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tty Studio

기업가정신 & 스타트업, 그리고 기술과 디자인에 대한 곳.

이번 CES 2005를 통하여 본 하이테크 시장의 흐름에 대하여 생각해 봅시다.

1. 디자인 퀄리티 스펙트럼과 역치의 형성
최근들어 ID(Industrial Design)관련 제품 소개 사이트가 부쩍 늘어나고 있고, 불과 몇 해전만 해도 웹디자인 강좌와 사이트가 왕성한 성장을 보였었습니다. 올해 전시된 제품만 보아도 여전히 내용에만 충실하려는 고전적인 공학-base의 제품들이 나오고 있는 반면, 선두에 있는 기업들은 기능 뿐만아닌 사용자 편의를 고려한 인터페이스, 심미적 아름다움, 과감한 취사 선택 등, 수준높은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미 널리 알려진, 단순하면서도 응용과 확장성이 뛰어난 Apple의 iPod의 휠 인터페이스를 비롯하여, 금년에 소개된 talby와 같이 과감하면서도 의미있는 시도, 그리고 수 많은 MP3 후발 주자들의 노력들이 눈부십니다. B2C 베이스의 제품들 뿐만 아니라 서버군에서도 유사한 노력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IBM 뿐만 아니라 HP 도 서서히 심미적으로 아름다운(굳이 그럴 필요까지 있을까 싶지만서도) 서버와 인터페이스가 편리한 B2B 기기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모든 사회의 계층(위계서열의 의미가 아님)이 패러다임이 바뀌듯 바뀌는 것이 아니라 stretch되는 것과 유사하게, 디자인 퀄리티와 수준도 소비자의 만족을 위한 요건은 높아지고 있지만, 전반적인 출시 제품들은 stretch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일종의 역치와도 비슷한 효과를 낳을 수 있어, TV에서 나오는 왠만한 수준 이하의 광고는 기억에도 남지 않고 자체 필터링 되는 것 처럼, 제품들도 시장의 주목을 전혀 받지 못한 채 한 방울의 이슬로 사라질 수 있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고급 기술만을 적용 시킨 제품도 디자인을 더이상 무시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는 것이겠지요. 디자인에 대한 노력이 부족한 제품은 시장에서 사라지거나, 다른 기업에 의하여 재발굴, 혹은 대기업에 흡수되는 운명에 처할 것입니다.

2. 기본 가치 보다 부가 가치로, 필요 보다 욕구로
미국 가전 협회(CEA) - 미디어 서버, 휴대용 오락 기기, 하이브리드 가전, 혁신적인 게임, 텔레매틱스를 올해 주목 받을 5가지 기술로 지목
하이테크의 가장 큰 매력은 즐거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미국 가전 협회(CEA)의 발표에서도 나타나듯, 상당 부분의 기술이 인간의 기본적인 필요와 최소 조건 보다는 부가적인 기능과 그 이상의 상위 욕구를 충족 시켜주는 방향으로 시장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꼭 바람직하다고 생각할 수는 없지만(이번 해일 사태에서와 같이 아직도 기본적인 필요가 충족되지 못한 인류가 지구에 훨씬 많다는 점을 인지한다면), 시장의 벡터가 이러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사업의 측면에서는 해보다는 득이 되겠지요.

