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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계(complex system) 과학이라는 학문의 분야가 있다. 엄밀히 분야라고 하기보다는 way of understanding이라는 느낌이 더 강한데, 그 이유는 기존의 현상이나 조직, 개체 및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 등 다양한 부문에 있어서 복잡계적 접근이 시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복잡계의 '적응 여부'에 초점을 맞추어 최근에는 복잡적응계(complex adaptive system)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렇다면 복잡계란 무엇인가? 복잡한 것을 연구하는 학문일까?

흔히 '복잡하다' 라고 부르는 것은 영어로 치면 'complicated'를 의미한다. 하지만 복잡계에서의 복잡성은 'complex'이다. 다시 말해 특정 단위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는데, '창발성(emergent property 혹은 emergence)'이라는 현상으로 그 큰 특징을 묘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자. 복잡계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예가 개미이다. 아프리카의 개미들을 보면 어느 종들은 사람 키의 몇 배에 달하는 개미집을 짓고 살곤 한다. 그 집 속에는 무덤도 있고 부엌도 있으며 다양한 기능을 하는 방들이 있다. 하지만 그 개미집 전체를 총괄하는 마스터 플랜이 없을 뿐더러, 특별히 리더쉽을 발휘하는 계층이 발견되지도 않는다. (참고로 여왕개미는 리더의 역할을 수행하지 않는다) 그런데 미시적인 개미들의 행동들과 동기들이 거시적으로 매우 고도로 복잡화된 거시적 현상을 만들게 된다.

미시적 동기들이 전혀다른 거시적 현상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 상위 단계에서 하위 단계에서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속성이 나타나는 것, 이러한 것을 창발성이라고 부른다. 사실 엄밀한 의미에서 진정으로 창발적인 것이란 무엇인가에 대하여는 여전히 논의의 여지가 많으나, 현 시점에서는 이 정도의 모호한 정의로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복잡계를 나타내는 특성들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다양한 설들이 있지만, 그중 John Holland씨가 말하는 몇 가지 속성을 소개하여 보자.

1) 복잡적응계에서는 여러 에이전트(agent)들간의 병렬적 행동의 네트워크가 나타난다.

뇌 속의 뇌 세포의 작용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경제의 주체인 인간들, 그리고 생태계에서의 다양한 생명체들을 떠올려 보자.

특히 이러한 에이전트들은 주로 넓게 퍼져있는 것이 관찰된다. 일관성있는 일련의 행동들은 어떤 마스터의 조종을 받는 것이 아니라, 해당 에이전트간의 상호작용들이나 경쟁에서 비롯되게 된다.

2) 복잡적응계에는 여러 단계의 조직들이 존재한다. 한 레벨의 에이전트들은 상위 레벨의 에이전트들의 빌딩 블럭으로 작용한다.

세포가 섬유질을 구성하고, 섬유질이 기관을 구성하며, 기관들이 생명체 전체를 구성하는 것을 보고 알 수 있으며, 심리학적으로도 기초 지식들이 연결되어 상위의 추상화된 개념을 만들어 내고, 그러한 추상화된 개념들이 보다 상위의 고급 개념들을 구성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빌딩 블럭들은 경험을 함에 따라 끊임없이 수정되고 재배치된다.

3) 복잡적응계는 미래를 기대한다.

특히 경제학자들에겐 이러한 사실이 별로 새로울 것이 없을 것이다. 불황이 계속될것으로 예상되면 사람들의 소비 심리는 위축된다. 하지만 이러한 것은 인간의 예상 능력 뿐만 아니라 논리적 사고를 하지 못하는 단순한 생명체들에서도 발견된다. 특정 박테리아들은 일정한 종류의 화학물질을 접하게 되면 해당 물질을 따라서 이동하게 되며(먹이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러한 일련의 현상들은 유전적으로 이미 각인되어 있다.

4) 복잡적응계는 많은 틈새를 가지고 있다.

복잡적응계는 항상 적응을 해가며 스스로의 상태를 전이(transition)시켜간다. 이에 따라 새로운 기회나 빈틈이 시스템에서 생겨나게 마련이며, 복잡적응계는 결코 완전한 균형점(total equilibrium)에 도달하지 못한다.

특정 에이전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다른 에이전트들이 행동하는 것(여기서 에이전트는 동일 군만이 아니라 주변 환경 까지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며 적응해나가는 것 뿐이다.



위의 설명을 찬찬히 읽다보면, 주변에서 흔하게 접하게 되는 것들을 묘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그러하다.

주변에 보이는 사람들, 사람 속의 마음이라는 것, 감정, 우리가 느끼는 '맛'이라는 것, 수 많은 조직들과 기업들, 단체들, 나라, 사회의 경제 시스템, 주식 시장, 작은 생명체 하나 하나 모두가 복잡계를 이루고 있다.

복잡계의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것은 과거의 데카르트 시대의 산물인 환원주의적, 연역적 사고의 한계를 인지하고, 관계와 창발성에 의미를 두며 귀납적 사고를 한다는 것이다.

쪼개고 쪼개서 연구하는 시대는 갔다. (물론 쪼개고 분석하는 것은 여전히 훌륭한 방법론이다. 하지만 이 것만으로 모든 것을 이해하는 것은 한계에 부딛혔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물리학계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의 근황이다) 이제는 쪼개진 요소들 사이의 관계 속의 창발성을 연구하고, 그것을 통하여 세상을 이해해야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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