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tty Studio

기업가정신 & 스타트업, 그리고 기술과 디자인에 대한 곳.

"A million dollars isn't cool. You know what's cool? A billion dollars." - 영화 Social Network 중

A billion dollars company. 시가총액 1조원이 넘는 회사를 부르는 말이다.

회사가 만들어낸 의미를 돈으로 표현하긴 어렵지만, 회사가 가진 다양한 영향력의 규모나 영속성에 대한 기대는 시장에서 돈으로 환산이 된다. 그게 바로 시가총액이다.

자, 그러면 이러한 a billion dollars company는 어느 정도의 실적이 나와야 가능한걸까? 산업마다, 또 경기마다 다르겠지만 오늘은 미국 IT/소프트웨어 산업의 관점에서 간단히 살펴보자.

먼저 PER(Price-Earning-Ratio; 주가수익비율)라는 개념만 알면 쉬운데, 간단히 말하자면 이렇다: 한 회사가 시가총액이 1,000억원인데 PER가 10이라면, 그 회사의 순이익은 100억원이라는 소리다. (1000 / 10 = 100) 즉 시가총액을 그 회사의 순이익으로 나눈 비율, 혹은 원한다면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비율을 의미한다.

A billion dollars company = 시가총액 1조원이라는 의미고, 미국에서 IT/소프트웨어 산업의 PER가 20정도로 가정해보면 (애플 20, 구글 23, MS 11, adobe 23 등) 순이익은 500억원이 되면 된다. 순이익이 500억이 되려면 세율 30%로 가정하면 715억원의 영업이익이 나와야 한다.

영업이익률을 25% 정도로 가정하면 (페이스북 30%, 구글 29%, 애플 28%, 징가 47%!) 매출액은 2,860억원이 나와야 한다. 계산상의 편의를 위하여 매출액을 3,000억원으로 가정해보자.

이제 일반적인 B2C의 수익 모델의 관점에서 살펴보자:

1) Subscription 모델 (이통사나 인터넷에 달달이 납부하는 거)

  • 가정 #1) 온라인 게임 유형: 1명의 고객이 월 27,500원을 납부하는 모델이라면 약 1백만명의 유료 가입자를 확보하면 된다. 1백만명 유료 가입자 확보하려면 일반적인 광고는 물론이고 전단지와 텔레마케팅, 그리고 대기업이라면 임직원을 활용한(?) 영업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 가정 #2) 미국식 SaaS 기업 고객 유형: 1명 계정당 월 $4.99 정도가 든다고 하면, (편의상 환율은 1,000 KRW:1 USD) 5백만명의 유료 가입자를 확보 하면된다. 한 기업 평균당 100명의 계정을 등록한다고 하면, 5만개 기업이 가입을 해야한다. 갑자기 어렵게 느껴진다. (5만개 기업을 영업하라고?!) 온라인 광고가 있으니 조금 안심은 된다.
  • 단점은 subscription의 평균 구매 단가를 훨씬 상회하는 우량 구매고객을 만들 수는 없지만, 장점으로는 BM의 특성상 한번 가입한 고객은 잘 이탈하지 않는다.

2) Free-to-Play 모델 (부분유료화형 게임)

  • 가정 #1) 유저들이 공짜로 게임을 하고, 그 중 2% 정도가 돈을 낸다. 그리고 돈을 내는 유저들은 평균적으로 월 2회를 구매하며, 매번 구매할따마다 1만원 정도를 쓴다. 그러면 ASP(average-selling-price)가 1만원이고 월 2회이니 ARPPU(average-revenue-per-paying-user)는 2만원이 된다. ARPU는 따라서 2만원 * 2%가 되어서 ARPU는 400원이 된다. 이는 월 액티브 유저가 6천2백50만명은 되어야 한다는 소리이다. 우리나라에서 월 액티브 유저 6천만명을 모을 생각이라면 행운을 빈다.
3) Commission 모델 (전자상거래형)
  • 가정 #1) 사람들이 옷을 사는 가게를 인터넷 쇼핑몰의 형태로 열었다. 평균적으로 옷은 배송비포함 6만원 정도 한다. (곁다리 이야기지만, 세상에 무료 배송이란 없다. 그냥 가격에 미리 반영시켰냐 아니냐의 차이다. 세상에 어떤 물류회사가 자동차값, 기름값 내가면서 무료 배송을 해주겠나. 물류업체 사장이 쇼핑몰업체 사장과 사랑에 빠져도 쉽지 않다.) 구매하는 사람이 평균적으로 월 1.5회의 옷을 산다고 하자. 그리고 타게팅이 잘 된 옷가게다보니 방문객 중 구매 전환율은 15% 남짓하다고 하자. 그러면 매달 약 28만벌의 옷을 팔아야 하며, 월 액티브 유저가 185만명의 쇼핑몰을 운영해야 한다. 매달 28만벌의 옷을 팔려면, 생산관리 및 재고관리와 물류/유통에 대한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필요할 것이다.
  • 가정 #2) 엄청 타게팅된 니치 마켓을 한다. 예를 들어 고가의 악세사리. 평균 구매가격은 30만원. 월 1회 구매. 구매 전환율 20%! 월 8만5천개를 팔아야 하고, 월 42만명의 액티브 유저가 있으면 된다. 대부분의 경우에 이러한 구매 가격과 전환율은 꿈의 숫자일 것이다.

