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tty Studio

기업가정신 & 스타트업, 그리고 기술과 디자인에 대한 곳.


예전에 학창시절 지도교수님 중 한분께서 학생들에게 종종하시던 말씀이 있다. 똑똑한 사람들의 특징은 잔머리를 너무 굴린다고. 끊임없이 계산하고, 비교하고, 속앓이하면서 살다보면, 매우 피곤하고, 스트레스받고, 작은 일들 하나 하나에 깊게 베이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당시 학생들을 돌이켜보면, 사실 상당수가 이런 '똑똑한 사람들'에 해당하는 부류였을듯 하다.


우리에게 혼내시면서 말씀하셨던 것은, 조금 덜 계산하고, 덜 비교하고, 더 용서하고, 혼자가 아니라 함께 일을 만들어가는 것에 더 많은 관심과 노력, 그리고 시간을 쓰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 분이 주입식으로 우리에게 전해주셨던 것에 이름을 붙이자면 돌쇠니즘일 것이다. 나름 돌이켜보면 그 말의 뜻을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 어린시절에는 사사로운 일들 하나 하나에 일희일비하고 마음앓이도 많았던 것 같다. 그런데 사회에서 이런저런 난잡한 일들을 겪다보니, 마음을 추스리고, 변잡스러운 것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의 중요성을 많이 느끼게 된 것 같다.


전체적으로 큰 그림에 있어서 지금 내가 신경쓰고 있는 일들이 과연 중요한 것인가를, 약간은 멀찌감치서 보며, 자기합리화라는 껍질을 벗는 연습을 하다보면, 스스로가 초라하게 보일 때도 있고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어느새부터인가 사사로운일은 빨리 잊는 버릇이 생겨버렸다. 스스로 부끄러운 일, 잘못한 일은 조금 더 빨리 인정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 것 같다. 어차피 전체 상황에서 중요치 않다는 생각이 드는 일들은 재빨리 치워버리는 게 정신건강에도 좋다는 생각이다.


이런 건 남녀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연애를 하다가 상대방에게 마음에 안드는 구석을 의식하면, 그런 점만 잔뜩 신경이 쓰이게 된다. 사실은 큰 떡을 앞에두고도, 파리가 앉았을 지도 모르는 부분만 보고 떡을 내다버리는 실수를 한다는 것이다. 오래 연애한 커플들이 깨지는 많은 이유가 여기에서 비롯된다.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 사람들은 흔히들 자기 자신이나 상대방의 강점과 약점을 객관적이고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이 관계에 도움이 된다고 착각하지만, 정작 성공적인 결혼을 유지하고, 장기적으로 더욱 돈독해지는 커플(부부)들의 특징은, 상대방에게, 본인은 없다고 생각하는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장점이 있다고 믿어준다는 것이다.[각주:1] 예를 들어, 여자가 본인 스스로 수학적 능력이 없다고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남자가 자신의 배우자에게는 수학적 능력이 있다고 진심으로 믿어주는, 일련의 긍정적 믿음과 해석이 훌륭하고 영속적인 관계로 이끌어준다는 것이다. 현실왜곡이라고 불러야 할까? 이것은 자기충족적 예언만큼이나 커다란 효과까지 낳는다고 하니, 인간의 믿음이 주는 힘은 참으로 커다란 것 같다.


여기에 일말의 진실이 담겨있는 것 같다. 실제로 본인도 믿음을 통해서 상대방의 단점이 장점으로 바뀌어 보이는 것을 경험하면서, 그것이 안겨다주는 긍정적 효과를 체험한 뒤로는 이 현상이자 방법론에 대한 믿음이 더욱 확고해졌다. 그래서 그 뒤로는 상대방에게 단점으로 보이는 것이 있다면, 상황을 다시 frame해서 장점으로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쪽을 삶의 지침으로 삼고 있고, 혼자만의 노력으로 힘들 때는, 상대방을 상호보완해줄 수 있는 사람- counterpart -을 찾고자 한다. (물론 counterpart부분은 남녀관계의 문맥에서는 조금 난감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정리하자면, 기본적으로 삶을 살아감에 있어서 상대방의 장점을 보고 이를 더욱 긍정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하며, 객관적으로 부족한 부분은 장점으로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여보고, 이것이 힘든 경우에는 다른 사람들과의 조직을 통하여 이를 보완하는 것이 좋은 관계와 좋은 조직을 만드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돌쇠니즘으로 돌아와보자면, 큰 그림 하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확신이 선다면, 사사로운 일들에 얽메이지말고, 자신의 사람들을 믿고 이끌며, 꾸준하게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하루 하루에 목숨을 걸기에는 할일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Image courtesy of petervanallen
  1.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volume 36, pp. 600-620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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