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센씨가 주장하는 것 중 하나인
양파 이론(Onion Theory) 중, 투자 유치 및 사업의 성공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리스크를 나열하는 부분을 편집하여 보았다. 특히 VC(Venture Capital; 벤처 캐피털)의 입장에서 어떠한 점들을 위험으로 받아들일지 (펀드 만기와 exit의 관계 같이 창업자가 어떻게할 수 없는 부분을 제외하고) 살펴보도록 하자.
양파 껍질 이론
자, 그럼 양파의 껍질들을 하나 하나 벗겨보자.
1. 창업팀 위험: 창업팀이 적절하게 구성되었는가? 일반적인 창업팀은 훌륭한 기술자와 회사를 운영할만한 사람(동일인일 수도 있음)으로 출발한다. 기술자의 역량이 충분할까? 비즈니스쟁이는 회사를 경영할만한 역량이 있는가? 비즈니스쟁이가 아예 부재한가? 기술자가 없어서, 실질적으로 투자를 받지 못할 상황은 아닌가?
이러한 창업팀 리스크를 줄이는 일은 꽤 어렵다. 기술자의 역량이 충분치 않거나, 비즈니스쟁이의 역량이 충분치 않을 경우, 이를 보완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심지어는 창업자 중 한 명 혹은 그 이상을 대체하거나 새롭게 충원해야할 수도 있다.
이 문제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부분에 대하여는 진솔하거나 구체적으로 피드백을 주기를 피하기 때문이다.
2. 시장 위험: 제품/서비스를 위한 시장이 존재하긴 하는가? 누군가 원할까? 그들이 돈을 지불할까? 그렇다면 얼마나? 이걸 어떻게 알 수 있지?
이를 줄이기 위하여는 꽤 실질적인 수준에서 시장을 검증하여야 한다. 어떤 경우에는 좀 더 구체적이고 분석적인 시장 조사가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실제로 시장이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할만한 고객들을 어느 정도 확보해야 할 때가 많다. 물론 이들이 돈을 지불하고 있다면 더욱 좋다. 혹은 적어도 시장에 대한 가설을 검증해줄만한 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VC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도 방법이다.
3. 경쟁 위험: 이것을 이미 하고 있는 경쟁자가 너무 많진 아니한가? 우리 회사는 다른 기업들과 충분히 차별화가 되는가? 혹은 이미 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기업들과는 충분히 차별화 되는가?
경쟁 위험을 줄이는 것은 결국 차별화이다. 정말로 날카롭게 차별화 되어있는가? 이를 밑바닥부터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수 많은 스타트업들은 문 밖을 나설 때 (사업을 시작할 때) 충분히 차별화가 되지 않은 경우가 많고, 이는 심지어 펀딩을 받은 후에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이미 알려졌거나 혹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경쟁자들에 대하여 확연히(dramatically) 차별화가 되거나, 경쟁 우위를 가지고 있지못하다면 애당초 사업을 시작하지 않는 것이 좋을 지도 모른다.
VC에게 pitch를 할 때 조심해야하는, 하지만 창업자들이 종종 말아먹는 실수 두 가지를 소개하자면:
절대로 경쟁자가 없다고 이야기하면 안된다. 이것은 순진무구함을 나타낼 뿐이다. 훌륭한 시장은 경쟁자를 유인하기 때문에, 만약 정말로 경쟁자가 없다면 훌륭한 시장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 정말로 경쟁자가 없다고 믿는다 하더라도, 관련된 시장 세그먼트에 진출해 있는 기업들간의 경쟁 구도를 그려내고, 그러한 기업들과 어떤 면에서 비슷하고, 차별화가 되는 지를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절대로 (엄청나게 커다란) 시장의 2%만 차지해도 성공할 수 있다는 추정(projection)을 하면 안된다. 이것 또한 순진무구함을 나타낼 뿐이다. 만약 당신이 거대한 시장의 2%만을 노리고 있다면, 큰 기업들은 다른 98%를 차지하고는 당신을 짓밟을 것이다. 2%보다는 훨씬 큰 시장을 차지할 수 있는 전략(theory)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2%는 통상적으로 말하는 작은 시장 점유율을 의미한다)
4. 타이밍 위험: 너무 이르진 않은가? 혹은 너무 늦진 않았는가?