이 외에도 다양한 BM들이 있다. B2B로 풀어내는 딜(예를 들어, 캐릭터 로열티/라이센싱, 검색엔진이 탑재된 브라우저나 툴바가 유저 설치당 받는 수익 등)도 무궁무진 하다. 하지만 일반적인 consumer 대상 수익 모델로 a billion dollars company를 만드려면 무엇보다 시장을 잘 골라야 한다. 예를 들어 위에서 2번에서 본 free-to-play모델에 의하면 한국 만을 시장으로 하는 경우에는 a billion dollars company를 만드는 것은 요원해 보인다. 

그래서 a million dollars company는 주변에 많아도 a billion dollars company는 회소하다. 왜냐하면 우선 커다란 시장에서의 커다란 share를 확보해야하기 때문에 선택과 전략적 단계들이 모두 달라지기 때문이다. 두 기업의 길이 연속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성공한 쇼핑몰이 2천억 valuation에서 cap에 도달할 경우(local optimum), 이걸 5배로 성장시키려면 기존 것을 좀더 잘하는 것으로는 힘들고 새로운 시장 - 해외 혹은 다른 상품군 등 을 개척해야 한다는 소리다. 진입장벽이 완전히 다를 수도 있지만 다행히도 이러한 레벨에서 플레이하는 경쟁자의 수는 좀 적을 것이다. 경쟁자가 없어도 잘하기에는 충분히 어려운 시장이라는 소리이다.

커다란 임팩트를 만드는 B2C 회사로 키운다는 것은 숫자로만 살펴봐도 실로 참 어려운 일이다. 기업이 꼭 커지는게 성공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커다란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크고 힘들어보이지만 현실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는가가 매우 중요한 역량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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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ng Yoon Lim 2011.02.28 00: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형~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죠?

    이렇게 시가총액 구조에 대해서 mechanical하게 생각하는거 형다운거 같아요. :)

    Mechanics를 알아도 정말 잘 실천해내기가 어려운거 같아요. 그쵸?

    아무튼 화이팅입니다!

    • BlogIcon 김동신(dotty) 2011.03.02 04: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ㅎㅎ 이 정도가 메카니칼(?)하다니 곤란해~~

      미국에 와서 느끼는건 아직은 한국이 참 로지컬하지 않은 나라구나 싶다. 로지컬 씽킹에 대한 기반이 많이 부족한 문화여서 우리가 좀 더 많이 분발해야할 듯!

스탠포드의 팜드라이브 전경

오늘은 예전에 파프리카랩에서 인턴을 하다가 스탠포드로 유학온 후배랑 그의 친구들을 함께 만나서 이야기를 들었다. 당장 창업에 관심있는 친구들도 있고 뭔가 하려고 하는 그 열의가 대단했다. 그런데 개인적 차원이 아니라 학교 전체적으로 (특히 CS - Computer Science나 GSB/MBA쪽은)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상당한 듯 하다. 창업과 관련된 수업이 정말 다양하게 있는 것은 물론이고, 직접 현장에서 유명한 기업가들이 멘토로 참여를 한다. 진행하고 있는 교수 중에도 속칭 “빌리어네어”도 있다.

방학 중 인턴도 당연히 쿨한 스타트업이 아니면 쿨한, 그렇지만 약간은 커진 기업들에서 하려고 한다. 그리고 학생들이 뭔가 좀 할법하면 수업에 참여한 멘토들이 바람을 잡는다. 수업 프로젝트 팀들 중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야야, 돈 걱정하지말고 한번해봐 내가 지원/투자해줄게”라는 식이다. 학생들도 조금이라도 뭔가 가시적이다 싶으면 바로 VC에게 pitch를 하러 다닌다. 심지어는 유행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서 별것 없어보이는 애들도 너도나도 스타트업을 외치고 다닐 정도라고 하니 부작용을 걱정해야할 판이다.

세계적인 디자인기업인 IDEO를 창업한 David Kelly의 집에 놀러도 가본다. 이 사람도 자동차 매니아라서 차고가 엄청나게 많다보니 투어시켜주는데 그 안에 포르셰와 클래시컬한 것부터 최신식에 이르는 다양한 차들이 꽉꽉차있다고 한다. 지금 수업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후배들의 멘토는 전직 Pixar CTO라고 한다. 같이 참여하는 다른 멘토 중에도 이미 성공해서 한번 exit를 하고는 두 번째 기업에서도 자신의 지분 가치만 수백억원에 이르는 규모의 기업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개인자산이 100억원이 넘는 사람들도 계속 창업을 새로 또 하고, 그러면서도 어께에 힘주고 다는게 아니라 면도도 안하고 츄리닝 바람으로 바삐 다닌다.

자리가 없어서 앉기 힘든 칼라피아 카페. 업계 유명인들이 많이 온다.

