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은 이직이나 구인을 고려중이신 분들을 대상으로 막쓰인 글입니다. 그냥.. 그렇다구요. ^^;
요근래 이래저래 구직자 대상 인터뷰를 많이 보다보니 생각보다 사람들간의 인터뷰 역량차이가 크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의외로 사람들이 인터뷰 준비를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이러한 글을 적어보게 되었습니다. 인터뷰를 '왜'하는지, 인터뷰이(interviewee; 면접대상자)가 인터뷰를 들어올 때의 목표가 무엇이어야하는지 명확하게 생각 안 해보신 분들이 많은 듯 합니다. 이 글이 그 분들에게 약간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먼저 인터뷰는 왜 하는 걸까요? 사람을 뽑기 위해서다?...
저는 인터뷰에 대상자가 들어갈 때의 목표는 딱 이거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를 끝마치고나서 인터뷰어가 내심 '아 이사람과 함께 일해보고 싶다. 이 사람이 있으면 뭔가 회사에 기여도 많이 하고, 회사도 나도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아'라는 느낌을 받으면 된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야 그 사람의 스킬도 보고 회사 상황도 보고 하겠지만, 결론은 면접관이 인터뷰 대상자를 '갈망'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첫 번째는 태도이고, 두 번째는 능력입니다.
이 말을 곡해하시지 마시길 바랍니다. 능력이 중요하지 않다가 아니라, '어떻게'가 생각보다 많이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의외로 많은 대상자분들이 실력이 있음에도 이를 충분히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뷰어는 지금 잠깐 만난 사람입니다. 대상자가 표현하지 않고 속에 꼭 꼭 담아둔 마음과 숨겨진 실력을 파악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솔까말, 불가능합니다. 그렇기에 대상자가 그것을 잘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고, 무엇보다 앞서 말한 인터뷰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도 대상자에게서 느껴지는 '태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큽니다.
태도는 긍정적이고, 에너지가 있고, 진솔한 느낌을 주는 것입니다. '뭐든 배우겠다, 해내겠다, 책임감이 있다, 실행력이 있다, 사람이 믿을만하다'라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전반적인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이 중요합니다. 말할 때 상대방의 눈도 쳐다보지 않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던가, 목소리가 기어들어가며 작게 말한다거나, 우물쭈물 말하며 사전에 고민도 안해본 사람처럼 말하거나 하는 경우가 정말, 정말 많습니다. Show your passion! 없으면 그 회사에 지원하지 마시구요.
그렇게 태도를 보이며 자신 안에 담겨진 이야기를 간결하지만 임팩트있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이 자신의 스킬셋일지, 과거 경력일지, 아니면 (신입의 경우) 미래의 가능성과 꿈일지.
태도에 대한 중요성은 정말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러니 좀더 강조해보겠습니다.
"누군가의 태도를 바꾸는 것은 어렵다. 태도를 보고 고용하고, 능력은 개발시켜라."
- 허브 켈러허, Southwest Airlines 대표이사
"It's difficult to change someone's attitude - so hire for attitude and train for skill."
- Herb Kelleher, CEO of Southwest Airlines
자, 이렇게 태도와 능력을 잘 전달하려면, 당연히 미리 고민한 바가 있어야 겠죠.
그래서 '숙제'를 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숙제는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자기가 지원하는 회사, 그 회사의 제품과 고민거리, 경영자, 비전과 가치, 그 회사가 속한 산업의 트렌드와 최근 이슈, 경쟁자들을 파악합니다. 회사에 오면서 그 회사 제품이 뭔지도 모르고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굴지의 대기업이면 자기가 알건 모르건 어느덧 쓰고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예를 들어 "LG이노텍"이나 "두산중공업"에 지원하면서 그 회사의 제품이 뭔지 단번에 알거나 직접 그 회사의 제품을 써본게 무엇 무엇이다라고 말하긴 쉽지 않겠죠. 필히, 숙제를 해가야 합니다. 준비할게 많죠? 그러니 제발 회사 20개에 산탄총처럼 지원하지말고, 딱 산업과 회사를 골라서 3개만 신중하고 밀도 있게 지원하세요. 저격총이되라는 말입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숙제가 있습니다: '너 자신을 알라.'
모든 회사가 대상자에게 깊은 관심을 갖고 질문을 하진 않습니다. 잠시 후에 이야기하겠지만, '미리 결론 내놓고' 보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신에게 들어오는 모든 질문은 '기회의 창'입니다. 그 기회를 하나 하나 알차게 잡기 위해서는 질문에 잘 대답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러기 위하여는 답에 대하여 미리 고민을 해두는 것이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이야기가 길어지면 이력서로 넘어갈 듯 하니, 이 쯤에서 자르겠습니다만, 포인트는 자기 자신에 대하여 잘 고민해두고, 그 내용을 간결하고 인상적이게 미리 정리해두면 좋다는 것입니다.
자, 이제 숙제도 했겠다, 인터뷰 상황에서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하여 짚어보겠습니다.
