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tty Studio

기업가정신 & 스타트업, 그리고 기술과 디자인에 대한 곳.

오래전 이야기다. 학창 시절 동아리에서 무언가 기념품으로 만들어서 졸업한 선배들에게 드린 (이라고 쓰고 팔았다라고 읽는다) 적이 있는데, 그때 모 선배가 "제대로 한거야? 뭘 하던 할거면 제대로 해야한다"라고 했던 말이 뇌리에 각인이 되었다. 사실 참 당연한 말인데도, 당시에 그 말이 기억에 남은 건 내 안의 어떤 "감정"과 공명을 했기 때문이리라.

시간이 흘러 일을 하면서 매순간 아주 작게, 아주 찰나의 순간에 약간씩 타협하게 되는 부분들이 있다. 이건 꼭 의식적인 행위 뿐만 아니라 무의식적인 수준에서, 단지 약간 "귀찮기 때문에" 정말이지 의미없을 정도의 차이로만 좀 대충하게 되는 그런 일이다. 그리고 이러한 일은 나 뿐만 아닌 모든 사람들에게서 순간 순간 약간씩 발생하여 결과에 누적이 된다.

그렇게 하여서 탄생하게 되는 제품이 우리가 일상에서 보는 대부분의 그저그런 제품들이다. 어떻게 보면 적당히 원가를 들여 적당히 만든 것들이다. 알고보면 뛰어난 사람들이 적절한 예산과 적절한 기간에 만든 것들일 게다. 그런데 고객의 입장이 되는 순간 굉장히 단편적으로 판단하게되고 즉각적이며 비판적인 도마위에 올라서게 된다. "이건 걍 그렇다" 정도의 평가가 나오는 것이다.

비즈니스에서는 사실 커다란 의사 결정 못지 않게 무서운 게 이러한 작은 의사결정과 자그마한 타협들의 누적이다. 이는 마치 이자율 5%와 10%의 차이처럼, 1만원일때는 500원이던 1천원이던 할 지 몰라도, 이게 오랜 기간 복리에 의하여 누적되면 엄청난 차이로 불어나는 것처럼, 이러한 의사 결정과 행동이 누적된 결과는 매우 커다란 차이를 만들어낸다.


우리가 애플의 제품(product)에 감탄을 하는 것은 어쩌면 커다란 기획보다도 그러한 디테일에서 얼마나 덜 타협하고 더 "제대로" 만들었는가를 고객으로서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이러한 것은 일종의 집착 - 퀄리티에 대한 집요함(tenacity)에서 온다. 그리고 이건 조직내에서 조금 더 집요한 사람들이 남들이라면 대부분이 그만두는 선에서 멈추지 않고, 아주 약간 더 신경써서 만들고, 조직내의 누군가는 조금 까칠해보일지라도 결과물에 대하여 타협을 안하려고 논쟁을 해온, 어려운 순간들의 누적이 빚어낸 결과이다. 약간 더 노력하고, 약간 더 끈질기게 물고늘어진 결과가 오랜 기간에 걸쳐 누적되면서 제품에서 하나의 일관성있는 경험으로 느껴지게 되고, 이것이 고객의 기업에 대한 이미지이자, 기업 내부의 문화로 자리잡게 되는 것이다.

사람이 일을 하는 이상 대부분 느끼는 고통과 귀찮음, 그리고 적당한 선에서 끝내고 싶은 마음이 비슷하기 때문에, 이러한 집요함의 문화와 평균 수준이 결국 그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된다. 그리고 성공이라는 건, 어떠한 거창한 행운보다도 이러한 자그마한 집요함의 누적을 통하여 조금 더 확실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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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최숙현 2011.03.20 22: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밥 잘먹고...제 때에 자고 건강함이 모든 일의 바탕입니다.

