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tty Studio

기업가정신 & 스타트업, 그리고 기술과 디자인에 대한 곳.

[윤석철 교수님의 경영.경제.인생 - 강좌 45편 중 p.32-p.35 발췌]

프런티어 개척전략의 위력

1982년 당시 스탠포드대학에는 호환되지 않는 컴퓨터가 약 5,000대, 호환되지 않는 전자우편(e-mail)시스템이 20개가 넘었다고 한다. 당시 학생부부였던 레너드 보색과 샌디 러너는 캠퍼스 내 여러 건물 사이에 네트워크를 연결하여 데이터를 서로 전송하고 호환성을 해결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시스템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 시스템의 판매권을 대학에 주겠으니 대학이 이 프로젝트를 승인하고 지원해달라는 요청서를 냈으나 거절당했다.

실망한 두 사람은 대학을 나와 1984년 12월 자기 집에서 시스코(Cisco)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차렸다. 두 사람은 친구 몇 명을 데리고 일주일에 100시간 이상 일하는 문화를 만들었고 비용은 신용카드로 감당해나갔다. 돈이 필요해지자 벤처캐피털 회사를 찾아가 자금유치에 나섰으나 무려 75개사로부터 거절당했다. 아직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황무지를 개척하는 일은 이렇게(남들로부터) 인정받기가 어려웠다. 마침내 1987년 시쿼이아(Sequoia) 벤처캐피털사의 돈 밸런타인에게 30퍼센트의 주식과 4년간의 경영권을 주는 대가로 250만 달러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그동안 학술연구와 군사용으로만 쓰이던 인터넷에 대해 미국의회가 1987년 상업화를 허용하면서 네트워크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폭발했다. 대기업들은 여러 곳에 산재해 있는 사무실과 공장들을 연결해야 할 필요를 느꼈고, 시스코는 이 필요를 충족할 수 있는 라우터(router)를 개발했다. 1992년까지 광고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스코에는 (구입 대금을 선불하는) 주문이 쇄도했다. 라우터에 대한 수요는 매년 폭증했고 창업한지 15년 3개월만에 (2000년 3월 24일자) 미국 증권시장에서 시스코의 시가총액은 5,792억 달러에 이르러, 마이크로소프트(MS)를 제치고 세계 최대 기업으로 부상했다.

인터넷의 발전속도가 주춤해짐에 따라 시스코의 성장이 둔화되고는 있으나, 시스코 창업 사례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프런티어 개척전략의 위력이다. 만약 시스코가 자동차나 선박, 가전제품같이 전통적이고 재래적인 산업분야에서 창업했다면 이렇게 눈부신 발전과 역사적 기여는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프런티어 개척이 어렵다면 3D의 길을 선택하라

1997년 경제위기 발발 직전, 한국에는 자동차 제조회사가 (갤로퍼를 생산하는 현대정공과 티코를 생산하는 대우조선 포함) 8개나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가 과잉 공급 상태에 있었고 우리 기술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나을 것이 없었기 때문에 이들 중 일부가 망하리라는 것은 필연이었다.

공급과잉은 '너 죽고, 나 죽고'식 과당경쟁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업들이 이런 투자를 한 이유는 무엇일까? 시스코처럼 프런티어를 발견하고 그것을 개척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미국에서 가난한 학생 둘이 (인터넷 시대를 이끌어 갈) 라우터를 만들고 있을 때 우리나라 재벌들은 자동차, 석유화학 등 전 세계적으로 공급과잉 상태에 있는 전통산업에 투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공급과잉을 알면서도 '너 죽고, 나 죽고'식 과당경쟁 속으로 뛰어드는 것은 현명한 길이 아니다. 프런티어 개척이 어렵다면 차라리 3D산업의 길이 차선책일 수 있다. 3D란 더럽고(Dirty), 어렵고(Difficult), 위험하다(Dangerous)라는 영어 단어의 첫 글자들을 딴 것이다. 3D산업은 회피 대상이기 때문에 거기에는 '너 죽고, 나 죽고'식 과당경쟁이 없다. 그런데 의식주 등 인간에게 꼭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는 궁극적으로 3D산업에서 나온다. 그래서 3D산업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영원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프런티어를 발견하고 그것을 개척하는 일이 어렵다면 3D업종을 좀더 깨끗하고, 쉽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방향으로 연구하여 발전시키는 길이 차라리 현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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