우선, 인터뷰는 면접관이 나를 평가하는 자리가 아니라 '서로 상대방을 알아가는 자리'라고 생각하는 관점이 중요합니다.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면접관에게 거꾸로 질문을 할 수도 있어야 하고 - 단, 이때 어떤 질문을 어떻게 하는 가도 중요함 - 그 속에서 자신이 회사와 어떻게 잘 맞을지, 혹은 맞지 않을 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대기업에 수천명의 면접을 볼 때 이런저런 질문을 마구 날리면 면접관이 피곤해해서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도 없진 않지만, 그렇게 해서 못들어갈 곳은, 들어가서도 즐겁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면접관이 "아 이사람은 정말 우리 회사에 관심이 있긴 있구나" 라는 느낌을 받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회사에 대하여 이것 저것 '흔쾌히' 대답하도록 할 정도의 질문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건 정말 중요합니다: 제발 질문에 대답하세요. ANSWER THE QUESTION!!!
인터뷰를 보다보면 질문을 한 것에 대하여 명확하게 답변을 하는 사람이 10명 중 2~3명 남짓 합니다. 대부분, 서론이 길어져서 원래 질문이 뭔지를 잊고 다른 이야기로 흘러가거나, 질문을 잘못 파악해서 엉뚱한 대답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긴장되기 때문입니다.
간단하게 "왜 우리 회사에 지원하셨어요?"라고 물어봐도 "이 산업은 이래서 매력적이고.. 제가 이런저런걸 좋아하는데.." 라고 답변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얼핏 보면 저 답변이 왜 잘못되었지? 싶을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면접관은 "해당 산업"을 묻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 산업 중에서도 왜 하필 우리 회사"를 물어본 것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질문에 잘 대답하려면 1) 질문을 먼저 제대로 경청한다. 2) 질문에 대한 답부터 말한다. 3) 그리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 지 말한다. 이른바 "answer-first" 접근입니다. 그러면 왠만해서는 답변이 삼천포로 빠지는 일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간결하되, 임팩트 있게!
인터뷰의 현실적인 한계는 한 평생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이, 갑자기 1시간 남짓한 시간에 상대방을 모두 이해한 척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심리학적으로는 엄청난 장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첫인상'입니다.
다들 '첫인상이 중요하다' 같은 말은 서점에 널부러진 책표지들에서 많이 보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큰 차이를 불러 일으키는지는 실로 무서워 덜덜 떨릴 정도입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해외의 모 대학교에서 학생들로 하여금 교수의 강의를 평가하도록 하였는데, 한 그룹에는 몇 시간 짜리 강의를 보여주고, 다른 그룹에는 몇 십분 짜리, 다른 그룹에는 심지어 몇 초만 보여주었는데, 그 교수에 대한 강의 능력 평가가 거의 동일하게 나타났습니다. 즉, '강의 능력'을 평가하라고 하였지만, 사실 사람들은 그 교수에 대한 '첫인상의 느낌'을 강의 능력과 동일시 하였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또한 예전에 McKinsey라는 전략컨설팅 기업에 방문하였을 때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한 컨설턴트가 학생들에게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들려주며, 고객사와 함께 있는 회의실에서의 존재감을 늘리는 방법에 대하여 알려주었습니다. "똑똑한 질문을 한다?" "명쾌한 결론을 내린다?" ... 의외로 해답은 간단했습니다. "살을 찌워라" 그 컨설턴트는 젊었을 때 워낙 말라서 고민이 많았는데, 왜 사람들은 내 말을 잘 안들을까, 왜 나는 존재감이 적을까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혹시나해서 살을 찌웠는데, 자신을 대하는 상대방의 태도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의외로 해법은 이렇게 '원초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외모도 큰 변수입니다. 잘 웃고 호감이 가는 인상과 '함께 일해보고 싶을' 가능성은 잘 웃지도 않고 불쾌해지는 인상보다 훨씬 유리합니다. 현대의학이 눈부시게 발전하여 이러한 부분에 상당히 기여(?)를 할 수는 있겠지만, 좀더 기본적으로 잘 웃고, 긍정적인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자세와 표정에 신경쓰고, 그리고 단정하고 깔끔한 느낌을 주도록 복장과 피부, 머리카락 등에 신경쓰시는 정도여도 이러한 변수는 잘 통제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요즘은 면접관들도 외모에 흔들리지 않도록 신경쓰는 경우도 많이 있으니, 그나마 안심입니다.
