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tty Studio

기업가정신 & 스타트업, 그리고 기술과 디자인에 대한 곳.

아래글은 논란의 여지가 상당하지만, 저명한 생물학자이자 저술가의 종교와 과학에 대한 철학을 엿볼 수 있다는 선에서 이해해보도록 하자.
(혹시 몰라 앞서 밝히지만, 본 글은 인터뷰 내용의 상당 부분을 옮기고 거기서 엿보이는 리차드 도킨스의 생각을 짚어보려는 시도이며, 본인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최근에 Salon에서 "이기적유전자", "확장된 표현형" 등의 저자이자 생물학자로 유명한 리차드 도킨스씨와 종교에 대한 그의 시각 및 삶의 이유 등에 대하여 인터뷰했다. 창조론과 진화론에 대한 입장 차이는 항상 뜨거운 감자인데, 이번 인터뷰에서는 창조론 대 진화론의 구도 보다는 평상시에 atheist(무신론자)의 입장을 일관성있게 보여오던 리차드 도킨스씨의 무신론자 관점에서의 철학과 그러한 시각을 갖게된 배경에 대하여 엿볼 수 있었다.

"The GOD Delusion(신이라는 환상)"이라는 도발적인 제목으로 출시한 그의 새로운 책에서 그는 종교적 온건파를 비롯한 근본주의자를 비판하며 신학이라는 분야 전체를 부정한다. 도킨스는 신의 존재 자체가 과학적 추측에 불과하며, 논거가 부재하다고 주장한다.

사실, 상당수의 과학자가 이러한 입장에 어느 정도 동의를 하고 있지만, 종교전쟁에서의 불똥을 피하기 위하여 스스로를 불가지론자(agnostic)로 칭하거나 진화론(theory of evolution; 인간 및 생명의 잉태는 창조가 아니라 진화에서 비롯되었다는 이론)과 진화의 과정(process of evolution; 논거로 증명되고 사실로서 받아들여지는 생명체의 진화의 과정)을 분리하여 설명하는 등의 시도를 하지만, 도킨스는 그러한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소신(?)을 표현하는데 과감성을 보인다. 전세계 인구의 73%에 달하는 종교인을 적으로 만드는 한이 있다 하더라도 말이다.

그가 종교를 바라보는 관점은 순수하게 지적(intellectual)측면인데, 도의적 옳고 그름이나 존재해야할 당위성이나 부적절성을 논하지 않는다. 실제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여부와 그를 적정하게 해줄 수 있는 논거의 존재/인지 가능성 여부를 중시하는데, 그러한 예로, 다윈(Darwin)의 이론을 접하였을 때 그 간명함에서 굳이 초자연적인 힘을 빌지 않아도 이러한 복잡다단한 진화와 생명의 현상들을 설명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설명을 보면, 누군가가 정말 '무신론자'가 될 수는 없다고 한다.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기 때문에, 요정의 존재나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이나 유일신에 대하여나 불가지론의 입장을 취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즉, 엄밀한 의미에서 무신론자는 불가능하지만, 우리가 오늘날 토르나 아폴로를 믿지 않는 다는 의미에서는 무신론자인 것 처럼, 다만 누군가는 그러한 무신론의 범위를 조금 더 확장한 정도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도킨스는 아폴로를 부정하듯, 유일신을 부정하고 있다는 의미; 이하 무신론자로 칭) 또한, 도킨스의 입장은 신 자체는 존재할 수 있지만(불가지론적 입장에서) 종교인들이 믿고 있는 하나의 '인격적 존재'나 '지적 설계자'로서의 신의 존재는 부정하고 있다.

그는 또한 지적능력과 무신론자의 양의 상관관계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언급하는데, 43개의 연구(멘사 퍼블리싱에서 한 조사라고 한다)에서 교육 수준이나 IQ 등을 종교 여부와 연관지어 조사한 결과, 43개 중 39개 결과에서 양의 상관 관계를 발견하며, 보다 많은 교육을 받았거나, 똑똑할 수록 무신론자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러한 부분은 굉장한 논란의 여지가 있을 듯 하지만, 해당 조사 기관의 특성 상 종교적 편파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도록 하자.)

그는 이 책을 통하여 "종교를 믿는 것은 옳지 않다"라는 주장을 하는데, 그 주된 이유로 그릇된 사실을 믿도록 장려한다는 점을 꼽고 있다. 실제 설명이 아닌 부적절한 설명에 만족하도록 조장된다는 것인데, 과학을 통하여 아름답게 설명될 수 있는 부분에, 일반적인 사람들이 아예 노출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종교들은 일반적으로 그러한 일을 오히려 억제하는 쪽으로 유도한다는 점에서 도킨스의 종교에 대한 적개심이 비롯된다고 한다.

