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tty Studio

기업가정신 & 스타트업, 그리고 기술과 디자인에 대한 곳.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사실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면 결정적인 씨를 뿌린 누군가가 있겠지만)

하지만 이제는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적어도 우리가 바라는 세상이 오려면.

오늘 오랜만에 회와 스시를 먹었다. 회를 정성껏 썰어서, 손에 작게 담아낸 흰 밥알들위에 와사비와 함께 살포시 얹어 놓는다. 순수하게 내용물만을 보면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아서 옮겨와서 잘라서 밥을 해서 올려놓고 먹는다는 전혀 먹고 싶지 않을 법한 느낌이 나는 음식이다.

하지만 어떠한 물고기를 잡아서, 어떻게 보관하고 운반하며, 그것을 어떤 사람이 어떠한 온도에서 어떠한 칼과 어떠한 내공으로 썰어내는가에 따라서, 그리고 밥의 정도와 밥알의 개수, 거기에 어떠한 품질의 와사비를 넣고, 어떠한 간장에 찍어먹게 되는 가에 따라 물고기 음식이 절세의 요리로 거듭나는 것이다.

이태리에 가보면(사실 나는 아직 못가봤다) 가구 하나를 몇 세대에 걸쳐서 갈고 닦아서 만든 장인들이 있다. 하지만 전통적인 것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 요소들도 도입하거나, 또는 영감을 얻어서 자신의 것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한다.

인터넷 시대가 도래하고 한국은 화려한 인터넷 세상을 펼쳤다. IT 강국 코리아라는 칭호를 잠시(?) 달아보기도 하고, 촛불 집회같은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내기도 하였다. 웹디자인 에이전시도 파도처럼 일어났다가 파도처럼 부서지기도 하였다.

서울 곳곳에는 먹어보면 꽤 맛있는 김치찌개, 파전, 두부김치, 그리고 전통 요리 중 하나인 라면(?) 등이 있다. 고기를 슥슥 구워먹기도하고, 시원한 소주(소주의 주는 술 주자가 아니다) 한잔을 걸치기도 한다. 옛 모습을 많이 간직하고 있다.

무엇인가 씁쓸하다. 무엇인가.

대한민국은 수렴의 나라다. 높은 선택압과 빠른 수렴에 강한나라다.

무슨 말인가 하면, 우리나라가 만들어온 문화나 사회적 분위기, 그리고 부모님과 조상들에게서 (중간에 변질되어) 받은 사상이나 자세가 사람들로 하여금 갈고 닦거나 장기적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를 위하거나, 혹은 자신만의 주체성 있는 무엇인가를 갈망하고 동시에 그것을 향해 나아가도록 하는 것이 아닌 방향으로 만들어져있다는 것이다.

모두 남의 눈치를 본다. 남의 시선을 의식한다. 한때 '나 하나는 내가 바라는 대로 멋진 인생을 살아보자!'라고 외치던 고등학교 교실 제일 뒤에 앉아서 폼을 잡던 친구들도 이제는 세상의 풍파 어딘가에 묻혀서 보이지 않는다.

사회적 명예, 부, 지위, 그리고 무엇인지 모르지만 일단 빠르게라는 것이 국민의 코드에 뿌리를 내렸다. 냄비형 국가, 빨리빨리 문화 같은 좋지 않은 칭호를 보며 씁쓸해 하고 나는 그거랑 상관없지 라고 하면서도 대중과 국민의 물결 속에서 함께 떠다닌다.

한 때 끓었던 대한민국 (from naver)


자신만의 철학, 자신만의 꿈과 목표, 그리고 그것을 향한 집념과 실천력, 고민들. 이런건 사치다. 아니 이상이다.

'현실이 다 이렇고 이런거지'라는 웃기지도 않은 말을 입에서 잘도 내뱉는다. 그것도 새파랗게 젊은 20대의 청춘들이 말이다. 그리고 택하는 진로라는 것이 고작 '요즘 인터넷 쇼핑몰이 뜬데', 혹은 (이제는 한물 간)'PC방 경영' 이거나, 상황(?)이 좋은 친구들은 '삼x전자' '외국계 컨설팅 회사' 같은 곳 아니면 안간단다.

그런 친구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그래서 니가 정말 하고 싶은게 뭔데? 너가 정말 죽기 전에 이거 하나는 꼭 해보고 죽어야지 하는게 뭔데? 정말 잘해보고 싶은게 뭔데? 세상에 무엇인가를 바꾼다면 무엇을 바꿔보고 싶은데?

고민하지 않는다. 실천하지 않는다. 갈망하지 않는다.

그냥 그렇게 살아갈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예쁘지 않은 김치찌개에서 머물렀어야 했다. 우리는 동양의 피자로 거듭나지 못한 파전에서 만족해야했다. 우리의 자부심이었다던 도자기는 사라져가고, 금속활자의 자부심도 종로 근처에 널린 인쇄소에서 그쳐야했다. 인터넷 강국도 표준하나 지키지 못하는 포탈들이나 플래시 떡칠에 삐까뻔쩍 이미지를 덕지 덕지 뿌리기만 하는 너도 나도 똑같은 찍어판에서 그쳐야했다. 우리의 라면은 군대에서 절정을 달할 수 밖에 없다.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

주체성은 무엇인가?

이 작은 나라에서 세계 최고의 것들이 나오지 못하는 것은 왜인가?

우리는 어디선가 멈춰서버린것이 아닌가. 더이상 아무런 모험도 할 수 없고 두렵고 불안한 나머지 제자리에서 돌다리나 두드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강에 빠지는 것은 고사하고 물이라도 튈까봐 제자리에서 아무데도 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에게서 사라져버린 것. 그들에게 아직도 있는 것. 이제는 다시 찾을 때다.

세계를 변화시키는 힘이 되어보자.


- 7.17.2005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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