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tty Studio

기업가정신 & 스타트업, 그리고 기술과 디자인에 대한 곳.

윤석철 교수님의 강의 내용 중에 기업의 생존부등식이라는 내용이 있다:

V > P > C
(Value > Price > Cost)

이 부등식이 유지되어야만 기업이 생존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고객이 느끼는 가치(V)가 가격(P)보다 높아야 고객이 구매를 하려 하고, V와 P의 차이를 "소비자 효용"이라고 한다. 그리고 고객이 지불하는 가격(P)이 비용(C)보다 높아야 기업이 이익을 내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이를 "생산자 효용"이라고 한다.

어찌보면 자명해 보이지만, 실제로 현실에서는 이것을 지키는 것이 쉽지 않다. 독점적 기업들은 P를 V보다 높이곤 해서 소비자들에게 "폭리"를 취한다고 비판을 받고 (다들 마음속에 생각나는 기업들이 하나 둘씩은 있을 것이다) 그들은 내부에서 상여금 폭탄을 서로에게 선사하기도 한다. 물론 독점도 정부 규제에 의한 독점이 아니라 소비자의 선택에 의한 "시장 독점"이라는 조금 더 긍정적인 것도 존재하지만 이는 다음 기회에 이야기를 해보자. 그리고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제작/운영 비용(C)이 소비자들이 내는 가격(P)의 합, 다시 말해 매출보다 많기 때문에 적자에 허덕이다가 부도를 맞이한다.

일단 기업이 V>P>C의 관계를 달성하게 되면, 장기적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을 하기 위하여 택할 수 있는 방향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V와 P의 거리를 벌리거나, P와 C의 거리를 벌리는 것이다. 즉, 혁신과 창조를 통해 소비자들이 느끼는 가치를 높이고, 그에 맞춰 P도 함께 올리거나 (최근의 아이폰과 같은 사례를 보면 이러한 점이 느껴진다) 아니면 원가를 낮춰서 C를 더욱 내리는 방법이다.

이상적으로는 V를 높이고 그에 맞춰 P도 따라 올라가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이를 행하는 것이 어렵다. 이미 안정적으로 V>P>C의 관계에 있는 기업에서 혁신적인 인재가 많이 있긴 힘들 뿐더러 (그들은 대부분 안정적인 조직에서 답답함을 느끼고 뛰쳐나오곤 한다) 당장 단기적인 이익 목표를 맞추어 상여금을 높이려면 V-P를 건드리는 것 보다는  C를 낮추는 것이 쉽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공문형태로 "올해는 원가를 10% 절감하시오. 아니면 납품업체를 바꾸겠소."를 매우 친절하게 fax로 넣으면 손 안 대고 코를 풀 수 있다.

그래서 중소기업들이 힘들어하고 사장들이 한강에서 뛰어내리는 동안 대기업들은 "사상 최대 영업 이익 달성!" 같은 헤드라인을 장식하게 된다. V-P-C는 여기까지.

이번에는 최근에 고민하고 있는 이슈를 가지고 새로운 부등식을 고안해보았다:

M-C-I
(Market - Company - Investor)

Market은 당연히 시장을 의미한다. 시장의 필요와 기대 수준이다. 시장의 필요의 크기가 시장 규모를 결정한다. 기대 수준이 제품/서비스에서 요구되는 품질을 정의한다.

Company는 기업으로서 기업 활동이 시장에 제공하는 가치(제품/서비스)를 의미한다.

Investor는 투자자이다. 그 투자자는 당신의 부모일수도 있고, 친구일 수도 있고, 엔젤/기관투자자일 수도 있다.

V-P-C에서 각자의 간격을 벌리는 것이 바람직한 기업 활동이라고 했다. 하지만 M-C-I는 그 간격을 좁히는 것이 바람직한 기업활동이 된다.

Market은 기업이 해야할 일을 정의한다. 흔히들 "우리가 할 수 있는게 뭘까"를 고민해서 창업을 하기도 하지만, 사실은 "우리가 (이 시장에서 차별화되고 잘) 할 수 있는게 뭘까"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시장/필요가 없이 가치를 제공하는 것은 배부른 사람에게 밥을 억지로 먹이는 것과 같다.

Market보다 Company가 앞서가면? 90년도 말에 무선인터넷 사업을 하려는 것과 비슷하다. 지금의 아프리카 숲속의 원주민들에게 간단하고 튼튼한 휴대폰이 아니라 최첨단 3G/4G에 풀터치 스마트폰을 가져다주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Market보다 Company가 너무 뒤쳐지면? 이런걸 Time to Market이 안맞는다고 한다. 실행력이 느리다보면 기회가 지나가는 걸 멀뚱멀뚱 보고 있다가 "아, 나도 이거 생각했는데 누가 먼저 했네"라면서 헛발질만 하게 된다. 만약 M과 C의 차이가 두드러지게 크고 아직 그 차이가 메워지지 않고 있다면, 그것이 바로 "필요의 진공"을 의미하게 된다. 당신에게 이걸 남들보다 빨리 발굴할 능력이 있을 때 시장과 사업 기회에 대한 통찰이 있다고 하게 된다.

결국 "Time at Market"이 중요하고 이러한 간극이 좁혀졌을 때, 다시말해 M과 C가 맞아떨어질 때, 기업과 시장은 활짝 피어나게 된다.