Sony에서 발표한 최첨단 기술의 복합 결정체 - PSP(PlayStation Portable) - 에서 드러나듯, 기존의 최첨단 기술들(디스플레이, 저전력 설계, 인터페이스, 게임, 무선 등)이 이러한 엔터테이먼트성 시장 주변으로 융합되고 있습니다. 핸드폰도 전화 통화의 기본적 기능외에 DMB 방송, 멀티미디어 재생기, 카메라 등 부가적이면서 즐거움을 더해주는 방향으로 시장이 성장하기 시작한지도 벌써 몇 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이러한 시장의 흐름을 거스르려 하는 움직임은 없는가? 전문화와 본질적 필요의 충족을 추구하는 기기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카메라폰의 경우는 '적당한 퀄리티의 사진'(물론 기술은 매우 집적입니다)과 '적당한 퀄리티의 음악' 등 적당한 수준의 통합 가능한 수준의 기술을 융합하여 기존의 기기에 넣었다면, 여전히 전문 이미징 및 음향 시장은 보다 높은 수준의 전문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미 1천만 화소대가 넘어가는 고가의 DSLR 카메라들을 비롯한 전문기기들은 항상 일관성 있게 보다 높은 퀄리티를 추구하며 고도의 전문화를 향하고 있습니다. 즉, 욕구보다는 본질적인 필요를 심화시키는 방향입니다.

결과적으로 시장은 융합만 하기도, 전문화만 되지도 않고, 전반적으로 발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만, 그중 어느 부분이 융화의 모멘텀이 강하고 어느 부분이 전문화의 모멘텀이 강한지를 읽는 것이 중요한 변수겠지요. 고도의 전문성을 원하는 시장에 어설픈 융화를 시도하는 것은 시장으로 부터 차가운 외면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현재의 하이테크 시장은 기본적인 필요에 대한 충족보다는 욕구에 대한 충족 위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하이테크 자체는 commodity나 necessity보다 부가 가치위에서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3. 기술 리더쉽 vs 시장성
삼성과 LG의 PDP 경쟁, 카메라폰 경쟁을 보더라도 기술 리더쉽의 중요성이 상당한 것으로 느껴집니다. 가격이 수천만원대를 쉽게 넘어가는 102인치 PDP TV만 보더라도 고개를 젓게 됩니다. 이것은 차기 기술의 확고한 리더쉽을 확보하면 후발 주자들을 쉽게 견제할 수 있을 뿐더러, 후속 시장의 표준에 대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삼성전자의 102인치 PDP


그러한 부문에서 이미 기술 리더쉽을 확보한 기업이 Microsoft 같은 곳입니다. Microsoft는 이제 플랫폼 전략을 다양화하고, 되도록 많은 niche들을 채워서 다른 후발 주자를 견제하고, 소프트웨어와 가전기기의 융화와 같은 거대한 융화의 중심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반면, 해당 분야의 후발 주자는 다양한 차별화 전략을 통하여 시장에 진입하고자 합니다. 디자인의 극단적 차별화나 과감한 선택과 집중, 혹은 매니아 시장 공략 등을 시도하게 됩니다. 결국 기술 리더쉽을 포기하고, 초기 R&D 비용을 절감하는 대신, 조금 작은 시장으로 진입하여 고성장을 추구하는 방법입니다.

중소기업들과 몇 몇 핸드폰, MP3 시장의 2, 3위 업체들은 이러한 안전한 기반위의 디자인, 인터페이스 차별화 등을 시도하고 있는 반면, 시장의 리더들인 삼성, LG, 모토롤라, 노키아 등은 최첨단 기술을 접목시키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이테크 시장은 수확 체증을 그 특징으로 하기에 (사실 대부분의 고전 경제도 상당부분이 수확 체증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합니다 - 인사동만 보더라도..), 주식과 마찬 가지로 일종의 포커 게임과 유사합니다. 어느 정도 돈이 있으면 과감한 R&D로 기술 리더쉽을 추구하고(지르는), 가끔은 플러쉬가 풀하우스 같은 와해성 기술에 뒤집혀 버리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지요. 총알(자본금)이 부족한 기업은 작고 확실한 판(품질과 시장성에 초점)을 노려 기반을 닦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기술 리더쉽은 자칫 잘못하면 품질이 떨어지거나(최근 들어 문제시 되고 있는 최신 핸드폰들의 버그 사태), 시장성이 없는 일종의 전시 효과용 전략(물론 이것은 나름의 긍정적 의미가 있습니다)이 되버릴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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