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tty Studio

기업가정신 & 스타트업, 그리고 기술과 디자인에 대한 곳.

원제: 101 Things I Learned in Architecture School by Mathew Frederick

임현수닷컴 추천엔진을 통하여 소개받은 책이다. 짧게 쓰여진 글과 이미지로 구성되어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다. 다만 원문이 그대로 있었으면 하는 구절들도 많아서 아쉬움이 남는다.

이 중 일부를 웹서비스의 기획/개발/디자인의 관점에서 배울만한 교훈들을 학습과 비평의 목적을 위하여 이곳에 옮겨 보고 주석을 달았다.

#14 건축은 '아이디어'로부터 시작된다.

좋은 디자인은 물리적인 재미가 아니라 바탕에 깔린 아이디어에서 나온다. 구체적인 정신 구조인 아이디어를 통해 우리는 외부 경험과 정보를 정리하고 이해하며 거기에 의미를 부여한다. 근본적인 아이디어 없이 건물을 설계하는 건축가는 공간계획가에 불과하다. 공간을 계획해서 '잘 꾸미는 것'은 건축이 아니다. 건축은 건물의 DNA, 즉 건물 전체에 내재된 감각 속애 존재한다.

웹 서비스를 기획하거나 디자인 하는 것도 비슷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Usability(사용성)만을 부르짖거나, 소위 '웹 2.0'스러운 기능들로 잘 꾸미는 것이 훌륭한 웹 서비스가 아닌 것처럼, 하나의 concrete(하지만 아직 solid하진 않은) 아이디어를 진화시켜서 이것을 중심으로 서비스라는 공간을 설계해가는 것이 훌륭한 제작 방법이 아닐까 한다. 일정에 맞춰 급급하게 디자인을 하다보면 비슷하게 겪는 문제가 '일단 당장 일을 처리하기 위해' 적당히 그럴싸한 그래픽 요소를 짜집기를 해서 만들기도 한다. 당장 주변 사람들의 좋은 반응은 끌어낼 수는 있지만, 정작 본인은 이것이 잘 입힌 화장에 불과하다는 걸 알게 마련이다. 그나저나 건축가라는 표현을 빌려서 Web Architect라고 해보는건 어떨지 싶다.

#17 디자인 아이디어가 구체적일수록 호소력이 크다.

모두에게 호소하려고 무난하게 하면 아무에게도 다가갈 수 없다. 구체적인 관찰, 신랄한 비판, 역설적인 관점, 재치 있는 생각, 지적 세계, 정치적 논란, 자신의 창조세계에 대한 독특한 철학을 바탕으로 디자인하면 사람들마다 나름대로의 정의를 갖는 환경을 창조할 수 있다.

결혼식에서 신부가 수줍게 걸어 내려올 때를 생각하며 계단을 설계해보자. 어느 멋진 가을날 훌륭한 나무 한 그루가 보이는 쪽으로 창문을 만드는 건 어떨까. 세계 최악의 독재자가 부하들에게 호통을 치기 편한 곳에 발코니를 만든다. 아이들이 둘러앉아 부모님과 선생님 흉을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디자인한다고 해서 건물의 쓰임이나 건물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제한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각자 나름대로의 해석과 특성을 부여하게 될 것이다.

웹 기획에 있어서 날카로운 엣지(edge)를 세워야하는 것도 비슷한 관점이다. 지금 시점에서 '자유게시판'이라는 웹서비스가 등장한다고 해서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는 없겠지만, '밤늦게 들어오는 남편을 대항하는 여성들의 분노'라는 게시판을 만들면 호소력이 생길지도 모른다. 물론, 실제로 이용자들은 자녀 양육에 대한 고민부터, 예쁜 집 꾸미기에 이르기까지 이 '구체적인 공간'을 다양하게 사용할지도 모른다.

시작단계에서는 아이디어를 날카롭게 가다듬어야 정확하게 소통을 할 수가 있고, 그래야 user value(사용자 가치)도 약간이나마 전달된다.

#19 순서대로 그려라.

무언가를 그릴 때는 종이의 한쪽 끝에서 반대쪽 끝까지 모든 디테일을 100% 채우려고 하지 말라. 가장 보편적인 구성 요소부터 시작해 점차 구체적인 부분으로 진행한다. 먼저 종이 전체를 계획한다. ... (중략) ... 전체 그림에서 특정 부분 디테일에 본인이 너무 집중하고 있다면 빨리 마무리하고 다른 부분으로 넘어간다. 전체적인 조화를 생각하면서 각 부분을 마무리하고 평가하라.

웹 서비스를 재빨리 프로토타입할 때, 나는 주로 두 가지 방법을 쓴다. 먼저, 가장 핵심적이라고 할만한 페이지, 혹은 서비스 전체의 인상을 장악하는 페이지를 중심으로 '그럴싸한' 선까지 포토샵으로 mock-up을 만든다. 사이트의 느낌과 유저인터페이스의 골격, 주요 콘텐트 등을 반영하여, 설익었지만 현실감이 생길 정도의 그래픽을 가미한다. 이는 건축으로 치면 '단면도'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감정적 경험과 느낌을 전달하여 본인과 조직원의 동기를 부여한다.