이를 줄이는 유일한 방법은 진도를 빼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너무 이르지도, 너무 늦지도 않았다는 것을 보여야 한다. 고객을 확보하는 것 만이 이 위험을 효과적으로 없애 보일 수 있다.
5. 재무 위험: 이번 라운드를 투자한 후에, 기업이 흑자전환을 하기 까지 몇 번의 투자 라운드가 더 필요한가? 그리고 그 규모는 얼마나 될 것인가? 이러한 예측에 대하여 얼마나 확신할 수 있는가? 어떻게 알 수 있지?
이 위험을 줄이려면, 이번 투자 라운드 후에 얼마나 많은 돈을 더 유치해야할지 자세히 재고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가급적이면 돈을 덜 쓰면서 현실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예를 들어, 제품 출시 파티에서는 Remy Martin "Black Pearl" Louis XIII 꼬냑 대신 Cristal만 서빙한다든가..
추가로, PayPal, Facebook, Slide에 투자를 한 Peter Thiel은
스타트업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 하는 최고의 지표로 CEO가 얼마나 낮은 봉급을 받는가를 꼽고 있다. (현실적인 이유로, CEO의 급여가 낮을 수록, 직원들의 급여도 낮게 책정되기 마련이고, 그로 인하여 burn rate도 떨어지게되며, 결과적으로 회사가 오래 버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6. 마케팅 위험: 이 스타트업은 시장의 소음을 꿰뚫을 수 있을까? 마케팅 비용이 얼마나 들까? 고객 확보에 대한 경제 모델 (고객 확보 비용 vs 고객으로부터 발생하는 매출)이 제대로 작동할까?
이는 경쟁 위험을 줄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선은 차별화가 슈퍼-날카로워야 한다. 이것이 없이는 시장에 있는 소음을 벗어나 존재를 알리기 조차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서는, 세세하게 고객 확보 모델을 설계 해야 한다. 고객으로부터 발생하는 매출이 그 고객을 확보하는데 들어간 세일즈 및 마케팅 비용보다 더 크다라는 것을 잘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이는 특히, 작은 비즈니스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이 겪는 일반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만약 마케팅에 절대적으로 돈이 많이 들어갈 것으로 판명되면,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게릴라 마케팅이나 어떤 형태로든 바이럴(viral)한 것으로 말이다.
좀더 추가로,
Guy Kawasaki는 viral marketing에 대하여, "우리는 바이럴 / 입소문이 날 거예요" 라고 말하는 것은 "우리는 아무런 생각이 없어요"나 "우리는 행운에 맡기려고 해요"와 같은 소리라고 잘라 말한다. 구체적인 전술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7. 유통 위험: 당신의 기업은 성공하기 위하여 특정한 유통 파트너를 필요로 하는가? 그들과 실제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가? 어떻게? (예를 들어, 이는 주요 이동통신업체와 계약 관계를 형성해야하는 모바일 스타트업들이 당면하는 일반적인 문제이다)
이것도 꽤 어려운 문제이다. 만약 당신의 계획이 특정한 유통 파트너와의 계약이 사업의 성공에 매우 중요하다면, 개인적으로는 계획을 재고해보기를 권한다. 혹은 펀딩을 하기 전에 이 계약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술이 필요하다. (혹은 든든한 빽이라던가)
8. 기술 위험: 이 제품은 과연 만들어질 수 있는가? 여기에는 로켓 과학, 혹은 그에 상응하는 - 인공지능이나 자연어처리 - 가 요구되는가? 이 제품을 만들기 위하여 해결되어야 하는 근본적인 문제들이 있는가? 만약 그러하다면, 이것이 해결될 것이라고 얼마나 확신할 수 있는가? 혹은 우리팀이 이를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는가?
