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에 뉴스나 기사에서 모 대기업 회장이 '올해는 회사의 위기이다'라고 발표했다는 내용을 볼 때면 '뭐 매년 하는 소리지'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위기', '변해야할 때' 등의 단어는 진부하고 건조하게 들리기만 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지금은 약간이나마 이 단어의 의미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더운 날 땀방울이 검게 그을은 피부 위로 송글 송글 맺히듯, 온몸 구석 구석 위기감이 잔잔하게 느껴진다.
관련 기업들, 투자자들, 그리고 회사 내부 식구들과 약속한 시간과 일정, 목표하는 바, 이 모든 것을 바라보는 마음에는 위기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명확한 목표 지점을 정하고, 최대한 빨리, 효과적으로 달려가보고, 아니면 또 재빨리 학습하여 적응하는 방법 밖에 없다.
여유와 배짱이라는 것은 스스로 먹고 살만큼의 넉넉한 이익을 내면서, 회사 식구들의 정신적, 물질적, 육체적 행복에 무리가 없을 때 아주 잠깐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이 것이 조금이라도 길어지면 바로 그것이 습관화되어 무사안일주의로 이어지고, 회사는 생각보다 빠르게, 순식간에 망한다. 건물을 짓는대는 몇 개월에서 몇 년이 걸려도, 무너지는 것은 찰나인 것 처럼 말이다.
물론 이익도 내지 못하는 회사들은 애당초 그럴 여유가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사업을 하여 큰 뜻을 이루겠다면서 동시에 힘들이지 않고 즐겁고 여유로운 삶을 추구한다는 것은, 넘어지지 않고 자전거를 잘 타겠다고 한다거나, 고생없이 아이를 낳고 키우겠다는 것 만큼이나 모순적이다.
종종 언급했던 것 같지만, 나는 work-life balance 등의 우아한 말들은 별로 믿지 않는다. 그건 일시적인 폭리로 잠깐의 배짱을 부리는 기업이나, 정부가 독점권을 사실상 보호해주는 산업 등에서나 통용되는 말이다.
오히려 work-life alignment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일하는 기계가 되라는 고정관념에서 바라보면 안된다. 오히려 자신이 정말 원하고, 즐겁게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그 일을 잘하기 위하여 스스로를 발전시키면 자연스럽게 work와 life가 함께 충만해진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work가 play가 되는지, chore이 되는지는 모두 자신의 마음가짐과 태도에서 결정되는 것이지, 그것을 남의 책임으로 전가할 필요는 없다. 근본적으로 대부분의 work는 problem solving을 여럿이서 함께 하는 것이고, 이를 team "work"로 할지 team "play"로 할지는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려있다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game의 정의 중 하나에는 'problem solving을 willful하고 playful한 태도로 접근하는 것'이라는 내용이 있다(The Art of Game Design, Jesse Schell). 즉, game과 work에는 내용(content) 상의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임하는 사람의 태도에 의하여 걸정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에 전적으로 공감을 한다.
기업 행위를 통하여 정신적, 물질적, 육체적 행복을 누리고 싶은 사람이라면 자신이 일을 바라보고 대하는 태도를 바로하고, 그리고 위기 의식으로 중무장해야 한다. 매사에 시니컬하고 부정적인 사람들은 멀리해야 한다. 그런 사람들은 당신의 태도를 좀먹게 하고, 행복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열심히 잘하는 사람은 온 세상이 도우려 하지만, 자신부터 챙기고, 여유만 부리는 사람은 온 세상이 등을 돌린다.
동신님의 글은 너무 정곡을 찌르는 말이어서 사실 읽을때 좀 아퍼요. ^^
-_-;; 헉 뾰족뾰족한가요 ;; 글 쓸때는 이상하게 격앙되어서..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도티님.. (미투데이에서 간혹 보았는데 동일인 맞으시죠? ㅎ)
암튼 요즘 경기에 IT에서건 어느 산업군이건 스타트업 자체가 하나의 벤쳐인만큼..
유념해야 할 점들을 일목요연하게 잘 짚어주신거 같습니다.
P.S : 블로그 프로필 이미지로 있는 여성분 참 아름다우신... 쿨럭;; -_-
네 동일인 맞을 겁니다(?)
너무 겉으로만 올바르고 듣기 좋은 이야기들만 인기를 끄는 세상에서 땀이 얼룩진 현실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칭찬도 감사드립니다. (_ _)*
좋은 글이군요. 헤이해지는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
좋은 평 감사합니다. (_ _)
우리 아버님이 항상 그런 말을 하시더라. 회사가 잘 되면 불안해지신다고.. 그래서 무언가 또 새로운 일을 준비하게 되신다고...^^
정말 그런거 같아요. ^^ 공감백배!
매우 신선하고 깔끔한 통찰력이네요.
(사족일지 모르지만, 필자의 용모처럼)
잘 읽었습니다.
많은 도움이 되네요.
감사합니다!!
(근데 제 용모는 저기 우측 상단에 있는 사진은 아닙니다;
자주 놀러 오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