이렇게 후배들과 스타벅스에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옆자리에 어디서 본 듯한 아저씨가 와서 앉는다. 헐렁한 청바지에 운동화, 방금 전에 회사에서 나와서 커피한잔 하러 온 듯한 분위기의 아저씨는 아이패드를 꺼내서 뭔가 가지고 노는 듯 하다. 그는 현재 잡스의 공석을 대신하고 있는 애플의 COO이자 CEO대리인 팀쿡(Tim Cook)이다. 주변 손님들도 별로 신경도 안쓰는 듯 하고, 그나마 커피를 찾아갈 때 어떤 아가씨가 알아봤는지 가볍게 인사를 하는 정도. 만약 용기있는 젊은이가 있다면 당장 가서 elevator pitch라도 하고 싶을 테지. (어쩌면 그는 아이패드2를 가지고 놀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한국에서는 중견기업의 사장만해도 (어떤이유이건간에) 이렇게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동네 카페 주차장에는 시커먼 에쿠스나 제너시스가 아니라 아우디 R8 V10이나 포르셰 카레라 4S 등이 즐비하다. 하지만 아무도 누군가의 눈치도 보지 않는다. 그리고 그걸 질투와 시기로 바라보는 시선도 없다. 그나저나 팀쿡 아저씨의 차는 BMW 650i가 맞는 걸까? 일단 주차장에 "의전용" 차량은 없었다.

물론 환경만 좋으냐? 그런 것은 아니다. 이곳의 학생들은 남다른 끈기와 근성, 그리고 창의성 및 실행력도 평균적으로 매우 높아 보인다. 후배도 간밤에 과 프로젝트로 밤을 꼴딱 새우고 (흔히들 하는 것처럼 밤새고 아침에 자서 점심경에 일어나는게 아니라, 정말 안 잔다) 아침에 마이크로소프트에 면접을 보러갔다가 오자마자 또 다른 과제 하나를 후다닥 마무리하고 바로 공항으로 나를 마중나와서, 하루 종일 나와 이야기도 하고 다른 기업가 친구도 소개받아 만나고, 또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친구/후배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밤에 또 학교로 프로젝트를 하러 가서, 새벽 6시가 된 지금에도 학교에서 일을 하고 있다. 이 후배가 참고로 서울대학교 전기과에서는 거의 과탑을 하던 친구인데, 실력이나 성격이나 유머감각이나 정말 떨어지는게 없는 아이다. 그런데 여기와서는 (이 친구가 겸손을 떤 것도 있겠지만) ‘정말 잘했다’ 싶으면 평균 정도고, 이건 ‘진짜 모두를 압도할만큼 적수가 없다’싶으면 평균보다 조금 높은 정도가 된다고 한다. 특히 CS쪽은 백인들이 많은데 정말 뛰어난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이 친구가 “정말 잘한다”라고 하면 어떤 사람일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상상이 간다. (아쉬운 점은 기계나 다른 전공쪽은 한국인이 좀 있는 편인데 CS처럼 실리콘밸리의 "꽃"에 해당하는 과에는 한국인이 거의 없다는 점.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미국의 핫한 스타트업들에는 중국인이나 인도인은 많은 반면 한국인이 거의 없다고 한다. 참 아쉽다.)

이 후배만이 아니라 후배의 룸메이트도 방금 전까지 같은 식으로 밤을 새우고 나서도 계속 밖에 있다가 새벽 3시 즈음에 집에 와서 씻고는 잠시 눈을 붙이고 있다. 85년생인 이 친구도 이미 이전에 창업 co-founder의 경험이 있고, 지금 또 새로운 스타트업을 준비하려고 백방으로 뛰고 있다.

이런 게 예외적인 경우로 받아들이는게 아니라, 언제든 이렇게 할 수 있고, 괜시리 자기 밤샘했다고 생색낼것 없이 당연히 해야할 때는 해야한다는 마음가짐이 널리 퍼져있는 듯 하다. 납기일이 다가와서 압박을 하는 클라이언트가 시켜서도 아니고, 상사가 지켜보고 있어서도 아니다. 내적동기만으로도 고도의 집중력과 책임감, 그리고 자기관리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도 “학구파”와 “창업파”처럼 성향이 나뉘기도 한지만, 일단 CS 졸업생의 20%는 창업을 할 정도고 또 30%정도는 핫한 스타트업에 합류할 정도라고 하니 할말이 없다.

아마 세계에서 지적능력의 평균선이 가장 높은 곳 중 하나일테지만, 의외로 성격들도 시원시원하고 좋다. 긍정적이고 눈빛이 빛난다. 젠장. 이건 뭐 정말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러한 좋은 환경에서 이렇게 뛰어난 아이들이 무한한 기회 앞에서 끊임없는 자극과 고민, 그리고 실행을 거듭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국가차원에서 질투가 나지 않을 수 없다.

Nvidia창업자 Huang이 기부하여 지어진 공학관. 스탠포드의 900만평이 넘는 부지에는 이런 건물들이 많다고 한다. (참고로 캠퍼스가 좀 크다고 알려진 서울대가 50만평 정도라고 한다)

아마도 창업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이고 미국에서 할 정도의 여력이 되는 사람이라면 실리콘 밸리와 스탠포드, 바로 이곳보다 나은 환경이 아직은 세상에 없을 듯 하다. 한국이 이렇게 되려면 일단 성공한 기업가들이 발벗고 나서야하고, (최근 지어진 스탠포드 R&D센터도 Nvidia창업자의 기부로 지어졌다) 적극적 멘토링과 엔젤투자 (그리고 정부차원에서는 엔젤투자 세제혜택), 그리고 정부와 VC 및 부모와 주변 친구들(중요하다)의 열린 마음(솔직히 몰라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한다)이 있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학교들도 어설프게 하지말고 제대로 기업들과 협업하여 기술을 개발하고 상업화하는데 노력해야할 것이다. 개선의 여지가 많고 할 일이 많다는 건 좋은 일이다. “우리애가 똑똑한데 공부를 안해서..” 같은 핑계는 더이상 댈 것 없다. 똑똑하면 공부를 하면 되는거고, 공부를 안하면 안 똑똑하니만 못하다. 이제 우리도 대한민국의 잠재력을 잠재력으로만 놔둘게 아니라 실천해서 현실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싶다.