  2. BlogIcon 김상우 2011.03.21 15: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봤습니다. 조직내에 까칠한 사람이 많아져야 하는걸까요 ㅎㅎ

  3. BlogIcon passioning 2011.03.21 20: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잘 읽었습니다. dotty님께 한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집요함(tenacity)이 중요하다면 동시에 집착(obssesion)은 피해야할 것입니다.
    문제는 집요함과 집착이란 정말 얇은 종이 한장 차이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이 둘의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BlogIcon 김동신(dotty) 2011.03.22 00: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맞습니다. 영어에서도 집착과 집요 사이에는 fine line이 있다고 합니다. 좋은 방향의, 한정된 집착은 긍정적 에너지로 승화될 수 있는 듯 합니다.

      제가 정의하는 집요함은 "왜" 혹은 "무엇을 위한" 것인 가를 잊지 않으면 집요함이지만, 어느순간 이것을 잊고 대상 자체만을 바라보며 하게 될 때가 (부정적 의미로서의) "집착"이 되는 듯 합니다.

    • BlogIcon passioining 2011.03.22 19: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매우 공감합니다.
      무언가 가치있는 것을 창조하려는 사람이라면 목적 의식을 끝까지 쥐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집착이든 집요함이든 끌림(attachment)라는 개념의 하위 범주인데, 끌림이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힘에 의해서 저절로 생기는 측면이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즉 집착이든 집요함이든 그것이 생기려면 애초에 'A를 위해 B를 해야겠다'라는 명확한 목적 의식에서 시작한다기보다는(top-down), '어라? X 이것...괜찮네? 재밌네?'라는 감정(이끌림,bottom-up)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목표의식을 가지고 '할 것'을 찾기 보다는 '끌리는 것'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합니다.

      이에 대해서 dotty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 BlogIcon 김동신(dotty) 2011.03.29 05: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음.. 저는 살다보니 top-down, bottom-up이 딱 나뉘는 경우는 별로 못본 것 같습니다. 오히려 적절한 밸런스 놀이인 것 같은데요.. 무엇이 바람직한가도 사람에 따라 다른 듯 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걸 잘하게 되는 사람도 있고, 잘하는 걸 좋아하게 되는 사람도 있는 듯 합니다. 물론 이 자체가 순환하게 되어 상승효과가 나는게 일반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즉, 어디선가 시작해야하고, 때로는 책임감에, 때로는 흥미로 시작되는게 자연스러운게 아닐까요? 일례로 애경의 장회장님은 딱히 bottom-up으로 하였기 때문에 집요하게 잘 하신건 아닌것 같구요, 오히려 거진다 100%의 책임감 때문에 하게 되신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는 좋은 결과, 그리고 개인적, 사회적 행복에 도달하셨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저는 일반해로서의 "바람직함"에 대한 정답이 있기 보다는 개인적인 문맥 - 특수해로서의 바람직함이 무엇일지 고민하는게 조금 더 생산적일 듯 합니다. ^^

  4. BlogIcon passioning 2011.04.10 09: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하 역시 결국은 밸런스겠죠 ㅋㅋ
    저만의 '해답'은 무엇일지, 오늘도 열심히 고민해야겠네요

  5. BlogIcon Kevin Hyunsuck Oh 2011.07.26 15: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집요함의 누적이라..
    큰거 깨닫고 갑니다. ^^

  6. pigdream777 2011.08.06 13: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애플은 조직원 전체가 이러한 집요함을 갖고 있진 않겠지요.. 결국 스티브잡스나 그의 철학을 공감하는 일부 A급 퍼포머들 일테고, 아마도 이들은 집요함과 집착을 다 가지고 있을 것 같군요^^

    • BlogIcon 김동신(dotty) 2011.08.12 22: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조직의 문화의 힘도 무시못할 듯 합니다. :)
      해당 조직에서 당연시 되는 것, 또 그렇게 적응하거나 하지 못하면 나가게 되는 그런 'cult like culture'를 가진 곳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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