Investor는 까리하다. 무슨말인가 하면, 기업가 출신의 Investor가 아닌 이상은 기본적으로 매우 매우 보수적이고 느리다. (혹시라도 이글을 보고 있는 Investor가 계시다면, 죄송하지만 당신도 느리다) 당연하다. Investor의 KPI(Key Performance Indicator; 주성과지표)는 투자대비수익률이다. 여기에 덧붙여 다양한 제약조건들이 있다. 제한된 투자 기회와 시간(대부분의 펀드에는 만기가 존재한다), 그리고 기회 비용. 이 속에서 최상의 선택을 하기 위하연 다양하게 머리를 굴리고 다양하게 검토를 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그 동안 우리의 M과 C가 움직인다는 점이다. I가 투자안을 검토하기에만도 바쁜데 더 빨리 움직이는 M과 그 시장을 엎치락뒤치락 하는 C까지 동시에 살펴본다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나마 "남의 돈"이라서 부담은 적지만 (기관투자자도 "Boss"가 있다. Fund of Funds들이 있어서 우리나라로 치면 모태펀드, 산업은행, 농협, 국민연금 등이 그러하다) 그래도 성과가 나쁘면 다음번에 Fund 투자유치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투자할 자금이 있어야 그 일부로 투자자도 월급을 받는다.

그러다보니 C가 열심히 I를 교육시키고 설득시키고 움직여야 한다. 근데 이게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의 경우 "산업 전문가"가 거의 없다. Investor의 "pool"이라고 하기엔 국가적으로 투자자나 투자금의 규모가 적다. 그래서 대부분 심사역들은 넓은 영역을 커버해야 한다. 기술 전반, 엔터테인먼트/미디어/방송/공연 전반 뭐 이런 식이다. 예를 들어 게임 산업 내에서는 "소셜 게임"과 "MMORPG"의 차이가 하늘과 땅이라고 할 만하지만, 투자자의 세계에서는 "게임 전문가"라는 식으로 포지션된 사람이 모두를 커버해야한다. 피쳐폰 모바일과 스마트폰 생태계도 차이가 크지만 "모바일 전문가"는 모든 걸 다 이해해야 한다.

심지어 같은 게임 산업내에서도, 같은 모바일 업계 내에서도 서로가 서로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데, 한 사람이 서로 다른 내용을 동시에 비슷한 깊이로 이해하고 또 시장을 "앞서 내다보기 까지"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그래서 C가 더욱 애달프다. 저기 앞서 M이 막 태동하고 움직이고 성장하고 있는데, 뒤에 있는 I를 데리고 뛰어야 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M-C-I상에서 M과 C와 I의 간격이 좁을 수록 빠른 실행을 통하여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기 유리하고, 간격이 길어질 수록 실행력이 떨어지게 된다.

그럼 I를 공식에서 빼면 어떨까? 그래서 자기 돈으로 사업을 하기도 한다. C가 M을 잘 좇아가면 된다. I로부터 자유롭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luxury"를 누리지 못한다. 사업할 때 드는 자금은 개인이 잘먹고 잘사는데 드는 자금과는 다른 규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I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있다하더라도 (국내에도 그러한 스타트업들이 몇 몇 있긴 하다) 마라톤 연습 시에 pace-maker가 있듯, 비즈니스에는 옆에서 함께 뛰어주고 판을 짜주는 사람이 있으면 분명 도움이 된다.

그것이 꼭 I일 필요는 없다. "멘토"라고 불러도 좋다. 옆에서 뛰면서 같이 사업을 짜주는 사람이 있으면 사업을 성장시키는데 분명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피를 섞지" 않은 멘토가 언제까지고 사업을 위하여 물심양면으로 도와준다는 것은 "공짜 점심"을 기대하는 것과 같다. 차라리 크건 작건 판을 키워줄 수 있는 사람의 투자를 받아서 각자의 이해관계를 align시키는 것이 모두에게 이롭다. 

이상적으로는 이러한 판을 짜주는 역할은 I의 책임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한국에서 이러한 판을 짜줄 수 있는 I는 거의 없다. 이건 fact다. 우리나라에서 사업하는 사람 치고 투자자가 business development를 해주고 인재 유치에 도움을 주고, 마케팅 채널을 확보해주고, 인프라를 구해주었다는 이야기를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불행히도 I는 금전적 투자자 역할에서 그치고, 간혹 펀드 만기가 다가올때 M&A나 신규 펀드로 인수를 시키는 다리 역할을 해주는 경우는 있다. (근데 한국에서 M&A는 IPO가 일어날만큼이나 희박하다!)

말하자면 판을 짜는 것도 그리고 그 판을 짜서 채워나가는 것 모두 C의 역할이 된다.

결론은 M을 향해 뛰어가는 것도, I를 C에 최대한 가까이 붙여 놓는 것도 모두 C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책임의 묘미는 여기에 있다. 그것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면 힘들고 피곤하고 고달프다. 대신 이걸 능동적으로 받아들이면 할일이 많아지고 재미있는 도전이 많고 아침에 일어날 이유가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사업을 하는 재미가 있는게 아닐까 싶다. 이러한 끊임없는 "gap"을 채우고 줄여서 "기회"를 만들어 내고, 그러한 기회를 "현실"로 만들어가는게 이른바 "기업가정신"이 아닐까. 징징대지말고 get things done을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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