대한민국의 기업가들이어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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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att.Woo 2011.02.27 02: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 실리콘밸리에 가셨군요!
    진님께 안부 좀 꼭 전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팀쿡님과 대화도 하셨는지 궁금하네요!

  2. BlogIcon 유지형 2011.02.28 09: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정말 잘 봤습니다. 얼마 전 샌프란시스코 놀러가면서 스탠포드를 무작정 둘러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하하;
    정말 부럽고 탐나는 문화입니다 :)

  3. 상영 2011.02.28 15: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형,
    미국 잘 다녀 오셨는지요?
    Stanford의 열정이 정말 부럽고 저도 느껴 보고 싶네요!

    많이 느끼고 온 뜻깊은 trip 이셨네요.

  4. 오종관 2011.03.01 14: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안에서도 그들의 열정이 느껴집니다!
    저도 다시 한번 그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네요.
    정진이 형은 그 곳에서도 열심히 살고 계시는 군요!

  5. 김 영 채 2011.03.03 23: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번 여행에서 좋은 것 많이 보고 배우고 느끼고 있네!
    앞으로는 실천할 일만 남았으니 정진! 또 정진!!!

  6. BlogIcon 박건태 2011.07.18 18: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가 우리 학교가서 push 좀 하렴.^^

  7. BlogIcon 백산 2012.03.17 02: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음에 또 오면 꼭 연락주세요
    GSB구경시켜드릴게요. 형글은 뭘 읽어도 너무 재밌네요

좋은 하키선수는 퍽이 있는 곳에서 경기를 한다.
훌륭한 하키선수는 퍽이 있을 곳에서 경기를 한다.
- 웨인 그레츠키

A good hockey player plays where the puck is.
A great hockey player plays where the puck is going to be.
- Wayne Gretz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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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다소 거룩해보이지만,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약간이나마 나은 방향으로(그렇게 믿고 싶네요) 변하게 된 계기를 적어보고자 합니다.

1. "핑계없는 무덤이 없다" - 과연 이 세상은 누구의 책임인가

때는 고등학교 1학년. 당시 나는 혈기왕성하고 잔머리를 많이 굴리던 아이였던 듯 하다. 물론 스스로 잔머리꾼이라고 생각했을리는 없고. 

하루는 학교에서 무언가 일을 저질러서 교무실에 불려갔던 기억이 있다. 당시의 담임선생님은 교련담당이었다. 과목 이미지부터가 빡빡했다. "이 선생님은 나를 안 좋아하나보다" 싶었다. 교무실에 나를 불러놓고 무언가 시킨 것을 왜 안해왔는지를 물었다. 그래서 이런저런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하였던 것 같다. 그런데 그분이 씨익 웃으시면서 하는 말씀이 가관이다.

"저어기 차를 타고 한참 가다보면 공동묘지가 나오는데, 거기에 사람들이 잔뜩 누워있어요. 거기 누워있는 사람들을 한명 한명 일으켜세워서 물어보면 저 마다 나름의 이유가 다 있어요. 한명 한명.. 한명 한명.. 다.. 다 핑계가 있어요."

분명 나에게는 합당한 이유가 있었고, 누가 들어도 이건 내 책임이 아니라는 사실이 자명하다고 생각했다. 당시에 그토록 억울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아마도 그래서 기억에 강렬히 남아있나보다. 그런데 그로부터 한참이 지나 어른이 된 지금은 그 말을 돌이켜보면 한명의 어른의 눈에 그 고등학생이 어떻게 비춰졌을 지 약간은 느껴진다.

시간이 흘러 대학교 동아리 시절. 나름 꽤 심한 헌신(commitment)을 요구했던 모임이었던만큼 물리적, 시간의 투자가 컸다. 그런데 모임을 주최하는 입장이 되어보면 항상 신기하게도 사람들마다의 일관성이 드러나는 듯 하다. 그 때 모 선배가 모임에와서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여러분... 많이들 바쁘시죠? 학교 과제도 해야하고, 수업 팀모도 나가야하고, 부모님과 식사도 해야하고, 여자친구도 만나야 하고, 오다보면 차도 막히고, 지하철이 고장나기도 하고... 많이들 바쁘실 거예요.

이렇게 늦고, 빠지고 해야할 상황을 곰곰히 놓고 보면 분명 누구나 비슷하게 일어날 법한 일들이예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항상 늦는 사람이 늦고, 항상 뭔가를 빼먹는 사람이 빼먹고, 항상 뭔가 못해오는 사람이 못해와요. 왜 그럴까요?"

