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들어 부쩍이나 사고가 와해되는 경험을 많이 하고 있다. 살다보면 이런 경우가 종종 생기는 것 같은데, 자신이 가장 확신하고 있던 부분의 밑 기둥이 흔들리는 느낌이랄까.
시작은 얼마전의 모 대화에서 출발하였는데, 정말 심각하게 '내가 이해를 못하고 있는 건가, 저 사람이 이해를 못하고 있는 건가, 아니면 전혀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건가' 라는 생각을 했었더랜다. 일반적으로 커뮤니케이션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받아들여지는 사람들이었기에 혼란스러웠다.
알고보니 나는 정말 이질적인 사고를 하던 사람이었다던가, 알고보니 내 사고의 큰 줄기 중 하나가 어쩌면 허상일지도 모른다는 느낌. 내가 잘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거나, 알고보니 상당부분은 정신병적인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
그리고 이 대부분이 모든 사람에게서 생길 수도 있는 일이고, 생각보다 세상은 훨씬 더 불균등하다는 것. 훨씬 더 말이다.
자신의 정체성이 흔들림은 물론이고, 갑자기 전혀 엉뚱한 키워드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생각들.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이 전혀 불가능하게 되었다던가(남을 이해하는게 가능한가에 대한 철학적 논쟁은 접어두더라도) 상대방이 말하는 것을 내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한 불안감이 절반을 넘어가는 둥, 무엇인가 머리 안에서 휘젖고 다니는 그런 느낌말이다. 갑자기 세상에 널리 흩어진 진리라는 탈의 모순 투성이들이 서로 동시에 내 오감에 떠들어 대기 시작하고, 고정적 틀과 형체들이 부서진 듯 하다. 내가 어떠한 태도를 갖추고 이에 임해야 할지도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
이에 대하여 내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 것이 맞을지, 기다리는 것이 맞을지.
현재 그나마 확실한 건, 이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곤란할 것 같다는 생각. 어쩌면 보다 나은 결론을 향한 몸부림일지도, 아니면 육체적/정신적 질병이라던가.
결과적으로는 불안감이 증가했고, 뭔가 해보겠다는 의지도 증가했다. 신기한 일이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