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에 대하여는 이야기의 범주가 다르니 생략하기로 하고, 우선은 간단한 기억하기에 대한 이야기만 하자면,
우리는 pneumonoultramicroscopicsilicovolcanoconiosis 같은 긴단어는 곧잘 기억하면서도 3.14159265359 같은 pi값은 잘 외우지 못한다.
이유는 context와 categorization의 availability 여부.
위의 긴 스펠링은 음절 단위로 범주화가 이루어지며, 주요 음절이 하나의 의미를 갖는 문맥으로 기억이 되기 쉽다. 결국 뇌 속에 있는 연결고리가 풍부하게 갖추어진 셈.
반면에 숫자는 쉽게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 World Memory Championship 대회에서 다연승을 한 도미닉 오 브라이언(Dominic O'Brien) 같은 경우는 각 숫자나 트럼프 카드에 자신과 관련된 장소나 잘 아는 인물등을 연결하여 스토리를 만든다고 한다. 1987년에는 일본인 히데아키 토모요리(당시 55세)는 pi를 40,000자리수까지 한개도 틀리지 않고 읊었다고 한다. 읊는데 12시간이나 소요되었지만말이다. (솔직히 이건 좀 비인간적이라고 생각)
이러한 범주화와 문맥을 이용하여 인간의 7±2법칙을 쉽게 극복할 수 있다. (단기 기억 버퍼에 5~9개 정도 밖에 빨리 외우지 못한다는 법칙으로 집전화번호가 7자리인 이유도 여기서 비롯됬다는 이야기도 있다)
우리가 5437890이 아니라 543-7890(임의의 번호) 식으로 끊어 외우는 것도 음절과 리듬 등을 통한 범주화를 위함인데, (그래도 인간적으로 위의 pi 4만자리는 좀...) 이러한 범주화와 문맥을 동원하면 해당 정보에 대한 기억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다만, 문맥적인 연결은 의식적으로 훈련해야 하는 부분이 크기 때문에 오랜 시간 동안의 노력이 필요하다. (참고로 도미닉 오 브라이언은 30세까지도 학습 부적격자 판정을 받을 정도로 기억력이 형편없었다고 한다. 고된 단련을 통한 기억력 학습이 그를 세계 챔피언으로 올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