아마도 이러한 일련의 경험이 쌓여오면서, 나름 세상을 바라보는 "프레임"이 형성되어왔을 것이다. 어느순간 사람들의 행동 속에서의 일관성이 신뢰의 기초가 되었고, 그러한 신뢰의 출발은 그 사람이 "책임"의 소재를 어디서 찾는가가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된 듯 하다.

세상에는 책임을 외부에서 찾는 사람과 내부에서 찾는 사람으로 나뉜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은 외부와 내부가 섞여있겠지만, 결국 최종적 책임을 어디서 찾는가가 그 사람의 미래를, 운명을 좌우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모든 문제가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사람은 개선의 여지가 있고 발전할 수 있는 문제를 찾은 것이며, 미래는 성장과 발전의 희망으로 가득하게 된다. 반대로 이 문제가 "이 사람" "이 환경" "이 상황" 때문에 발생하였다고 책임을 가리키는 사람은 결국 자신은 더이상 변할 필요도, 변할 것도 없다고 내심 생각하고 있는 것이며, 이는 더이상 개선의 여지도 없다는 의미이고, 시간이 지나면 남들과 환경에 대한 불평 불만만이 가득하게 된다. 결국에는 누가 행복해지고 누가 불행해질지는 자명한 것이다.

여기서 파생하는 것이 내가 믿는 "불행론"이다. 나는 모든 불행은 "비교"와 "기대"에서 온다고 믿는다.

연인, 차, 연봉, 집, 자식, 부모 비교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는게 사람의 마음이고 여기서 모든 불행이 온다. 자신의 인생의 주도권이 자신에게 있고, 행복과 만족의 기준이 자신의 내면에 있어야지, 그렇지 않고 남들의 인정, 외부로부터의 연봉, 명예, 이런 것에 초점을 맞추는 순간 행복을 유지하기란 참 쉽지 않다. 인생은 항상 상대적이고 순간의 연속이기 때문에 한번의 우위가 다음번의 우위를 보장하지 않으며, 여기에서 행복감을 찾는 순간 끊임없이 번뇌에 시달리게 된다. 나의 행복은 온전히 나의 책임이다. 외부로부터 행복을 찾고자, 혹은 요청을 하여선 안된다.

두번째로 남에게 "기대"려고 하는 마음 속에서 또 하나의 불행이 싹튼다. 스스로의 인생이 온전히 자신의 책임이 아니고, 남에게 덕을 보고자 하는 마음이 드는 순간 불행이 생겨난다. 사실 자기 멋대로 기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그러하다고 믿는 마음, "~~한 관계에서는 당연하다", "이 때는 이 사람이 이렇게 해줘야지~"는 마음 등이 사실은 모두 불합리한 기대이다.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으면 손해보는 것이 없다. 그러면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대할 수 있고, 그러면서도 기대함이 없기 때문에 속상함도 없다. 남이 무언가 도와준다면? 그저 진심으로 감사하면 된다. 물론, 무언가 다시 돌려준다면 상대방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겠지만.

2. "Better than the Best" - 세상에는 분명 내가 모르는 더 대단한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렸다.

중학교 때 처음으로 온라인 게임을 시작하였을 때였던 것 같다. 당시 나는 말하자면 "동네짱"이었다. 어려서부터 1만 시간 이상을 게임에 투자한 바, 주변에서 나보다 게임을 잘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었다. 거만이 하늘을 찔렀던 듯 하다. 그러다 나우누리의 나모모라는 온라인 게임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온라인 대전을 하였다. 몇 시간에 걸쳐 부딪힌 결과는? 참담한 98:11으로 완패. 상대방이 더이상 상대해주기 힘들다고 자러 간다고 했던 듯 하다. 나는 발목을 부등켜잡으며 좀더 붙어달라고 했다. 도저히 인정할 수 없었다. 내가 모르던 세상에 나보다 더 잘하던 사람이 있었다니! 개구리가 우물 밖으로 처음 나온 것이었다.

그 사람 덕분에 나는 온라인 게임에 제대로 불이 붙었고, 1만시간이 10만시간이 되며 결국 듀크3D, 퀘이크2, 퀘이크3, 언리얼토너먼트라는 계보(?)를 거치며 국내대회 1등, 세계대회 3등을 하였다. 그런데 세계대회 3등에서 내가 게임을 완전히 그만둘 계기를 만났다. 세계 2등까지는 어케 대충 하면 될 듯 하였다. 그런데 당시에 세계1등을 하던 플레이어를 보고는, "아, 여기서부터는 재미가 아니라 인생을 걸어야만 이길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깨끗하게 게임 대회를 떠났다. 그 뒤로 간간히 재미로는 하긴 했지만, 더이상 1시간 이상을 할 이유가 없었다.

이건 물론 게임뿐만이 아니었다. 공부면 공부, 대회면 대회, 아이디어면 아이디어, 실행력이면 실행력. 항상 세상에는 어딘가에 나보다 더 어려운 환경에서 더 뛰어난 결과를 내는 뛰어난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이 것이 많은 자극이 되었다. 이 세상 어딘가에는 항상 내가 알고있는 best보다도 더 better한 것이 반드시 있구나! 참 가슴뛰는 깨달음이었다. (지금 보면 참 당연한데도 당시에는 왜이리 놀랐는지..)

