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10년간 마호가니 나무통 속에서 숙성을 마친 면허로 뒤 늦은 나이에 운전을 하기 시작했는데, 이건 간만에 적성에 맞는 취미로 자리잡은 것 같다. 어릴적부터 자전거를 탈 때도 꼭 남들보다 빨리 가려고 하고, 코너링과 드리프트(?)를 하며 무릎도 참 많이 깨졌던 것 같다. 그리고 레이싱 게임도 꽤 좋아라 했는데, 이게 현실로 오니 기대했던 것 보다 큰 즐거움이 되었다. 운전은 A부터 B지점까지 이동하는 수단이라는 의미도 있겠으나, 나에게는 그 보다 그 중간의 과정이 좀더 큰 즐거움인 것 같다. 물론 서울 시내에서 꽉 막힌 것은 아무런 즐거움을 주지 않지만, 비오는 날 차 지붕으로 떨어지는 빗물 소리 속에서 은은하게 음악을 틀고 살짝 선선한 공기를 유지하며 조용한 국도를 달릴때는 참 기분이 좋다. 가끔가다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열심히 뛰는 말발굽소리가 기분을 참 상쾌하게 해준다.
그런데 성격이 성격인지라, 어설프게나마 분석도 하고 이것저것 뒤져보고 하는 것도 여러모로 재미를 준다. 자동차 엔진 소리도 사운드 파일로 들으면서 비교해보기도 하고, TopGear이나 EVO TV 같은 것도 참 재미있게 본다. 최근에는 아우디 그룹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는데 참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아참, 아우디의 Annual Report의 디자인이 꽤 볼만하다. 은근 재미있음)
참, 많이 팔린다. 람보르기니 같은 차종이 세계적으로 연간 1500대나 팔린다. (2008년에는 2400대나 팔렸다.) 낮게잡아 가야르도 3억, 무르시엘라고 5억잡고 판매량으로 얼추보면 가중평균 3억5천인데, 그러면 이 브랜드 부문만 2009년 매출 5천억이 넘는다. 또한 아우디 브랜드만 놓고 보면 연간 1백만대에 육박한다. A4 세단, A3 스포트백, A6 세단 순으로 많이 팔린다. (한국 문화라면 A4, A6 순으로 팔릴텐데..) 흐음.. R8도 연 3천대. R8만으로 연 6천억 매출인 셈이다.
이런 표를 보면 한국 시장이 전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눈에 단번에 들어온다. 한국에서 지난해 A4가 2000대~2500대 남짓 팔렸을텐데, 퉁쳐서 2250대 판매되었다고 가정해보면, 아우디 모든 모델이 들어오지도 않아 A4에 좀더 몰렸을 것으로 가정해보더라도, A4 세단 국내 판매량을 세계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6%밖에 안 된다. 참 아쉬운 시장 크기다. A4 같은 엔트리 모델 국내 판매량 전체가 R8 같은 에브리데이 슈퍼카의 세계 판매량 보다 작은 셈이다. 이런~~
궁금해서 BMW그룹의 재무제표도 보았다. 판매량이 얼추 비슷하다.
BMW 전 모델에 걸쳐서 1백만대 가량 판매된다. 의외로 5시리즈보다 1시리즈 판매량이 더 많다.
미니는 20만대가량..
롤스로이스도 전세계적으로 연간 1천대가 판매된다.
Benz나 Porsche 등은 상에서 모델 별 판매량을 찾을 수 없어서 일단 생략.
아무튼, 흥미롭다. 이 어마어마한 시장의 규모가. 그리고 아쉽다. 우리나라의 시장 규모가.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