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는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던 듯 하다.
회사에 새로운 식구들도 많이 늘어나고, 앞으로 나아가는데 필요한 자금도 확보하고, 신제품 개발도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는 듯 하다. 사람, 돈, 그리고 시간. 인내. 이러한 단어가 나에게 의미하는 바가 좀더 깊어지고 커졌다. 저 작은 글씨 몇 자 속에 경험과 고민에서 비롯한 문맥들이 부여되면서 풍성하게 자란 감자덩굴 마냥 질량감이 생겨난다.
개인적으로도 큰 일들이 많았고, 이를 하나 하나 담자니 머리안에 정렬안된 불릿포인트만 즐비하다. 올해 심은 씨앗들이 내년에는 무럭 무럭 자라나겠거니 싶으면서도 그 과실이 어떻게 생겼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그러고보면 아무리 IT사업이 빨리 변한다고 한들 농사짓는 것과 크게 다를까 싶기도 하다.
지난 며칠간 날씨 좋은 캘리포니아에 출장을 다녀오면서, 사람들이 행복한게 참 중요하구나 싶고 그렇게 행복해질 수 있는 판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또 큰 보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람'이라는 단어가 모처럼 실감나게 와닿았다. 그러고보면 누적된 행복에 날씨도 참 중요한 몫을 한다.
크리스마스이브에 도심공항터미널에 내려 지하철을 오르며 사무실로 돌아와보니 오붓하게 파티를 하고 있는 회사 사람들을 보면서 가슴이 벅차올랐다. 말로 담지는 않지만, 마음 속에는 다짐이 이렇게 하나 하나 늘어간다.
미래의 모습이 눈 앞에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하고, 경인년의 목표가 솟아오른다.
이래저래 세상에 풀지 못한 감사하는 마음만 가득한 채, 벌써 기축년에게 작별을 고할 때가 되었다.
여러모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