그리고 더 놀라운건 아무리 놀라운 일이라도, 분명 어떤 "사람"이 그것을 이루어낸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 사람은 "남들이 정해놓은 규칙"이 아니라 "자신만의 규칙과 필드"를 정의해가며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대부분이 나보다 더 힘든 환경에서 이러한 것을 이루어냈다. 이것이 나에겐 매우 큰 희망이자 꿈이 되었다.

말하자면, 이세상에는 나보다 뛰어난 사람이 항상있지만, 내가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순간 어쩌면 나는 내가 알고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이 세상의 best에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싶었다. 참 어리석으면서도 순수한 갈망이었다. 그 뒤로 각종 위인전, 기업가들의 이야기를 많이 읽었다. 보면 초현실적으로 대단한 사람들이 엄청난 역경을 이겨내는 모습이 많이 있었다. 이러한 모습이 나에게 고스란히 힘을 주었다.

"인생을 걸만한 일을 찾았다" 싶었다. 무언가 흥미진진하고 새롭고 발전적이고 세상을 좀더 즐겁고, 살기 편하게 만드는 그런 일은 얼마든지 있을 듯 싶었다. 그리고 어떠한 분야에 정상에 도달하고 싶다는 그런 갈망이 평생 사라지지 않겠다는 믿음이 생겼다. Better than the Best. 그리고 나서는 Best of the Best.

3. "한 번 사는 인생 기왕이면 제대로 살아보자" - 긍정의 힘이 나를 어디까지 데려가줄 수 있을까?

누구나 사춘기를 겪을 때 돌이켜보면 설명하기 힘든 순간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나에게도 물론 그러한 날들이 있었고 (매우 짧았지만 당시 대한민국에 몇개 없던 PC방으로 가출한 웃지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그리고 나는 엄청난 염세주의에 회의론자였다.

자연과학이 나의 유일한 관심사이자, 호기심의 충족만이 삶의 동력이었다. 궁금한 건 반드시 알아내고 싶어했지만, 아주 약간이라도 "인간사"에 관련되는 순간 급격히 흥미를 잃었다. 이 거대한 우주에서 한낱 먼지, 그것도 사실은 그 먼지가 하나의 나라였고 그 나라에 사는 먼지의 몸에 붙은 먼지보다 작은게 우주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비중이었다는 사실이 엄청난 회의감을 만들어 냈다. 내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그 어떤 위대한 인간이 아무리 커다란 일을 한다고 하여도, 그래 봤자 이 우주에서는 정말 아무런, 아무런 영향력도 없던 것이다. 이 사실이 나를 무척이나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왜 생명체가 굳이 진화하여 생겨난거에 의미를 부여해야할지, 모든 것이 부질없게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날 대학동기였던 염모씨의 멋진집(!)에서 천장을 바라보고 같이 나란히 누워서 이야기를 나누다 잠든 기억이 있다. 이 때 나의 이러한 회의론과 무의미한 인생에 대한 나름의 철학을 열심히 이야기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친구가 그냥 내뱉은 말이 내 마음 속에 꽂혔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내 기억속에 담긴 내용의 골자는 이랬다:

"야..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근데 난 거기에서 돌아왔어. ... (중략) ...

왜냐하면 너가 아무리 그런 생각을 해도, 내일 일어나면 배가 고플거고, 똥도 마려울거고, 심심할거고, 짜증도 날거고, 애들이랑 술먹으면 재밌기도 할거고. 그래서 어차피 죽지 않을거면 한번 사는 동안 나름 이것저것 해보는게 낫지 않아?"

지금 생각해도 참 담담하게도 사실적인 말이었다. 아마 어린 내 마음속에는, 누군가 같은 고민을 해보았고 (아마 적어도 역사속의 수 많은 철학자들이 모두 같은 고민을 한번 씩은 해봤을 듯 하다) 그리고 나름 그 속에서 의미나 탈출구(?)를 제시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듯 하다. 신기하게도 이 다음날 일어나서는 기분이 상쾌했다. 무언가 풀지 않아도 될 문제, 어쩌면 해답 자체가 없던 문제 - 인생의 본질적 의미 - 라는 것으로부터 해방된 기분이었다.

이렇게 나의 사춘기의 방황은 친구와 대화로 깨끗이 종결되었고, 그 뒤로 나는 "인간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 뒤로 경영학, 경제학, 심리학, 인지과학, 사회학, 역사 등에 처음으로 관심이 가기 시작했고, rest is history다.

이 자그마한 말 "한 번 사는 인생 기왕이면 제대로 살아보자"는 어느 순간 내 마음속의 기둥이 되었고, 그 뒤로는 "경험"이 내 인생의 가이드가 되었다. 무언가 색다르고 나를 성장시킬 것 같은 경험이면 뭐든 해보자가 되었고, 소유보다는 경험, 그리고 유형보다는 무형의 의미에서 인생을 찾고자 하게 되었다. "뭐든 한번 해보자. 한 번 밖에 안 산다. 그리고 아마 안 될 거면 안 되 겠지만,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지 않는 이상 안 되는 일은 없다. 될 때 까지 하면 된다." 정도가 내 인생의 신념으로 자리잡았다. 그것이 시간이 흐르면서 "긍정성"이라는 단어로 응축이 된 것 같고, 이렇게 살다보니 비슷한 마음을 가진 친구들과 가까이 하게 되었다. 주변을 보면 뭐든 한번 해보려는 친구들, 인생관이 밝고 행복한 친구들이 많은 듯 하다. 

