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지만, 훗날 스스로와 주변 사람들에게 솔직해질 수 있는 나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블로그에 기록해본다.
올해는 개인적으로 매년 세우는 목표를 가장 적게 달성한 해가 되었다. 목표치가 컸던 탓도 있겠지만, 관리면에서 가장 부족했던 한 해이기도 하다. 결국 집중해서 관리하지 못한 것들은 미달되는 경우가 많게 마련이고, 그게 연말에 고스란히 성적표로 받게 된다. 노력하지 않고 실행하지 않는 것이 기적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는 없다. 하물며 로또일지라도 구입은 해야하고, 번호는 뽑아야 하며, 번호를 맞추어는 봐야하지 않는가. 준비-실행-마무리는 필요한거다.
2012년에는 목표를 훨씬 단순하게 정리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그 목표에 온전히 집중을 할 생각이다.
2011년 4월말에 출시한 히어로시티가 최대 월간 150만명 유저를 달성하고, 누적가입자 300만이 넘었다곤 하나, 아직 부족한 점이 무척 많다. 싸이월드와 러시아 플랫폼 2군데 출시는 시장의 차이에 대하여 배움을 주었으나 결과적으로는 매력적인 성과로 이어지진 못한 듯 하다. 신규 프로젝트 토이앤좀비에 대한 고민이 크다. 나름의 고유함을 하나의 완성된 경험으로 뽑아낸다는 건 창조의 난이도가 크게 마련이다. 이제 시작이니 앞으로의 굵직한 변화를 기대해보자. 신작 게임 출시 4개 목표는 결국 2개로 아쉽게 마감을 해야 했다. 꿩대신 닭이라고 하던가, 히어로시티 하나로 플랫폼은 4곳에 진출하였다.
그런의미에서 연말에 병역특례가 지정된 것은 큰 호재다. 조직이 아직 작다보니 뛰어난 인재 한 명 한 명에 무척 갈증이 심한 편인데, 그런 면에서 중소기업들이 꿈꾸던 그러한 인재들 (다만 대부분이 잠재력만 무궁무진한 신입이다)의 이력서가 줄줄이 들어온다는 것은 꽤나 좋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파프리카랩은 이렇다할 성공이라는 단어와는 무척이나 먼 곳에 있다. 만약 내심 생각하는 성공의 목표에 도달하면 페이스북이나 이곳에 제일 먼저 고할테니 성공 기준이 뭔지는 묻지 말아주길.
잊지 말아야할 것은 성공이 없는 위대한 조직은 없다는 점이다. 사람들 분위기와 조직 문화는 무척이나 중요하다. 하지만 성과를 내야만 경영을 했다고 할만하고, 조직은 존재의 의의를 증명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면에서 파프리카랩은 아쉬운 2011년을 보냈다. 팀빌딩의 해였다고 생각해야할까. 분명 더 잘할 수 있었다.
티켓몬스터를 옆에서 보면서, 스피드 경영, 성과 경영이란 이런 것일까 생각했다. 분명 그 조직을 이탈해온 불만을 가진,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남아서 성과를 거두어낸 사람들이 그러면 나쁜 사람들일까? 의견이야 다양하겠지만, 일단은 경영자로서, 가치를 만들어 내고 고용창출을 한 조직으로서는 훌륭한 점수를 줄 수 있을 게다.
요즘 돌고 있는 넥슨 김정주 사장님의 인터뷰를 보면서 다시한번 느꼈다. 시대의 흐름을 읽는 것의 중요성, 그리고 그것의 선택을 받는 것이 사업에 미치는 영향. 시대의 흐름을 잡는 조직의 DNA. 그러면서도 또 놓치게 만들 수도 있는 조직의 DNA. 지금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바다 건너 GREE나 DeNA의 경우도 마찬가지일게다. 그들에게도 시대가 바뀌면 위기가 올 것이다. Groupon이나 Zynga에게는 생각보다 빨리 그러한 위기가 당면한 듯 하다. 파프리카랩이라는 조직의 DNA는 어떻게 구성되어있는가?
나는 조직을 책임지는 경영자로서 주변 사람들의 비판을 두려워한 나머지 모든 결단을 느리게 한 건 아닐까하는 생각을 부쩍 자주한 한 해였다. 모든 사람을 만족 시킨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알면서도 내심은 조직원 모두를 만족시키려고 하다가 정작 중요한 사람들의 마음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하는 우려도 든다. 어느덧 서른명을 바라보는 조직이 되었는데, 아직은 경영의 본질이 아닌 것에 많은 욕심들이 남아있는 것 같기도 하다.
스티브잡스가 애플 초창기에 경영자로서 과연 얼마나 뛰어난 관리 역량을 가졌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조직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거기에서 많은 좋은 인재들이 몰려들었다. 성과를 낸 것이다. 그리고 경영이란 성과를 내는 것이다.
그리고 조직은 사람들의 결합이고 성과는 팀웍의 결과이다. 조직의 DNA와 안 맞는 사람은 빨리 내보내고, 잘 맞는 사람을 적극 등용한다는 자명한 이치를 현실에서 실행한다는 건 어렵다. 맥킨지의 수십년의 전략컨설팅의 결론 중 이런말이 있다고 한다. "Change management(변화 경영)"의 핵심은 "Change the management(경영진을 바꾸는 것)"이다는 것이다. 결국 성공과 행복은 태도. 습관. 실력으로 결정된다. 우리 스스로 변하지 못하면 제구실을 못하는 사람이다는 소리 들을 각오 해야한다.
2012년에는 더 단호하게, 더 명쾌하게, 더 크게, 더 빠르게, 더 집중해서 나가보자. 올해의 키워드는 "경영"으로 하자. 기업가정신이 무엇을 의미하는 가 좀더 곱씹어보자.
여담이지만 올해 어느 순간부터인가 미래를 그리고, 큰 그림을 보는 일을 게을리 한 듯 하다. 스티브잡스의 전기에서 노트북의 mock-up을 맥팀 앞에서 꺼내는 장면에서 뒷통수를 때려맞은 듯 했다. '아, 내가 이걸 잊고 있었구나' 싶었다. 명확한 비전. 비전에 수반되는 목표를 달 성해가면서 점점 더 멀리 있는 점을 찾아나간다. 선들을 이어간다. 점에 도달하기 전에 선이 생겨나지 않는다. 하나 하나 제대로 경영해가는 것이다.
2012년. 올해 파프리카랩 승부수를 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