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tty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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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현실 속에서 살고 있다. 자신이 아무리 부정하고자 하여도 자신의 사고의 범주 내에서는 결코 자기 자신을 초월하는 사고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생각하는 사고' 자체가 자기 자신에게 종속되어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서 실존주의(existentialism)만을 고집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때로는 현상의 본질에 대한 풀리지 않는 질문을 던져보며 희열을 느끼기도 하고 현상의 관계 속에서 느껴지는 보편성을 굳이 부정할 필요도 없다.

인지 심리학에 대한 이해까지 갈 필요 없이 인간의 두뇌라는 기관은 현상사이의 보편적인 관계를 파악하는데 비교적 뛰어나며 그것을 굳이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패턴(pattern)'정도로 칭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현실적인 사람들은 이러한 패턴의 파악과 고도의 추상화(abstraction)가 갖는 의미를 부정하곤 한다. 과연 그러한 추상화가 실생활에 어떠한 실질적 영향을 주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며 말이다.

사실 그렇게 보이는 대부분의 추상화가 실제로도 별다른 영향력을 주지 않게 마련이다. 이는 단편적으로 과학적 지식의 극히 일부가 기술적 적용에 있어서의 용이성을 띄며 그러한 기술 중 극히 일부만이 현실 세계에서의 실용성을 갖는 다는 점을 보아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과학이나 수학과 같은 학문이 갖는 공통적 속성이라고 하자면 자연이나 현상에 숨겨진 법칙이나 원리를 발견하고 그것을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표현하며 전달하는 것이 있다. 현상을 추상화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추상화의 결과물은 다른 영역에서의 추상화의 결과물과 결합하여 새로운 응용을 위한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러한 추상화의 연결이 새로운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어렵지 않은 예로 초전도체(super conductor)가 있다. 일련의 과학적 영역들의 접합과 추상화가 가능하지 않았다면 이러한 초전도체의 응용(예: 자기부상열차)은 실제로 불가능했을 것이다.

조금더 현실에 와닿는 이야기를 해보자.

잔뼈가 굵은 창업가를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보면 경영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많은 회의적인 시선들을 느끼게 된다. 현실하고 그다지 상관없이 가정과 상황속의 단편들의 묶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하나의 이론(theory; 낱낱의 사물이나 현상을 일정한 원리와 법칙에 따라 통일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보편적인 지식 체계)이라고 일컬어지는 것들이 그다지 긴 시간이 지나지 않고도 전혀 상관없는 것으로 전락해버리는 것을 경험하기도 한다. (실제로 자연과학에서도 그러한 theory들이 그 밑의 하부 구조에 대한 이해의 변화로 깨지거나 변화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어떠한 경영자들은 자기 자신의 경험을 성찰하여 경험의 밑바탕에 깔려있는 보편적인 원리를 곱씹어보는 것을 부정하기도 한다. 그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사실, 본인도 그러한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그러한 경영자는 현상의 수열에 불과하며 다른 사람에게 경험이나 지식의 형태로 전달될 수 없는 과거의 상황에 불과하다. 자기 자신의 경험을 추상화를 통하여 제한적 보편성(bounded universality라고 칭해보자)의 체계로 거듭나게 할 수 없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교훈 역시도 없는 것이다. 즉, 지식이 아니라 사건으로 지나쳐버리게 된다.

만약 뉴턴의 역학 체계가 하나의 사건에서 그 생을 마감하였다면 오늘날의 과학과 기술이 지금 처럼 발전할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하여는 회의적일 수 밖에 없다. 비록 뉴턴의 역학 체계도 본질적(이 단어에 대한 섬세한 비평은 보류하기로 하자)인 수준에서는 부정확하다고 봄이 옳으나(이 역시도 현시대의 시점에서 말이다) 그것이 갖는 제한적 보편성으로 인하여 많은 발전과 학습이 가능하였다.

경영학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다만 그 生이 다소 길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점을 제외하면 말이다. 또한, 지나치게 추상화를 거듭하거나 반대로 부분적 요소들을 지나치게 누락시키지도 않고 접근하고 있는 분야들의 경우 상당 부분이 보편적 지식 체계에 근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사관리에 내재된 인간의 심리에 대한 부분이 그러하고 자원과 역량에 대한 수치적 이해의 측면에서의 회계도 그러하다.

나아가 개개인의 경영에 있어서의 경험 또한 그러한 보편적 체계가 다소 거칠더라도 없지는 않을터, 그러한 체계를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것이 성공한 경영자의 의무라고 믿는다. (실패한 경영자가 그러하지 말라는 의미는 아니다. 결국 성공과 실패는 여전히 제한적으로 주관적이지 않은가)

그래서 현상과 추상의 관계는 어느 하나가 우선이 아니라 서로 선순환, 혹은 악순환을 만들어내는 재귀적 조건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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