긍정은 긍정을 낳고, 긍정이 가져오는 결과를 맛본 사람들은 부정의 세계로 돌아가기 쉽지 않다. 그래서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작은 성공, 자신감의 상승을 경험해보는 것이 좋은 듯 하다.

아직 나는 인생이라는 꽤나 그럴싸한 모험의 여정을 갓 떠난 초보 여행자에 불과하다. 선배의 가르침을 받아, 동료들과, 후배들과 잘 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아마 이 여정 동안 꽤 큰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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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Dish 2011.02.05 03: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정도 승부 근성이 있어야 월드클래스 찍는 거군요 ㅋㅋ

  2. KensiL 2011.02.05 21: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도티님이 우주를 논하며(?) 방황하던 시절 이야기를 읽어보니, 제 이야기 인 것 같아 놀랐습니다. 역시 사춘기라는 건 존재하는 모양입니다^^

    오늘 긍정의 힘을 내는 주문(?)을 알게 된 것 같아 기쁩니다. 늘 감사합니다!

  3. BlogIcon LiFiDeA 2011.02.10 18: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잘 봤다. 자신에게 책임을 돌리는 사람 모두가 성취를 이루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출발점은 될 수 있을 것 같아. 하지만 가끔은 세상 탓을 하면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는 인생의 오아시스도 필요하지 않을까? 매순간 자기비판을 하다가는 지쳐버릴 테니까 ;)

    • BlogIcon 김동신(dotty) 2011.02.20 02: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ㅎㅎ 책임을 my fault라고 보는지 my responsibility라고 보는지에 따라 지칠지 에너지를 얻을지가 달라지는 듯 해. 전자면 지치고 힘들고 자괴감에 빠지지만, 후자면 너 말대로 출발점을 얻게 되는 듯. 뭐 이래도 친구들과 술먹을 때는 빵꾸똥꾸 소리 나오고 그러는거지 뭐 ㅋ

  4. 2011.02.15 10: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5. BlogIcon 우경재 2011.05.22 00: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볼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 BlogIcon 김동신(dotty) 2011.05.22 17: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허허 마트군 화이팅!! ^^

      지금 나도 댓글보고 다시 읽어보니 필력없는 문체에 절로 부끄러워지는구먼. 하지만 이것도 나중에 보면 나름 의미가 있겠지.. ㅎㅎ -_-;

  6. xxx 2011.09.01 02: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중학교때 였습니다.. 동네 친구,형들과 나모모에서 듀크3D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당시 '신'이라 불리웠던 닉네임 도티님.. 허허 블로그 타이틀 보고 설마 했는데.. 저는 그때 너무 어려서 바라보기만 했지만..몇년이 지나도 역시나 멋지시군요 ;) 자주 들리겠습니다^^/ 듀크유저분들은 다 뭐하실까..^^

인재를 모실 때는 주로 신입인지 경력인지를 가지고 구분짓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는 경력을 절반만 믿는다. 이유인 즉슨, 모든 사람은 경험을 하면서 살아가지만, 사람은 하나의 함수와도 같아서, 그 함수의 모습에 따라 동일한 input(경험)에도 다른 output(지혜)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분명 똑 같은 5년 경력이면서도 어떤 사람은 온세상을 깨달은 듯 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도무지 일을 믿고 맡길 수 없기도 하다.

한 사람을 구성하는 인적 자본(human capital)은 지적 자본(intellectual capital),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 감성적 자본(emotional capital)의 세 가지로 구성된다고 한다. 이 중 지적 자본은 그 사람이 일이라는 것에 대하여 알고있는 지식과 체계, 즉 work와 metawork를 총괄하는 개념이라면, 사회적 자본은 그의 strong-tie와 weak-tie를 포괄하는 인적 네트워크와 협업 능력, 그리고 감성적 자본은 실행력과 태도를 아우르는 개념을 의미한다.

이를 하나 하나 살펴보자.