이를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제품을 만들어서 보여주는 것 밖에 없다. 혹은 적어도 베타까지라도 개발을 해서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
9. 제품 위험: 이론적으로 이 제품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창업팀이 이를 만들 수 있는가?
이 역시 마찬가지로, 만들어서 보여주는 수 밖에 없다.
10. 고용 위험: 계획을 실행하기 위하여 어떠한 직책들/사람들을 채워야 하는가? 예를 들어, 대규모의 스케일을 요구하는 웹서비스는 (경험이 있는) VP of Operations (운영 부사장 정도)가 필요한데, 창업팀이 이러한 일을 할 수 있는 좋은 사람을 고용할 수 있는가?
이를 줄이기 위한 방법은, VC가 우려하는 직책(들)을 알아내고, 이 사람들을 창업팀에 합류시키는 것이다. 이것이 지분의 희석을 의미하게 될 수도 있지만, 만약 이렇게라도 해결할 수 있다면 해야하지 않겠는가.
11. 장소 위험: 창업한 회사가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가? 그곳에서 적절한 인재를 고용할 수 있는가? VC인 나는 내 메르세데스 SLR 맥라렌(-_-)을 몰고 20분안에 이 회사로 갈 수 있는가?
이 위험은 실제로 줄이기 위하여 물리적인 이동을 필요로 하기도 한다. 기업가들이 꽃피어나는 곳의 중심지에 있지 않으면서, 투자 유치를 잘 하지 못하고 있다면, 이사를 가는게 현명할 수도 있다. 로스 엔젤레스에서 대부분의 영화가 만들어 지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고, 벤처캐피털이 뒷받침하는 북미 기술 스타트업들이 실리콘 밸리나 일부 몇 개 지역에 한정되어 있는 것에도 그만한 이유가 있다. 당신은 아무데서나 창업할 수 있지만, 그곳에서 투자를 유치하기는 힘들 수도 있다.
사실 이쯤 와보면, 이 많은 양파 껍질들을 다 벗겨내고 성공적인 투자나, 성공적인 사업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이 위험들을 냉철하게 살펴보고, 이러한 위험을, 껍질을 하나 하나 벗기기 위한 고민과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는, 당신의 기업이 상장하려 할 경우 (미국 기준) SEC에 S1 등록 명세를 제출할 때 내야하는 극악의 위험 분석 문서를 작성할 때를 대비한 훌륭한 연습이 될 것이다. (거기에는 인간이 상상 가능한 모든 위험에 대하여 극악의 디테일로 모두 기술하여야 하며, 여기에는 지구 온난화 같은 것도 포함되어 있다)
위험을 줄이는 대부분의 방법은 결국 더 많이 진도를 빼는 것이고, 만약 불안하거나 스스로 의구심이 든다면, 제품을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가장 현명한 판단이다. 그 다음으로는 고객을 확보하는 일이고, 무료 서비스의 경우에는 page view 성장 등의 패턴을 형성하는 것이다.
VC가 "위험"에 투자를 한다는 이론이 있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감당 가능한 위험까지만 감수할 뿐이다. 그리고 당신이 투자를 유치하기 위하여는 이러한 위험을 하나 하나 줄여가야 한다.
껍질을 벗겨라.
만약 껍질을 충분히 벗겨냈다면, pitch를 가다듬고, 새롭게 생겨난 사실들도 보강해주고, 다시금 pitch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통장에 돈이 꽂히기 전까지는" 아무 때나 "yes"가 "no"로 바뀔 수 있기 때문에, 항상 대안들을 마련해 두어야 한다.
물론, "사람들이 미치도록 몰려와서 서버가 뻗어나가요"라는 제품을 가지고 있다면, 이러한 양파 껍질들은 단번에 사라진다.
* Image courtesy of
kt,
Nino 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