과정도 당시에 학교 규정이 비합리적이었던 점(이라고 쓰고 부실한 점이라고 읽어야 할 듯 싶다)을 집요하게 파내어 그것을 근거로 승인을 받아냈다.
Square peg in a round hole 이라고 하던가.
일단 해야한다고 믿고 있는 상황에서 나는 본적도 없는 어딘가에 "정해진 규율"이 있다고 해서 그 상황에서 납득을 했던 적은 없던 것 같다. 자명하게 옳은 일이면 따르는게 맞겠지만, 그냥 어딘가에 누군가가 오래전에 써놓고 그걸 계속 지켜왔다는 건 내 입장에서는 무의미한 관성처럼 느껴졌다.
일단 들어보고 합리적인 WHY에 대한 이유가 있으면 즉시 수긍하지만, 뭔가 당사자가 귀찮아서 그러는 것으로 느껴지거나, 본인도 왜그래야하는지는 모르면서도 "그냥 그래왔으니까.." 라고 말하는 순간 내 머리속에는 신호가 들어온다. "이건 나에게 주어진 문제이구나! 그럼 해결해보자!" 같은 느낌이다.
그러다보니 사회 생활하면서도 이런저런 이슈가 계속 생겨났다. 사회 초년 당시의 회사 입사 과정이라던가, 연봉협상에서의 해프닝, 홈페이지 아르바이트, 개인사업자 시절 등 대부분의 경우에서 참 이래저래 예외들을 많이 만들어내고 많이도 토론(말싸움?)하였던 것 같다. 나에겐 모든게 문제로 느껴졌고 (부정적 의미로서의 문제라기보다 호기심이 가는 문제풀이의 의미) 그래서 나에겐 이러한 일들이 무척이나 흥미진진하게 느껴졌다.
지나고보니 관련된 당사자들에게는 매우 피곤한 일이었을 듯 하다. 하지만 여전히 이렇게 살고자 하고 있다. 문제는 해결해야하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시대가 바뀌면 함께 바뀌어야 하는 법이다. 그게 이 세상에 생겨나고 사라지는 수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스타트업"의 존재의 이유가 아닐까 싶어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