  1. 지적 자본 Intellectual Capital
    1. Work: 일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의미한다. 이는 1만 시간의 법칙과 같이, 한사람이 일을 단순 반복적으로 했는가보다도 그것을 얼마나 의도적으로 노력하고, 공부하며 수련하였는가에 따라 큰 폭으로 달라진다. 충분한 정보를 경청하고 관찰하여 올바른 판단을 내리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흔히들 "실력"이나 "차가운 머리"이라고 부르는게 이쪽이다.
    2. Metawork: 근데 소위 경력자들도 의외로 소홀한 부분이 이 "메타워크"다. 이는 일을 하는 "방법"을 아는 가를 의미한다. 기본적인 상식만 잘 하면되는데도, 잘하는 사람을 찾기는 참 어렵다. 일을 함에 있어서 항상 자신의 상사와 주변 관계인에게 내가 무엇을(what) 언제까지(when) 왜하고자 하는지(why), 그리고 필요하다면 어떻게 하고 있는데(how) 무엇이 잠재적 문제이며, 이를 어떻게 해결하고자하는지만 잘 커뮤니케이션 하면된다. 즉, 커뮤니케이션과 일을 정리 정돈하여 계획하는 supporting 업무를 의미한다. 시간관리, 에너지관리 등이 주로 이쪽에 해당된다. 하지만 자신의 일이 얼마나 걸릴지 3년, 5년이 지나도 여전히 잘 추정을 못하고, 이를 계획하지 못하고, 자기 스스로를 관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Work만 익히고자 했지, metawork를 소홀히 한 경우이다.
  2. 사회적 자본 Social Capital
    1. Strong-tie: 비유하자면 언제든 불러서 술한잔 하면서 찐하게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사이다. 나와 긴밀하게 연결된, 친한 선후배, 그리고 친구를 의미한다. 근데, 의외로 이러한 사람이 일적 관계로 엮이면 여러모로 신경쓸게 많아져서 업무 상에 큰 도움을 주고 받기 힘든 경우가 있다. 즉, '사회적 부채'에 민감해지는 관계이다. 하지만 그 사람의 strong-tie의 질이 그 사람의 장기적 행복감에 커다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중요하다. 전반적으로 감정적 배려가 매우 중요한 영역이다.
    2. Weak-tie: 어느 정도 서로의 전문분야를 인지하거나 인정하고 있으면서, 종종 안부를 묻거나 교류하는 적당한 거리가 있는 사이이다. 의외로 일의 성패에 이러한 weak-tie가 오히려 strong-tie보다 많은 영향을 준다고 한다. Weak-tie가 오랜 기간 산전수전공중전을 함께 하다보면 strong-tie가 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자칫잘못하면 실력이나 인격보다도 관계에 의하여 서로에게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작게는 팀원들과 새롭게 생성되는 관계에서부터 크게는 자신의 사회적 인지도를 아우른다.
  3. 감성적 자본 Emotional Capital
    1. 실행력: 어떠한 직관이나 뜻이 섰을 때, 혹은 계기에 이르렀을 때 판단을 내리고 과감히 행동으로 옮기는 능력을 의미한다. 모든 행동에는 성공과 실패가 있게 마련이며, 이러한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자 하는 의지를 의미한다. 그리고 결국에 일을 "쫑낼 줄 아는가"가 이쪽에 해당한다. 혹자는 "뜨거운 가슴"이라고도 한다.
    2. 태도: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데 장기간에 걸쳐서 가장 일관성있는 영향을 주는 것이 태도이자 가치관이다. 끈기와 집념, 책임감, 긍정적 마인드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인적 자본에 대하여 나누어 살펴보았다. 이를 곰곰히 곱씹어보면 한 사람이 회사 생활을 하면서 이를 균형잡히게 성장시킨다는 것이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Work는 잘 하지만, Metawork를 잘 못하여 상사나 주변 사람들과 끊임없이 마찰이 생기는 사람, 사회적 자본만 쌓다가 지적 지본이나 감성적 자본에 소홀한 나머지 말만 많이하고 약속만 많이하게 되어 사기꾼의 이미지로 신용을 잃는 사람, Work는 어느 정도 배웠지만, 감성적 자본이 부족하여 매사에 "이건 왜 안된다" "이건 못한다"라고 하며 행동력이 떨어지고 부정적인 태도에서 주변사람들에게 여러모로 아쉬움을 주는 사람, Metawork에 심취하여 자기계발 도서는 주구장창 읽고, 수 많은 방법론을 꿰고 있지만 정작 자기 일은 깊이 이해하지 못하거나, 맡은 일을 제대로 쫑내지 못하는 사람 등이 있다.

경력직의 경우에는 자신의 이러한 점들을 냉철히 살펴보아야 한다. 감정적으로 넘길 문제가 아니라, 남들에게서 직접적이고 진솔한 피드백을 받아가며 성장할 필요가 있다. 만약 경력이 5년, 10년이 되었는데도, 이중 특별히 문제가 있는 점이 있다면 스스로 문제의식을 가지고 치열하게 개선시켜야 한다. 반대로 신입의 경우에는 이러한 인적 자본이 총체적으로 비어있기 때문에, 이를 골고루 잘 키우고자 노력해야 한다. 내가 work가 부족한지 metawork가 부족한지, 태도는 어떻게 키워야할지 등을 말이다.

덧붙여 경력에 딸려오는 부작용도 있다. 시간의 흐름이 가져오는 어쩔 수 없는 효과인데, 즉 고정관념과 오랜 기간 쌓여온 그릇된 배움, 혹은 잘못된 습관이나 한 때 적합하였으나 더이상 유효하지 않은 습관의 누적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올바름의 기준이 현재의 문맥에서의 excellence와 거리가 있다면 이는 재빨리 깨우치고 고칠 수 있어야 하는데, 이게 참 어렵다. 이를 고치려면 열려있는 마음과 피드백을 잘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

경력이 쌓였는데도, 여전히 누군가 나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고 있다면, 일단 거울부터 보는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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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LiFiDeA 2011.02.10 18: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는 주로 Weak-tie의 사람들과 Strong-tie의 관계를 맺지 못하는 (주로 시간적 제약으로) 것에 대한 죄책감 비슷한 느낌을 가지고 있었는데, 아예 이렇게 구분해서 생각하는 것도 나쁘지 않군 ^^

    성찰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체험을 갖지 못하고 자기개발 도서를 읽어대는 것은 진짜 Metawork이라 하긴 좀 그렇지? 자기개발 도서 대부분이 저자의 체험에 바탕을 둔 이야기인지라, 무비판적으로 수용할 경우 문제가 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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