이렇게 구체적인 컨셉으로 커뮤니케이션한 후에는, 재빨리 HTML 중심으로 전체적인 사이트의 요소들을 만든다. (이에 대한 방법은 #73의 주석에서 다루기로 한다) 이것은 '평면도'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전체적인 로직(logic)과 흐름, 그리고 서비스의 가치 전달을 위한 구성의 균형을 잡아준다.

그렇게 해서 전체적인 흐름을 만들어보고,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들어가며 작업의 깊이를 더한다. 진행 과정 상 뒤쪽에서 만들어진 방향이 전체적으로 더 괜찮으면 다시 앞으로 돌아와서 iterate를 한다. 간혹가다가 위에서 언급한 '특정 부분 디테일에 너무 집중'하게 되기도 한다. 하루 정도 삽질을 해보다가 안 되면, 다른 페이지 작업으로 건너 뛴다.

이 #19는 나중 편에 소개할 #51과도 관련이 있다.

#21 건축가는 모든 것 중 일부를 알고 있다. 엔지니어는 하나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다.

건축가는 전문의(醫)가 아니라 일반의(醫)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이지 모든 악기를 완벽하 연주하는 명연주가가 아니라는 말이다. 건축가는 실무에서 구조 및 기계 기술자, 인테리어 디자이너, 건물 법규 전문가. 조경 건축가, 시방서 작성자, 시공업체, 기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전문가 팀을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보통 팀에서 전문가들끼리 의견이 상충될 때가 있다. 건축가는 고객의 요구를 존중하고 전체 프로젝트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여러 상충되는 요구들을 협상하고 종합할 수 있는 충분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

나는 이를 '거멀못형 인간'이라고 부른다. 다시말해, 해당 과업을 수행함에 있어서 가장 핵심이 되는 영역들에 대하여는 어느 정도 깊이있게 알고, 주변의 사항들도 두루두루 알고 있어서, 과업의 진행 단계에 맞추어서 각 영역의 비중을 조율하여 전체적인 조화와 균형을 리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직장 생활 초년에 나는 신규사업부서의 개발자로 커리어를 시작하였다. 하지만 하다보니 기술팀과 영업팀이 매번 충돌을 일으키는 것을 보면서 이상하게 생각했고, 또 비즈니스 사이드가 기술자들을 보며 "여기서는 기술에 집착하는게 중요한게 아니다"라고 하는 걸 보며 그들이 뭘 모른다고 생각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다가 회사를 옮기면서 다른 입장에 서는 것이 어떤 것인지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비(非)개발쪽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서비스의 운영, 마케팅, 비즈니스 세일즈 등 하게 되면서, 상황에 따라 중요한 영역이 바뀌게 됨을 체험하였고, 프로젝트가 진행될 때 마다 발생하는 서로 다른 부서의 이해관계의 상충을 조율하는이라고 적고 윽박지른다고 읽는다 일을 하곤 하였다.

이 와중에 전체적인 그림을 계속 그리는, 혹은 그릴 수 있는 사람이 조직에는 생각보다 적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세상은 이런 사람을 꽤 많이 필요로 한다. 이런 필요에서 비롯하여, 내가 하려는 사업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영역들 - 개발, 디자인, 비즈니스 경영, 마케팅 - 에 대한 포괄적인 지식과 경험을 쌓는 것을 역량 축적의 지향점으로 삼게 되었다.

물론 이로 인하여 한 분야에 대한 절대 깊이는 도달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를 통하여 당장 내 자신이 dogma에 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고, 협업을 함에 있어서도 여러 분야의 사람들의 이해 관계와 감정적 집착, 자존감의 근원, 호기심과 도전욕을 불러일으키는 곳, 문화와 역사적 배경, 그리고 공통의 어휘를 이해하게 된 것이 큰 소득이라면 소득일 것이다.

글이 너무 길어지니, 다음 기회에 이어서 내용 소개와 주석을 마저 달기로 하자.

(note: #26, #28, #33, #45, #48, #51, #69, #73, #81)

댓글을 달아주세요
  1. BlogIcon easyone 2008.10.08 00: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건축과 출신으로 전산쪽 일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보니 웹사이트 만드는 것도 건축과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적성에 안 맞아 포기했지만, 다른 곳에서 도움이 되네요.^^ 특히 #21은 완전 공감이네요.

  2. BlogIcon jacopast 2008.10.09 01: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평생 공부해야되고, 평생 클라이언트한테 시달리고, 돈못번다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

  3. BlogIcon 프리버즈 2008.10.09 23: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책 잘 읽으셨다니 다행이예요 고객님

  4. BlogIcon 프리버즈 2008.10.09 23: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그때 원서 링크도 드리지 않았어요? 원서도 얼마 안해요.

    http://www.yes24.com/Goods/FTGoodsView.aspx?goodsNo=2577808&CategoryNumber=00200102400200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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