그는 종교가 단순히 솔직하지 않다는 점을 넘어서 일련의 악의적인 부분까지 있다고 하는데, 종교적 신념(faith)은 증거의 부재 상태에서도 무언가를 믿도록 만들며, 거기서 더 나아가 그러한 증거 부족 상태에서 무언가를 믿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도록 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점은 거의 모든 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고 한다. 만약 성서나 성직자에게서 변절자나 신성모독자는 사형당해야한다고 배우면, 한때 종교를 믿었지만 더이상 믿지 않는 사람은 죽어야 마땅한 것인데, 이러한 것은 나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것을 정당화할필요가 없는 것은 그들의 믿음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가 "나는 그것을 믿기 때문이다"라고 하면, 사람들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그러한 그의 의사를 존중해주어야 하게끔 된다. 우리는 자라면서 어떠한 사람의 신념에 대하여는 존중을 하고 그것에 대하여 도전을 해선 안된다고 교육을 받기 때문인데, 이러한 일로 인하여 매우 안좋은 일도 생겨날 수 있다. 역사적으로도 그러한 일이 일어났고, 십자군, 종교 재판, 그리고 최근에는 뉴욕에서 일어난 911 테러도 모두 종교적 신념이라는 이름 하에 수행된 일이라는 것이다. (사실 이 부분에서 섬뜩해졌다)

그는 종교를 자신의 자녀나 제자들에게 무조건적으로 옳다고 가르치는 것을 경계하라고 하며, 본인이 종교적 온건파라 하더라도 종교적 교리에 대한 무조건적 믿음을 종용하는 한, 그러한 환경하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극단적 종교론자가 될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의 과감성은 '삶의 이유' - 우리는 왜 태어나서 살아가고 있는가('어떻게'의 측면이 아니라) - 에 대한 질문의  어떠한 운명론적 목적성(매트릭스에서 말하는 everyone has a purpose와 같은 맥락)에 대하여 전면 부정을 하면서 부각된다. 도킨스는 '모든 질문이 답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역설하며, 인류가 오랫동안 끊임없이 물어온 질문 '삶의 이유'는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손쉽게 무시해버린다. 그의 우주관을 전제로 받아들이게 되면, 이러한 질문은 성립될 기반을 상실하며, 종교적 관점에서 의미있어 보이지만 실질적으론 아무것도 묻지 않는 것과 같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애당초 존재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답을 구하려하는 것이 된다는 것인데, 사상누각에서 없는 기반을 찾으려고 하는 격이라는 논리이다.

그가 말하는 인간이 바라보는 우주관에서 핵심적인 질문들 - '답을 구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 - 에는 우주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물리학의 법칙은 어떻게 비롯되는가, 생명은 어디서 탄생하는가, 그리고 왜 수십억년이나 걸려서야 이 별에서 생명이 나타나고 진화를 시작하였는가와 같은 질문들이 있다. 이러한 질문은 합당한 질문으로 과학이 답할 수 있는 형태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영원히 대답할 수 없는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이러한 질문이야 말로 종교는 아무런 실질적인 대답을 제공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

종교인들의 입장에서 리차드 도킨스의 이러한 주장들은 매우 offending한 내용이 될 수 있지만, 의심없는 믿음이라는 종교의 전제를 과학의 전제와 방법론(가설과 실험, 실증적 논거로 증명해나가는)으로 치환하게 되면 도달하게 되는 결론이 매우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주장은 상당히 흥미롭다.

어떤 이는 자연에서 신을 대면하고 어떤 이는 자연 속의 과학에 눈물을 흘린다


신(God)과 달리, 종교는 인간이 가진 고도의 추상화 능력과 생명체가 태생적으로 갖는 순환성과 역동성을 감안한다면 자연스럽게 생겨날 수 밖에 없는 개념중의 하나라는 점에서 지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현상이다. 인간의 두뇌의 복잡다단함이 마련해준 이러한 기적이 하나의 초유기체적 조직으로 거꾸로 인간에게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모습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나아가 전 세계 인류의 73%가 믿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들이 믿는 신의 형태적 다양성과 역사적 가변성을 헤어라보면 더욱더 흥미롭다.

아직은 과학이 종교에 대한 이렇다할 명쾌한 반증(아마도 그 전제의 특성상 반증은 당분간,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고) 종교도 마찬가지로 과학을 전면 부정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는 점에서 이 양쪽의 세력(?)이 어느 지점에서 수렴하거나, 혹은 영원토록 평행선을 달려갈지 사뭇 궁금해진다.

(last photo by Joe_B)
댓글을 달아주세요

분류 전체보기 (822)
Entrepreneur (140)
Technology (265)
Design (93)
Science (22)
Thoughts (63)
소소한 하루 (184)
About (6)
me2day (40)
Paprika Lab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