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tty Studio

기업가정신 & 스타트업, 그리고 기술과 디자인에 대한 곳.

사업을 시작한 뒤로 이래저래 많은 (경제적) 부자들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 시골의사님의 말씀처럼, 부자들은 기본적으로 손실회피형이기 때문에 자신이 얻은 부로 어떻게 가치를 창출할까를 고민하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모아 둔 돈을 잃지 않고 안정적으로 불릴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본능적으로 "위험/손실에 더 민감한" 인간의 심리 때문인데, 여기에 자존심까지 붙으면 간단한 악(선?)순환이 생겨난다. 자신의 수치가 떨어지면 안되고, 기왕이면 동급의 다른 부자들보다는 더 빠르게 부자가 되고 싶어한다. 나는 이를 "오락실 하이스코어의 심리"라고 부른다. 오락실 게임들의 명예의 전당(?)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고, 이 순위를 유지하고 싶고, 떨어지기 두려워 하는 심리를 빗대어 하는 말이다.

또한 1억을 얻게 된 사람은 1억 5천만 되도 기뻐하지만, 100억을 얻은 사람은 100억 5천을 얻게된들 별다른 감흥이 없다. 150억이라면 모를까. 비율로 사고를 하는게 쉽기 때문이다.

부자의 경우 가만히 내버려뒀을 때 이자수익만으로 평생을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는 경우, 별다른 과소비(?)를 하지 않는 이상 생계에 들어가는 돈을 쓰고 나도 불어난 돈이 남는다. 따라서 비율로 늘어나는 부의 특성상 큰 실수를 하지 않는다면, 부는 계속 쌓이게 되고, 이 심리가 오락실 심리와 겹쳐서 부는 더욱 빠른 속도로 불어나게 된다.

오락실 심리와 부의 증가가 결합하게 되면 빈부격차가 생겨난다.

이 문제는 결국 철학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어찌저찌하다가 운이 좋게 돈을 얻게 된 사람의 경우, 평소에 미리미리 부를 얻게 되면 어떻게 지혜롭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하여 고민한 사람이 아닌 이상, 앞에서 묘사한 부자의 심리대로 행동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 평범한(mediocre) 부자라고 본다. 지극히도 "정상적인"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마이너스(-)를 막는 정책은 대부분 실패한다고 보고, 플러스(+)를 만드는 방향으로 사람들을 유도하는 것만이 성공한다고 본다. 즉, 뭔가 마이너스 정책적으로 돈을 못벌게 하거나, 번 돈을 최대한 거두어들이려고 하면 사람의 특성상 규칙에서의 보상을 최적화 하는 것에 매우 뛰어나기 때문에 대부분 실패하게 된다는 것이다. 돈은 거두어들이면서, 심리적으로도 손실감을 주기 때문에 이러한 정책들은 회피할 수 밖에 없다.

이는 게임만 봐도 알 수 있다. 사람들은 게임을 있는 규칙대로 하기보다는, 치팅을 하고 해킹을 하여 우위를 점하는데 훨씬 익숙하다. 그 치팅과 해킹이 "합법적"이라면 더더욱 why not이다.

따라서 플러스의 정책으로 돈을 더 많이 쓰게 하거나, 더 잘쓰게 하는 방향으로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는데, 이에 대한 해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 째는 부에 대한 투자 철학을 교육하여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것은 바닷물을 끓이는 것과 같다. 미리미리 부를 어떻게 활용하여 사회에 더 많은 가치를 창조할 것인지 평소에 교육하고, 고민하도록 하고, 모범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그것이 "부자들의 문화"로 자리잡게 되면 현재보다는 빈부의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상적이다.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여러 세대에 걸친 지속적인 노력을 필요로 한다.

자동화된 시스템은 아니지만, 벤처캐피털 등의 형태에 부자들이 신뢰하고 간편하게 투자할 수 있는 환경과 체계를 조성하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이는 시스템보다는 사람 문제가 더 크기 때문에, 대규모로 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두 번째로 생각하는 것은, 시스템적으로 돈을 거두어들이되, 심리적으로 보상을 하는 방법이다. 그것이 이상적으로 명예(?) 등의 형태가 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좀더 현실적인 선에서 생각을 한다. 바로 도박 시스템이다.

블랙잭의 경우 대수의 법칙에 따르면 52%의 확률로 딜러가 돈을 얻게 된다. 이를 정부에서 효율적으로(이 말 자체가 모순이겠지만) 운영하는 것이다. 부자들은 게임에 참여함을 통하여 즐거움을 얻게 되고, 체계적으로 돈을 서서히 거두어들일 수 있게 된다. 오션스 일레븐 마냥 카지노를 해킹하려들지 않는 이상 꾸준히 빈부격차를 줄이는 데 사용할 수 있다. 물론, 부자에 따라 들어갈 수 있는 판이 달라지고, 판돈도 올라가서 구찌가 커진다. 즉, 비율로 돈을 벌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비율로 돈을 잃게 한다. 운이 좋게 부자들의 도박판에서 승리하는 사람의 경우 느끼는 정신적 희열 또한 훨씬 더 커지기 때문에, 심리적 보상도 크다.

도박이나 게임은 인간의 본능적인 재미요소를 자극한다. 따라서 위험회피적인 성향의 사람도, 어느 정도는 즐기는 경향이 있고 (포커나 고스톱을 친다고 모든 사람이 도박꾼이 되지는 않는다)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사람의 수만 참여시킬 수 있다면, 꾸준히 돈을 거두어들일 수 있다.

물론 재분배/재투자에 대한 시스템도 필요하겠지만, 이는 다음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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