인간의 두뇌는 몇백만년 동안 외모를 가지고 상대방을 판단하도록 훈련되어 왔습니다. 아무리 현대 문명이 발전하였어도 고작 최근 수백년가지고 몇백만년의 결과를 뒤집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외모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퉁퉁하고 눈꼬리가 내려간 사람은 "후덕하고 인간미가 있어 보이나 똑똑하진 못함", 마르고 날카로워 보이는 사람은 "똑똑하고 문제해결 능력이 뛰어나나 인간미가 떨어짐" 같은 꼬리표는 우리에겐 일상입니다. 이는 TV나 영화를 볼 때의 배역을 보면 잘나타납니다. 우리가 전형적으로 갖고 있는 편견에 부합하는 인물을 배치하여 "공감과 몰입"을 유도합니다. 그리고 같은 원리로 이러한 편견이 인터뷰에서는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첫인상을 나름(?) 극복할수 있는 방법도 있습니다. 바로 레퍼런스나 의미있는 분으로부터의 추천서입니다. 경력자의 경우, 자신이 인터뷰를 잘 못하는 편이지만, 실제 업무에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는 분은 이력서 하단에 자신과 함께 오래 일한 상사 1명과 동료 1명 정도의 연락처를 적으셔서 레퍼런스로 활용하라고 하시면 좋습니다. (물론 해당 상사와 동료에게 미리 양해를 구해야 하고, 또 이런걸 부탁할 수 있을 정도의 신용을 쌓아두셨어야 합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많이 쓰이는 방법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쉬쉬하며 몰래 뒤로 캐묻기도 하죠. "내 친구중에 저 사람 과동기 있는데, 어떤지 물어볼게" 라던가 "친구가 저 사람과 같은 팀에서 일했다는 데 한번 물어봐줄까?"... 결국 이런걸 투명하게 하자는 것입니다. 같이 1년에서 3년 정도 밀도 있게 일했던 상사 입장에서, 그리고 동료 입장에서 느끼기에 어떠했을 지는, 1시간 짜리 인터뷰보다 정확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의외로 우려가 되는 부분에 대한 커멘트도 잘 받을 수 있습니다. 스스로만 떳떳하다면 이를 활용하시면 좋겠죠. 또한 본인이 경력직이 아닌 경우에는 같이 연구소에서 있었거나 수업을 많이 들었던 교수님에게 추천서를 받는 것도 방법입니다. 다만, 형식적인 추천서가 아니고, 정말 그 사람이 자신의 신용과 브랜드를 내걸고 써줄 수 있을 정도로 진솔하고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추천서여야 합니다.
자, 글이 너무 길어졌으니 슬슬 마무리를 하겠습니다.
면접관에게 '함께 일해보고 싶다'는 느낌을 '각인'시키는 방법은 결국은 차별화입니다. 기억에 남기는 것입니다. 그것도 '이상한' 방법이 아니라 의미있는 내용이어야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회사에 먼저 찾아가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자기만의 생각과 아이디어, 구체적인 실행 방안과 기대 효과를 미리 준비하시고, 접근 방법에 있어서 세련되고 프로페셔널하되, 열정적인 방법을 찾아내 시도해 봅니다.
그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연결점을 (어떻게 해서든) 찾아내서 자료를 가지고 질문도 하고, 산업과 회사에 대한 관심을 보이라는 것입니다.
제가 썼던 방법을 하나 알려드리겠습니다. 제가 예전에 엔씨소프트에 입사할 때, 다짜고짜 회사를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정장만 입고 고객 센터에 쳐들어가서는 "이 회사에서 일하려면 어떻게 하면 됩니까?"라고 상담원에게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아이템 복구해달라고 찾아오는 고객 센터에서 황당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행히도 그 상담원은 (상당히 당황해하면서) "그..그건 인사팀과 사전에 약속을 잡으셔야..." 라고 답을 주셨습니다. "그러면 인사팀과는 어떻게 약속을 잡나요?"... "음.. 전화로 말씀을 하시면 될 것 같은데요.."
전 바로 그자리에서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다시 상담원이 받으시더군요. 그 상담원에게 구구절절 설명을 했더니, 인사팀으로 연결을 해주셨습니다. 물론 인사팀에서는 "회사 웹사이트에 온라인 인재풀이 있으니 이력서를 넣어주시면 저희가 검토를 하여..." 라고 하셔서 "이력서는 물론 넣었습니다. 하지만 언제 회신이 올지 모르고, 저는 이 회사에서 꼭 일하고 싶어서 기회가 된다면 잠시라도 말씀을 나누어 보고 싶습니다"고 강경하게 주장을 했습니다. 결국에는 인사팀장님과 연결되어 10분 남짓 전화로 통화하다가 내려오셔서 그 자리에서 1차 면접을 봤습니다.
다행히도 2일 안에 전화를 주셔서 자리가 있다고, 일해볼 생각이 있으시냐고 하셨고, 그렇게 하여 저와 엔씨소프트가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한 1년 즘음 되어 인사팀장님과 식사를 같이 할 기회가 있었는데, "팀장님, 그때 왜 절 뽑으셨어요?"라고 했더니 "내가 회사 생활은 좀 했는데, 동신씨 같이 그렇게 다짜고짜 찾아온 사람은 처음 봤거든. 일단 뭐라도 맡기면 하겠지 싶었어" 라고 하셨습니다. (그때 어찌나 감사하던지 ㅜㅜ;; )
사실, 당시 저는 철없고 사회생활에 대한 개념도 없는 청년이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당시의 별생각없이 한 행동이 뜻밖의 기회와 인연을 만들어 주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아마 이 회사가 아니였다면 저는 '기업 활동'에 대하여 배우지 못했을 거고, '창업'을 할 생각도 못했을 것 같습니다.
자, 요약 정리입니다:
아침부터 긴 글 쓰니 혈당 떨어지는 듯 합니다.
모두 즐거운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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