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Queen principle이라는 것이 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후속편인 Lewis Carroll의 Through the Looking Glass에 등장하는 빨간 여왕이 남긴 말에서 유래되었다.
"너가 있는 힘껏 달리면 현재에 머무를 수 있단다"
이는 진화론에서 evolutionary arms race(진화적 군비 경쟁)이라는 말로 통용되기도 하는데, 내가 나의 현재 수준의 이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치열 하게 노력해야 하는데, 상대방도 나와 같이 경쟁하고 있으므로 끊임없이 현재에 머무르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를 골방환상곡에서 풍자한 적이 있다.
골방환상곡 45화
요즘은 attention economy라는 말이 떠도는 인기 키워드 중 하나이다. 사람의 관심(주목)이라는 자원이 한정적이어서 결국 사람의 관심이 monetize된다는 것인데, 온라인 배너 및 키워드 광고도 이러한 관심을 얼마나 효율적/효과적으로 끌어내서 행동(클릭 혹은 구매 등)으로 이어나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블로깅 등의 1인 미디어가 나타나기 전에는 사람들은 기존의 활동 들을 통해서 일련의 위계질서의 사다리를 올라가며 attention이라는 자원을 획득하고자 했었다. 이를 잘 획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권력이고 승진이며 영향력을 의미한다. 그리고 반대로 이렇게 구축한 시스템은 상대적으로 견고했다. 1인 미디어 등의 위협적인 매체로부터의 와해적 혁신을 상대적으로 쉽게 피해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블로깅의 등장으로 attention 획득 피라미드의 하부에 있었던 계층의 반란이 시작되었다. 메타 블로깅부터 시작해서 검색 등을 통하여 개인이 최하단에서 중단, 혹은 상단까지 단숨에 올라갈 수 있게 되었으며 rss 구독 및 커멘트, top 블로거 등을 통하여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attention을 모으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방식도 사용할 수 있다면 여전히 유효하다
아직 이러한 블로깅 행위는 희소한 상태이기 때문에 일종의 '진공'에 가깝다. 이미 초기 블로거들이 인기몰이를 하고 신생블로거들은 설자리를 찾기 힘든 일종의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은 이러한 진공의 크기가 크기 때문에 채워나갈 수 있는 모멘텀도 강하다. 하지만 이것도 attention이라는 자원이 바닥나기 전까지나 가능하다. RSS 구독이 100개가 넘어가면 이미 그러한 자원을 매일 운용하는 것도 개인에겐 부담스러운 일이 된다.
얼마지나지 않으면 치열하게 블로깅을 해야만 현재 자신이 받을 수 있는 attention의 자원을 유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블로깅이라는 매체를 보는 사람들로부터 이러한 자원을 얻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그리고 블로깅이라는 형태의 매체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은 지속적으로 그러한 자원을 상대적으로 박탈당하게 될 것이다.
다행인 것은 블로깅이라는 '글 작성'행위가 아직은 상당히 많은 부담을 요구하기 때문에 보편화되기엔 장벽이 많이 존재하고 사용 패턴의 수용 정도에 있어서도 majority 층으로 넘어가진 않은 상태이다. 생존 자체를 위해서 블로깅을 해야하진 않는 것이다. 하지만 10년 후, 모든 개인에게 개인 공간과 자신의 정체성을 인터넷에 연결시키는 것이 보편적 사회 활동으로 정착되는 때가 오면, 우린 좀더 바빠질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